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코알라> 꽐라는 청춘들만의 특권이다, 누리자!!

새 날 2013. 10.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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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꽐라'라고, 젊은이들 사이에 통용되는 은어가 있다.  '술이 떡이 되도록 먹다'라는 의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툭하면 꽐라가 된다.  소주와 맥주를 혼합한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거나 소주를 생맥주 잔에 부어 마시기도 한다.  이를 보는 사람이 아찔할 정도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토록 몸을 혹사시킬 정도로 술을 들이붓고 있는 걸까?  술은 일종의 성장통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반대로 잘 풀릴 때면 어김없이 술이 등장하여 이들을 꽐라가 되게 한다.  꽐라는 2,30대 젊은이들의 성장 자양분인 셈이다.

 

 

동빈(박영서 분)과 종익(송유하 분)은 연기 지망생으로서 연기 학원에서 우연히 만나 우정을 싹 틔운다.  두 사람은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절대 연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굳은 약속을 한다.  그러나 세상 일은 뜻대로만 되지 않는 법, 동빈은 벌써부터 연기를 접은 채 평범한 회사원이 되어 있었고, 종익은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지만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수많은 연기자 중 하나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생활하고 있던 그들, 어느날 우연히 만나게 되고 심드렁한 현재 생활에서 탈피하고자 공동 창업을 모의하며 이내 실행에 옮긴다.  1년 전부터 창업을 준비해 온 동빈은 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탈탈 털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수제버거집을 차린 동빈과 종익,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는데...

 

 

연기자들의 얼굴이 모두 생소하다.  흡사 연기자가 아닌 일반인 같은 느낌이다.  더군다나 창업시 실제 겪을 수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어 더욱 생생하다.  동빈을 돕겠다며 자처한 지인은 오히려 동빈과 종익의 등골을 빼먹으려는 악마로 돌변하고,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갑과 을의 관계 또한 여지 없이 드러난다.

 

경영이란 아무리 조그만 구멍가게라 하더라도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야 하는, 무척이나 고된 과정이란 사실을 영화는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 영화의 매력은 메시지 전달을 위해 억지스런 장치를 사용치 않고, 마치 우리 생활에서 실제 일어날 법한 소소한 일들을 요것 조것 양념쳐가며 자연스레 봬주고 있다는 대목이다.  때문에 배우들의 낯선 얼굴은 오히려 장점이 된다.

 

 

작은 수제버거집 운영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예측불허이자 그야 말로 버라이어티하다.  안타까움에 속을 타게 하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처음부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곳곳에 웃음코드를 버무려 놓아 영화 관람 내내 유쾌한 감정이 들게 한다.  힐링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도 싶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네, 과연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고, 창업이든 다른 것이든 도피 행각을 꿈꿔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영화속 젊은이들은 이를 몸소 겪으며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꽐라는 바로 그들이 성장해 나가는 데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양념이자 영양소다.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을 보며 큰 기대를 하고 보았으나 엄청난 실망만을 안겨주는 영화가 있는 반면, 감독이나 배우들이 낯설고 처음 보는 이들이라 별로 기대를 않았지만 의외로 재밌게 와닿는, 흙속에 묻힌 보석 같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아마도 후자에 가까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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