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일제 잔재 '등록원점체계' 변경, 환영합니다

새 날 2015. 3. 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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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제 잔재 중 하나인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개정하는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을 접한 바 있는데요.  초등학교의 이름을 되찾는 데까지 우린 50여년의 세월을 흘려보내야만 했고, 유치원의 명칭은 무려 100년이 넘도록 여전히 그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일제의 잔재가 비단 이것뿐만은 아닙니다만, 이들은 우리의 일상 생활과 늘 가까이 접하고 있을 만큼 생활밀착형 사안들이기에 이러한 결과들이 더욱 값지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반가운 소식 하나가 또 들려오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8일 일제강점기 토지 수탈을 목적으로 작성된 지적도 및 임야도의 등록원점 체계를 2020년까지 세계가 표준으로 사용하는 좌표체계로 변환한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 방안이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지난 1910년부터 적용돼온 동경측지계 지적도 좌표가 무려 110년만에 세계측지계로 바뀌게 되는 셈인데요.  여기서의 측지계란 지적도나 임야도 등에 표시하는 특정 지역의 좌표 체계를 의미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사용해온 동경측지계는 일본이 우리의 토지 수탈을 목적으로 토지 조사 사업을 벌일 당시 지형도와 지적도 작성을 위해 당시 일본의 것을 그대로 연결하여 사용한 측지계이며, 1910년 도쿄를 원점으로 측량한 좌표입니다.  일본이 중심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토지의 좌표는 국제표준인 세계측지계보다 남동방향으로 약 365m 치우친 결과가 됩니다.  세계측지계는 지구 질량의 중심을 원점으로 측량한 좌표인 데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구 전체의 통일적 측량이 가능해진 덕분에 세계 어느 곳에서 측정해도 오차가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JTBC 방송 화면 캡쳐

 

참고로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독일 등 웬만한 국가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측량원점(미국 NSRS, 영국 ETRF89, 독일 EUREF, 스위스 EUREF, 그리스 GGRS87, 호주 GDA94)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다시피 '영토'란 국가를 이루고 있는 3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의 측량기준을 우리 것이 아닌 여전히 남의 나라 기준 체계인 일본원점을 사용해 왔다는 사실은 주권 국가로서 무척이나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세계측지계로의 전환은 우리나라의 모든 공간정보가 국제표준으로 바뀌게 되는 일대 혁신을 알리고 있습니다.  이는 지적제도의 현대화로 연결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향후 관련 제도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계 표준화의 후광 덕분에 지적공부와 공간정보가 융합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개발될 수 있고, 그에 따라 관련 산업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민원인들의 소유 권리 관계 확인이 과거보다 훨씬 간편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인 변화와 생활상의 편리함보다 동경측지계로부터 세계측지계로의 전환을 환영하는 이유는, 100년이 넘도록 우리나라만의 측량원점을 갖추지 못해왔던 설움을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씻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청산되지 않은 일제 잔재들은 우리 생활 곳곳에 여전하며, 극일은 그의 깨끗한 청산이 시발점입니다.  다시 한 번 등록원점체계의 변경 추진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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