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비정한 대통령.. 국민이 떼 좀 쓰면 안 되는가?

새 날 2014. 8. 2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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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고 간 발언이 새삼 화제다.  이 자리에선 아마도 친이계와 친박계가 세월호 특별법의 해법을 놓고 설전을 벌인 모양인데, 역시나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자 입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의 대통령을 향한 애정엔 변함이 없어 보였다.  또 다시 대통령의 편을 들고 나선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대통령 역할론을 일언지하에 일축했다. 

 

"국회에서 할 일을 전부 대통령 보고 해 달라는 것은 이제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고를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엄마에게 떼를 쓰면서 골라달라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다"

 

이정현 의원의 발언이다.  이는 같은 날 청와대에서 있었던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박 대통령 발언과 궤를 함께한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JTBC 방송화면 캡쳐

 

"의회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엄중한 책임이 있고, 의회 민주주의는 개인과 정당을 뛰어넘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한다.  지금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아 국민안전 업무도 과도기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발언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주장하며 국회일정을 보이콧하고 있는 야권을 에둘러 비판하면서 민생법안에 대해 이를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해 줄 것을 재차 촉구하는 모양새로 읽힌다.  하지만 세월호와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혹시나 일말의 기대를 걸며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았던 이들에겐 찬물을 확 끼얹는 꼴이 돼버렸다. 

 

40여일동안 단식 농성을 해왔던 유민아빠의 면담 요구, 그리고 청와대 앞에서 노숙하며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이나 세월호 대치정국을 풀기 위해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했던 야권 및 여당 일각의 요구는 또 다시 철저하게 묵살된 셈이다.  아니 오히려 이들을 엄마에게 떼 쓰는, 철없는 아이로 비유하는 만용마저 부리고 있었다.  이정현 의원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너무 바빠 세월호 유가족을 못 만난다고 했던 장본인이다.



또 다시 유체이탈 화법을 꺼내든 대통령에게 정말 화가 난다.  이쯤되면 불통을 넘어 비정함의 극치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생각나질 않는다.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의회는 국민에게 위임받았고,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하는 게 분명 맞다.  하지만 의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을 때 상호 견제와 균형을 맞춰 주어야 하는 건 다름아닌 행정부가 되어야 할 테다.  그의 수반이자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위임받은 직책이 아니었던가?  아울러 대통령이야말로 편 가름 없이 모든 국민을 향해야 하는 게 아닐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공(功)이 되고 치적을 쌓을 만한 일에만 매달리고, 이렇듯 골치 아프거나 회피하고픈 건에 대해선 모든 게 국회의 책무라며 오롯이 의회에만 책임을 떠넘긴 채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게 제대로된 대통령의 역할일까?  민생을 이야기하기 전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부터 지켜주어야 하는 게 수순 아닐까?  

 

그러나 대통령의 불통과 유체이탈 화법은 그녀의 바램과는 정반대로 정국을 더욱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은 이제 한 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5일 새누리당에 '3자 협의체 수용'이란 최후통첩을 전달하면서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고강도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가뜩이나 실종된 정치가 대통령의 비정한 불통 통치 스타일에 막히며 더욱 갈 길을 잃는 형국이다.  

 

ⓒ한겨레신문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아무도 진실을 밝히려 하지 않는 몰상식한 대한민국, 40여일째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가고 또 청와대 앞에서 노숙하며 면담을 요청해도 묵묵부답인 대통령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 떼 좀 쓰면 안 되는가?  이를 보듬어 줄 포용력조차 우리 대통령에겐 없단 말인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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