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의 읍소가 어이없는 이유

새 날 2014. 4. 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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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정부 비판 보도 자제를 요청하는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1일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고조될 조짐이 있자 이 같은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 번 도와주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뒤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격려해야 하는 시점이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입니다.

 

청와대 이 사람들 과연 제 정신인가?  여지껏 박근혜 정권에 대한 언론들의 우호적인 행태에 너무 취한 탓인지 이런 상황마저도 국가 운운하며 자신들 편에 서달라고 읍소한다.  모든 게 자신들의 의지대로 돌아가니 이젠 정말이지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란 말은 지극히 잘못된 표현이며, 실은 대통령과 청와대가 곤란한 상황이란 표현이 보다 적확하지 않을까?  

 

ⓒ연합뉴스

 

이정현 홍보수석이 밝힌 현재의 어려움이란 대통령 스스로 자초한 경향이 크다.  국가적 재난 상황 앞에서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선 털끝만큼도 인정함이 없이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을 통해 오로지 남탓만을 하고 있으며, 이번 참사의 모든 원죄를 사고 관련자들에게만 모두 돌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집단 상실감과 우울증에 빠진 대한민국 국민들의 아픔을 달래주기는 커녕 대통령 자신의 심기가 불편하다고 하여 정제되지 않은, 국민들이 듣기에도 매우 꺼림직스런 단어들을 섞어가며 아랫사람들과 사고 관련자들을 윽박지르고만 있다.  오로지 대통령 자신의 응어리진 감정만 해소하면 그만인 듯한 행태다.  국민들의 감정 따위는 애초부터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란 의미다.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렵고 대단한 일일까?  하기사 평생 남에게 머리를 숙여본 일 없었을 우리 대통령에게 있어 어쩌면 다른 무엇보다 사과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내가 아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한 번 도와달라는 읍소를 청하기 전에, 국가가 힘들고 어렵다는 핑계에 앞서, 작금의 어려움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인자가 과연 무엇일까를 먼저 고민하고 그의 해소를 위해 노력했어야 함이 옳다.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노력을 경주한 뒤에 거꾸로 그때 가서 한 번 도와달라고 읍소해도 충분했을 테다.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의 그분들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으려 하면서 언론에게 이러한 문자를 보낸다는 것은 책임 따위는 회피한 채 언론에 영향력을 행세하여 여론을 호도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가 아니면 과연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이정현 수석의 행태가 잘못됐다라는 것은 최근 조사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서울신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진도 방문 직후인 지난 18일 71%까지 치솟았었던 것이 23일엔 56.5%로 곤두박질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박 대통령 지지율 관련 여론조사는 여전히 논란거리임에 틀림없다.  우선 이런 상황에서도 71%까지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은 기괴한 현상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테니 말이다.  아마도 대통령의 계속되는 뻣뻣한 행보는 이러한 든든한 배경을 등에 업고 있는 탓이 클 게다.

 

물론 이 역시 25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국방문과 세월호 참사의 수습이 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이뤄질 개각 쇼 앞에서 지지율은 또 다시 춤을 추며 잠시 주춤했던 고공행진을 이어가리라 예상한다.

 

이정현 수석의 이번 읍소도 그간 잘 관리돼왔던 대통령의 지지율 유지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강할 테다.  '국민이 안전한 나라'를 외쳐오던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 상황 앞에서 자신의 책임은 모두 회피한 채 그저 남탓만을 일삼고,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선 언론을 압박해가며 인기 관리에만 여념이 없는, 참담한 현실을 보고 있자니 정말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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