생각의 편린들

내가 홍가혜를 응원하는 이유

새 날 2015. 3. 2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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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근래 논란이 되고 있는 홍가혜 씨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선 그다지 관심 밖의 일이었다.  그녀가 누구인지도 잘 모르는 일이거니와 세월호 참사 당시 그녀가 벌였던 행동 때문에 흔한 관심병 환자 중 한 명이겠거니 하며 여겨 오던 터다.  당연히 그녀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하든 말든 나와는 크게 관련없는 일이니, 그러거나 말거나 하고 있던 참이기도 하다.  적어도 어제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런데 어제 저녁의 일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그녀를 향한 악플 관련 게시물을 보게 됐다.  순간 내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한 성적 비하의 글들이 난무했다.  어떤 내용인지 이곳에 펼쳐놓고 싶어도 도저히 그럴 수 없을 만큼 낯 뜨거운 표현 일색이었다.

 

홍가혜 씨가 악플을 단 네티즌을 상대로 대규모 고소를 했다 하여 현재 인터넷 공간은 떠들썩하다 못해 난리법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에 송치된 건만 1100건이 넘으며 경찰에 접수된 사건을 포함하면 총 1500여건에 이른다고 한다.  검찰은 허위 인터뷰를 통해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홍씨를 구속 기소했지만, 법원은 1심에서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당시 사회적 논란을 빚었던 당사자 스스로 악성 댓글의 빌미를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반성은커녕 적반하장식으로 대규모 고소를 남발하며 뒷돈을 챙기려는 기획된 고소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 때문일 테다.  불편한 시선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듯 홍가혜 씨 측은 악플 모두에 대해 고소했다면 1만건이 넘기에 기준을 정해 정도가 심한 욕설에만 대응했노라 밝히고 나섰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홍가혜 씨의 영향력이 상당한가 보다.  대검찰청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욕죄 고소 남발 처리 기준을 만들어 고소 남발 사태에 대응하겠다고 한다.  상당히 발빠르거니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악성 게시글뿐 아니라 합리적인 비판에 대해서도 과도하게 고소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 외 이익을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고소를 하여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은 다분히 홍가혜 씨 사건을 의식한 흔적이 역력하다.



일부 언론사들도 그녀의 행태는 도가 넘는 일이라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홍가혜 씨 측이 피고소인들에게 돈을 요구하며 합의할 것을 종용하는 듯한 통신 내용을 흘리고, 마치 오로지 돈만 바라고 벌이는 기획 고소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거나 모욕죄 남발이 지나치다는 뉘앙스의 보도를 통해 그녀의 행동을 폄하하고 있었다.  악플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언론 보도 행태가 실제로 그녀의 행동이 과한 것이라 여겨지게 만들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충분하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게 한 가지 있는데, 불과 수년전만 해도 악플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연예인들이 비일비재했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난 홍가혜 씨를 응원하고 싶다.  이참에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온갖 쌍욕과 비방 그리고 성적 비하나 지역 비하 등을 인터넷 공간에 배설하는 사람과 집단에게 경종을 울렸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녀에 대한 악플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는 그 진원을 찾다보면 결국 한 곳으로 수렴한다.  모두가 알 만한 바로 그 곳이다.  혹여 그 곳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그들이 오염시킨 사상과 표현은 어느덧 일상 속에 녹아들어간 채 스스로 무슨 잘못을 저지르는지도 모를 만큼 자연스러운 형상으로 발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따끔하게 일침을 가해야 하는 건 바로 사회의 몫이 되어야 할 테다.

 

이런 상황에서 모욕죄를 완화시키겠다는 발상은 되레 그들을 돕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1000건이 넘는 고소를 일일이 대응하기 힘들어 내놓은 대책이라면, 일말의 동정심이라도 보태줄 수 있을 테지만, 그게 아니라 실제로 고소를 막겠다며 그 기준을 완화하려 함은 현 실태에 역행하는 꼴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 어떠한 경우라 해도 표현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함은 분명 맞다.  다만, 사회의 보편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표현에 대해선 그에 따르는 응분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과도한 성적 비하 등은 상식적인 사회라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표현의 자유를 훌쩍 넘어선 한 사람에 대한 인격 살해에 다름아니다.  결국 이번 홍가혜 씨 고소 사건은 그녀 한 사람만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상식을 되찾는 과정 중 하나라 판단된다. 

 

난 솔직히 그녀에 대해 잘 모른다.  좋지 않은 소문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거니와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러한 악소문은 전부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라는 평도 있다.  과연 어떠한 말이 맞는지는 내 관심 사항이 아니다.  다만, 홍가혜 씨의 외로운 투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몰상식함을 씻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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