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광장으로 나온 '일베' 대한민국을 조롱하다

새 날 2014. 9. 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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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 농성을 폄훼하고 조롱할 목적으로 자칭 보수들이 나서 폭식 투쟁을 전개하겠노라는 선언을 했던 적은 몇 차례 있었지만, 여론의 뭇매에 의해 대부분 성사되지 못했다.  물론 '김진요'의 치킨 퍼포먼스나 '공화당'의 단식 실험 따위의 행위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진행됐지만 말이다. 

 

이번엔 자칭 애국 보수를 표방하는 '일베'가 나섰다.  9월 6일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장인 광화문 광장에서 먹거리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예고가 온라인 상에서 떠돌더니,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이날 실제로 개최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은둔하던 '일베'가 드디어 광장으로 뛰쳐 나왔다.

 

ⓒ머니투데이

 

이들은 피자와 육개장 김치 등을 사전에 준비해 놓은 채 회원들끼리 함께 나눠 먹거나 주변의 시민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기도 했다.  광화문 광장은 시민의 것으로써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일부 세력에게 빼앗긴 채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 시민에게 되찾아 주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는 게 그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취지와 포장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춰보면 이들의 행위가 조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치권과 대통령의 외면으로 특별법 제정이 이뤄지지 못해 추석 명절 연휴마저 차가운 광장의 바닥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게 됐다.  연중 가장 풍요롭다는 추석에 조상들의 음덕을 기리고 함께 준비한 음식을 나눠먹는 일조차 이들에겐 사치인 셈이다.



자식을 잃은 데다 추석을 각자의 가정에서 지내지 못한 채 음식마저 섭취하지 않는 이들 앞에서 피자 등을 잔뜩 준비해 와 함께 나눠 먹는 행위는 누가 보더라도 조롱에 불과하다.  이들의 행위가 마치 시민을 생각하는 양 비록 값비싸게 포장돼 있지만 싸구려에 지나지 않음은 또 다른 행위들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들은 이날 행사 중 이미 고인이 되신 김대중 노무현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욕을 함께 부르짖거나 노무현 대통령의 생전 육성으로 편집한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기도 하며 사자(死者)를 마음껏 능멸했다.

 

표현의 자유도 좋고,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행위 또한 모두 좋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이 사람들의 보편적인 사고와 감정의 범주를 벗어난 비인간적인 수단이라면 이는 지탄을 받아야 함이 마땅할 테다.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가 아무리 옳다 한들 이렇듯 그 수단과 표현 방법이 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그릇된 행위라면 그에 따른 대가는 스스로가 달게 받아야 한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왔다며 환호성을 지르기 이전에 자신들의 일탈 행위가 이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게 될지를 먼저 염두에 두시라.

 

ⓒ인터넷 커뮤니티

 

9월 6일은 일베에게 있어 매우 상징적인 날이 될 듯싶다.  일종의 커밍아웃을 선언한 셈이니 말이다.  그동안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했던 탓인지 자신들에 대한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던 그들이다.  개인의 일탈 내지 온라인 상에서의 파렴치한 행위로 늘 논란의 중심에 서 왔고, 사회적 골칫덩어리로 낙인 찍혀왔던 그들일진대, 이제 그들만의 울타리를 벗어나 드디어 광장에 선 것이다. 

 

그들은 광장에 함께 모여 손가락을 이용해 단체로 일베 마크를 그려 보이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세상에 과시했다.  스스로는 자부심에 어쩔 줄 몰라했겠지만, 이를 지켜 보는 이들은 아마도 그들의 광기에 섬뜩함을 느껴야 했을 테다.  자신들의 모습을 밖으로 한 번 드러내기가 힘들 뿐 일단 나오기 시작한 이상 앞으로 이들의 오프라인 활동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활발하게 이뤄지리라 예상된다. 

 

온라인과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뛰쳐나온 일베, 이날이 그들에겐 매우 역사적인 날이 될지 몰라도, 반대로 개인적 일탈 및 온라인 상에서만 봐오던 이들의 정신나간 망동을 이젠 광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한 느낌에다 작금의 행위 이상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철저하게 조롱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될 것 같아 적이 안타깝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일탈과 자극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 그들의 속성상 회원들끼리 서로 간에 힘을 북돋워가며 단순한 일탈 행위로 그치지 않고 점차 폭력적인 양상으로 치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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