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회심의 NLL 물타기 신공, 당신들이 이겼다?

새 날 2013. 6. 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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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한 편의 완벽한 블랙코미디다.  어이없음에 그저 헛웃음만 나오려 한다.  시쳇말로 징해도 너무 징하다.  정말이지 그들의 치졸한 술수에 할 말을 잃게 한다.  떡밥 하나는 근사한 놈으로, 제대로 택한 듯싶다.  일단 그들이 의도했던 물타기 신공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세상은 갑자기 시의성이라곤 털끝 만큼도 없는, 온통 NLL 천지가 돼버렸으니 말이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노릇일까.

 

NLL 관련 회의록 공개, 물타기 신공

 

집권세력이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인 총 공세에 나섰다.  24일이 당췌 무슨 날이었길래 이들이 한꺼번에 집안잔치(?)를 벌인 걸까?  63주년 6.25전쟁 전날?  아니다.  아무래도 이건 아닌 듯싶다.  좀 더 다른 의미를 부여해 보자.  박 대통령 중국 방문 사흘 앞둔 날?  그래 이게 좀 더 현실적일 듯싶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국정원 국기문란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나흘째 되는 날?  촛불집회가 두렵긴 한가 보다.  물론 시기적으로는 대통령의 중국 방문 전 확산일로에 있는 국정원 국기문란 사태를 조용히 잠재워 자칫 불행의 단초가 될지 모를 불씨 제거를 노린 포석일 수도 있겠다.  이후 대통령의 방중 효과를 부각시킨다면 그들이 노린 국면 전환에 완전 성공하는 셈이 될 테니.

 

 

새누리당은 국정원 선거개입 국정조사로 점차 수세에 몰리자 최근 뜬금 없이 NLL 카드를 만지작거리더니 지체 없이 이를 물타기 전술에 투입시킨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의 결정적인 도움을 받게 된다.  웃긴 건 이번 국정원 선거개입 사태의 진원지이자 당사자인 국정원 스스로 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전격 공개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국기문란 사태를 성토 받아야 할 대상이 스스로 이를 덮으려 시도한, 자작극이자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아 말 그대로 어이를 상실케 한다.  물론 국정원 스스로 결정한 일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배후엔 모종의 권력기관이 연루되어 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정황상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러하든 아니든 국정원의 처신에 대해선 적법성 여부와 함께 또 다른 정치 개입 의혹 파장을 불러올 듯싶다.



박 대통령 드디어 입 열다 그러나

 

행정부 수반이자 국정 최고 책임자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국기문란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며, 그들의 총 공세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청와대에 서한을 보내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 수용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하자 그에 대한 화답 차원이었다.  이제껏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던 과거의 행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은 아예 작심한 듯 입을 뗀 것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국정원이 왜 그런 일을 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아울러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어떤 도움을 주지도, 국정원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선긋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말이 100% 사실이라 치자.  비록 본인이 몰랐다 하더라도 현재는 국정 최고 책임자이자 당시엔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으로서 책임이 없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될 법한 소리인가.

 

권력기관들의 이러한 일사분란한 움직임에 경찰도 빠질 순 없었는가 보다.  국정원 정치공작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참여연대가 신고한 집회를 경찰이 금지 통보해온 것이다.  명백한 집회 및 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 행위다.

 

그들의 노림수

 

시의성 없는, 뜬끔없는 NLL 관련 회의록 카드를 빼어든 것에 대해 논란과 진위 여부를 떠나 집권세력이 이를 국면 전환용 물타기로 활용했다는 부분에서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행정부, 집권여당, 국가정보기관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일사분란한 움직임을 보인 것을 보니 무언가 커다란 노림수가 있는 듯하다.

 

때는 바야흐로 호국영령의 달이자 6.25전쟁 기념일 전후다.  안보 장사에 이보다 좋은 시기는 없을 것이란 판단이 섰을 듯싶다.  안보 논리를 내세워 보수세력의 결집효과를 노린 것이다.  가뜩이나 국정원사건의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촛불집회 세력과 이를 반대하는 자칭 보수세력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맞불을 놓으며 균형추를 한쪽으로 기울게 하려는 의도이다.  이 과정에서 촛불은 자연스레 사그러들 것이라 예상했으리라. 

 

정치판을 아귀다툼의 장으로 만들고, 정쟁으로 얼룩진 정치권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 혐오증을 유발, 현 정치 상황에 등을 돌리게 만드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국정원 사태 정국을 NLL정국으로 물타기하여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은근슬쩍 피해가려 하는 속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 당신들이 이겼소.  당신들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졸하고 저열한 술수에 진정 경의를 표하는 바요.  이번에 대충 물타기하고, 곧 이어질 박 대통령의 방중 효과로 국정원 사태를 확실히 잠재울 수 있으리란 확신이라도 서신 모양이지요?

 

하지만 집권세력의 이러한 총 공세에도 불구하고 24일 역시 전국 곳곳의 광장에선 국정원 사태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메아리쳤고, 촛불은 계속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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