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태권도' 학교 내 흡수, 오히려 사교육 늘린다

새 날 2015. 3. 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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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달 발표한 '2014 사교육비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교과 사교육비는 전년대비 감소한 반면 예체능 교과는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교과가 19.1만원으로 전년대비 0.2% 줄었고, 예체능의 경우 5만원으로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관련 전문가 및 학교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예체능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을 학교 내 교육활동으로 흡수하고, 사교육비 경감을 도모하기 위한 ‘학교예술체육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결정한 바 있다.

 

전국 초등학교들의 태권도 정규수업 편성 및 방과후 활동 움직임은 아마도 이의 일환일 것이라 짐작된다.  물론 사교육 경감뿐 아니라 정부가 최근 강조하고 나선 인성교육 강화를 위해서라도 태권도의 학교 내 흡수 및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여 오던 터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특정 지역 태권도 학원 관장들이 '생존권 침해'라며 수업 중단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부지역 15개 초등학교에서 올해 신학기부터 정규수업에 태권도를 주당 한 시간씩 편성하자 해당 지역 태권도장 관장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항의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북성초등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고, 심지어 모 초등학교의 경우 교장실을 찾아 집단 항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압력행사를 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집단행동에 결국 15개 학교 중 12개 학교가 정규수업 편성을 중단했단다. 

 

이러한 결과를 우린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우선 수업 편성마저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채 사교육 단체의 집단행동에 휘둘리며 결국 그 앞에 무릎꿇고 만 공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 가장 유감스럽게 다가온다.  이러한 결과, 어쩌면 우리 공교육의 현 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바로미터 아닐까 싶기도 하다. 



물론 태권도장 관장들의 노여움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방과후 활동뿐 아니라 정규수업 안으로의 태권도 흡수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고스란히 빼앗긴다고 여겨지는 터라 당장 눈앞의 생존권 위협을 현실로 다가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작 일주일에 한 시간이지만, 일단 터진 물꼬이기에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컴퓨터 교육의 학교 흡수 때문에 컴퓨터 학원이 모두 문을 닫았다는 논리를 들고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비약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영어, 수학 등 일반교과를 가르치는 학원들은 진작 모두 문을 닫았을 테며, 비슷한 예체능 교과인 미술이나 음악 또한 관련 학원들 모두 망했어야 함이 옳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디 그러한가?  아니면 정규수업뿐 아니라 방과후 활동에서 이뤄지고 있는 해당 교과 수업에 대해 마찬가지로 관련 업종 직업인들마저 모두 집단행동에 나섰어야 하는 상황이 맞을 테다.

 

난 오히려 이러한 결과가 그들에겐 기회로 작용할 것 같다.  태권도 인구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매일 태권도장에 직접 나가 배우는 효과와 주 1회 학교에서 이뤄지는 학습 결과가 절대로 같을 수는 없을 테다.  다른 교과처럼 학교 정규수업에서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라도 아이들의 발걸음이 대거 태권도장으로 향하는 결과를 빚게 되지 않을까? 

 

물론 교육부나 일선 학교의 정책 역시 문제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주 1회 태권도 교육은 솔직히 구색맞춤용 형식적인 교육밖에 이뤄질 수 없다.  예체능계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심산으로 이러한 계획을 꺼내든 것이라면, 안타깝게도 전혀 엉뚱한 결과를 빚을 공산이 크다.  현실적으로 바라보자면, 이러한 정책은 오히려 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당장 사교육 업체의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때문에 오히려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 등 교육 핵심 주체의 요구가 아닌, 사교육 업체 일각의 압력에 굴한 공교육의 굴욕적인 모습은 앞으로 비슷한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또 다른 빌미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교육 전체적으로 볼 때 공교육과 사교육이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린 채 함께해야 함은 분명 맞는 논리이지만, 사교육의 잇속을 위해 교육 주체의 선택권과 공교육의 운영 자율권까지 침해받는 작금의 상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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