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정개입 사건, 개인적 일탈로 덮으려 하나

새 날 2015. 1. 6.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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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씨 비선 실세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문건은 허위이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이 계획적으로 문건을 유출했다는 것입니다.  예측했던 대로입니다.  결국 이른바 '십상시'라 불리는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이 그어놓은 가이드라인으로부터 단 한 발자욱의 진전조차 이뤄내지 못한 채 모두가 예상했던 그대로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번 발표가 중간 수사 결과이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윤회 씨 등을 고발한 사건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언론사 기자를 고소한 사건 등이 검찰에 계류 중에 있으므로 앞으로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 같습니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은 '찌라시'이고, 문건 유출은 '국기 문란'이라는 결론을 검찰이 서둘러 도출해낸 상황이기에 이후 수사 역시 실체적 진실 규명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읽힙니다.  

 

청와대가 6일 이에 대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몇 사람이 개인적으로 사심을 갖고 나라를 뒤흔든 일이었노라며 늦었지만 다행이라 생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믿는 국민들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정권은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툭하면 개인적 일탈로 자신들의 치부를 덮으려 시도해왔기 때문입니다. 

 

수사 결과가 애초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고스란히 맞춰진, 즉 국정개입 의혹이 아닌 문건 유출 수사에 초점이 맞춰진 형태인 데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 듯한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정권의 위기 국면마다 끄집어내며 위기 탈출 용도로 활용해왔던 그 '개인적 일탈' 카드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재활용한 것으로 비칩니다.  창의력이 딸려 그런 건지 아니면 더 이상의 방도가 없어 그런 건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거나 이러한 행태, 이젠 지겨울 정도입니다.

 

청와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검찰이 그에 맞춰 수사결과를 내놓고, 청와대는 스스로 이번 사건의 논란으로부터 부담을 덜게 됐다며 자평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만, 사전에 치밀하게 짜여진 각본에 따라 이뤄진 듯한 수사 결과를 놓고 보건대, 국정농단의 의혹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일이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싶은 생각을 절로 들게 하고 있습니다. 



정윤회 씨나 박근혜 대통령 본인은 이번 논란을 이렇듯 청와대 직원들의 개인적 일탈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일단락지으며 애써 그로부터 부담을 떨쳐내고 싶어합니다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고귀한 한 생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정신착란 증세마저 보이며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가 밝히고 있듯 몇 사람의 개인적 일탈에 의한 단순 해프닝으로 이번 사건을 덮고 가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여전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숨진 최 경위와 한 경위가 언급했던 청와대의 회유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는 이번 발표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보다 더 중요한 사안이 어디 있을까요?  만에 하나 청와대의 회유가 사실이었다면 이번 중간수사결과는 알려진 내용과는 전혀 다른, 치명적인 결함을 안을 개연성이 농후하기에 사안이 꽤나 중대하게 와닿음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나 검찰은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정윤회 씨는 변호인을 통해 “희대의 국정 농단자라는 오명을 벗게 돼 너무나 다행”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청와대의 입장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미 사전에 교감을 나눈 듯한 멘트로 읽힙니다.  하지만 이는 당사자들의 희망사항일 뿐, 국민들의 생각은 그와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현 정권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나라 전체를 커다란 혼란에 빠뜨리게 한 중차대한 사건을 이렇듯 가이드라인에 맞춰 대충 종결짓고 부담감에서 벗어났노라고 스스로 외치고 싶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기엔 많은 부분이 석연치 않게 다가옵니다.  권력의 힘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사 결과를 짜맞추는 일은 얼마든 가능할지 몰라도 진실은 영원히 감출 수 없는 법입니다. 

 

개인적 일탈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하다 자칫 발목이 제대로 잡히게 되고, 그 때문에 권력 유지가 무척이나 힘겨운 과제로 둔갑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테니 결코 용납할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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