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유출 현장 방문한 윤진숙 장관의 태도, 경솔했다

지난달 31일 여수 낙포 2부두에서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이 배를 정박하다 육상의 잔교와 충돌하며 여수산단과 연결된 송유관 3개가 파손돼 발생한 여수 원유 유출 사고, 관계 당국과 피해지역 주민들이 본격적인 방제 작업에 나서며 큰 기름띠 대부분이 제거되는 등 조금씩 호전돼가고 있지만 아직 마음을 놓을 개재는 아니다.  

 

여수 기름유출사고 방제작업 분주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나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기름 유출량조차 규명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는 정부의 모습이 여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고직후 800 리터에 불과하다던 원유 유출량은 단 하루만에 1만 리터를 넘어설 것이라는 해경의 추정치가 등장하며 사고 규모가 정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마저 내비쳐졌다.

 

현재 얇게 형성된 유막이 사고 현장에서 수십 km까지 퍼진 것으로 알려져 오염 확산이 현실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 방제 작업을 하는 피해 주민 등은 정부의 발표보다 실제 기름 유출량이 훨씬 많을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현재로선 2차 피해 예방에 사활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이번 원유 유출사고의 가장 큰 피해 지역으로 알려진 신덕마을은 지난 1995년 씨프린스호 기름 유출 사고 당시에도 피해를 입었던 지역으로서 두 번씩이나 닥친 재앙으로 인해 해당 주민들은 시쳇말로 멘붕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이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일 이곳 신덕마을을 찾아 복구 현황을 점검하고 방제 작업에 나선 이들을 직접 격려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의 피해현장 방문 그러나..

 

우선 설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몸소 현장으로 뛰어든 장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직접 피해를 당한 신덕마을 주민들의 입장에서나 또는 직접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 국민들의 시각에서나, 모두에게 충분히 눈쌀을 찌푸리게 할 만한 현장에서의 윤 장관의 태도 하나를 콕 집어주고픈 심정이다.

 

ⓒ경제투데이

 

신덕마을은 현재 마을 전체가 기름 유출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해 악취로 진동을 하고 있단다.  그 때문이었는지 현장을 방문한 윤 장관조차 손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지휘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악취로 인해 자연스레 손길이 코와 입으로 가게된 것이라면, 조건반사와도 같은 행동인지라 의식에 따르는 행동 범주를 벗어난, 어쩔 수 없는 측면으로 엿볼 수도 있겠다.

 

그도 아니라면 혹여 이번 기름 유출 사고의 폐해를 국민들 앞에 보다 생동감 있고 적나라하게 묘사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게 한다.  그 정도로 윤 장관의 태도가 다소 상황에 걸맞지 않은, 생뚱맞게 비쳐졌다는 의미이다.

 

물론 내가 현장에 없었을 뿐더러 윤 장관의 생각을 알 수조차 없는 노릇이기에 당시의 상황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전자였든 후자였든 아니면 정말로 콧속으로 파고든 악취가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던 탓에 나타난 의식적인 행동이었든, 피해 현장에서 주무 부처의 수장인 장관으로서 보여준 행동치고는 무척이나 경솔했던 동작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는데.."라는 현장에서의 발언은 두고두고 회자되며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사안으로 읽힌다.  설사 윤 장관의 속내가 그러한 뜻이 아니었든, 아울러 여느 때와 같이 앞뒤 상황을 다 떼고 특정 발언만을 문제 삼기 위한 계략이 숨겨져있든 그렇지 않든, 두 차례의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을 피해 지역 주민들 앞에서 튀어나올 발언이 결코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적어도 장관 정도 직위의 인물이라면 아무리 견디기조차 힘들 정도의 악취가 진동하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현장에서 땀을 쏟으며 방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과 마을 주민들의 어려운 처지를 고려해서라도 이를 의식함이 없이 의연하게 현장 상황을 돌아보며 방제 작업에 애쓰고 있는 이들과 두 번째의 재앙 앞에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을 마을 주민들을 위로했어야 함이 상황에 걸맞으며 올바른 태도 아니었을까 싶다. 

 

2차 피해 예방 위한 방제 작업과 피해 보상에 적극 나서야

 

때문에 이후 윤 장관이 아무리 좋은 취지의 대책 마련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의지를 보인다손쳐도, 가뜩이나 코와 입을 막은 채 인상 찌푸리며 마지못한 표정으로 찾은 피해 현장이었고, 심각하지 않은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표현 속에서, 이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명절 연휴에 터진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연휴를 반납하면서까지 찾은 사고 현장이었거늘, 단 한 차례의 상황에 맞지 않은 동작과 실언 하나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윤 장관의 열정과 노고에 그만 옥에 티가 돼버리고 만 듯싶다.  안타깝다.

 

애초 이번 사고의 규모를 실제보다 훨씬 작게 추정한 정부이기에 대형사고였던 씨프린스호나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와 달리 적극적인 개입은 없을 듯싶다.  안타깝게도 윤 장관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장을 방문했던 윤 장관, 보상문제는 원유사와 보험회사가 해야 할 몫이라며 일찌감치 선을 긋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앞선 사고에서도 봐왔듯 보상의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지난한 소송전으로 인해 해당 피해지역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피해 보상문제는 방제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는 시점이 돼야 논의가 가능할 것이기에 우선 방제작업과 기름 찌꺼기 제거 작업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2차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할 테다.

 

뒤이어 전개될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도 사고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고통을 겪고 있을 피해 지역 주민들의 시름을 덜어주어야 한다.  괜한 동작과 실언으로 가뜩이나 고통을 겪고 있을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을 가하는 우를 범해선 절대 안 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