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셀프사과? 우습다,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새 날 2013. 5. 1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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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지난 10일 밤 늦게 이남기 홍보수석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형식적인 사과 형태와 그 대상 때문에 정작 박 대통령 및 청와대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전혀 깨닫고 있지 못한 것 아니냐 하는 인상을 심어주며, 오히려 국민들로 하여금 더 큰 분노를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다.

 

  형식적인 셀프사과

 

아래는 이 홍보수석의 사과문 전문이다.

 

먼저 홍보수석으로서 제 소속실 사람이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고 죄송스럽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사건의 내용을 파악한 직후, 대통령께 보고드렸고, 그 즉시 조치를 취했다는 점과 앞으로 미국 측의 수사에 대해서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입니다. 대단히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이번 방미일정 막판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너무나 안타깝고, 이번 방미를 성원해주셨던 국민 여러분과 동포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단 네 문장으로 이뤄진 사과문, 당장 지난 3월 30일 청와대가 인사 참사와 관련하여 비서실장 명의로, 김행 대변인의 입을 통해 대독했던 17초짜리 두 줄의 사과문이 연상된다.  사과문에선 이번 사건에 대한 발빠른 즉각 조처로 자신들의 할 일은 다 했노라는 식의 태도가 묻어 나와 어이를 상실케 한다.  아울러 사과 대상, 국민과 대통령을 동시에 넣었다는 부분도 우습다.



한 마디로 국격을 심하게 훼손시킨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 자신들은 할 일을 다했다?  다만 윤창중 전 대변인이 자신 관할의 소속 직원이기에 그에 따르는 도의적 사과일 뿐이다?  대통령 자신은 잘못이 없으니 사과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에게 할 사과라면 조용히 개인적으로 찾아가 하면 될 것을 왜 국민들 앞에서 요란법석 떨어가며 해야 했을까?  왜?  과연 이 사과문이란 게 사과문이란 형식을 빌리긴 하였지만, 진짜 사과인 건지 아님 변명인 건지 여전히 헷갈린다.  최소한 내 느낌은 그렇다.

 

  국제적인 망신, 국격 추락

 

윤창중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호가 국제적인 망신을 톡톡히 당하고 있다.  예견됐던 일이다.  가십거리 좋아하는 주요 외신들이 이번 사건을 앞다퉈 비중있게 보도하고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 "이번 일은 취임 이후 수 차례 고위 공직자 임명에 실패한 박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

 

CNN : "고위 공직자로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

 

영국 데일리메일 : "한국 대통령이 대사관 인턴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대변인을 해고했다. 그는 성공적인 미국행에 도취해 만취한 상태였다"

 

프랑스 AFP통신 : "박 대통령이 미국 순방 일정 중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대변인을 경질했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과 동행하지 않고 8일 홀로 귀국해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RTT뉴스 : "윤 대변인이 미국 순방 일정 중 성추문으로 경질돼 야당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쯤되면 그동안 박 대통령이 그 무엇보다 공을 들이며 준비해 왔던 미국 방문에 따른 성과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지며 묻혀버릴 기세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이렇듯 해당 사건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식적이며 어정쩡한 사과문 발표로 일관하고 있는 청와대가 어찌 야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건 전모 밝히고 대통령이 직접 사과 나서야

 

이번에도 박 대통령은 청와대 홍보수석의 뒤로 몸을 숨겼다.  지난 3월 30일의 대변인과 비서실장 뒤에 몸을 감췄던 형태와 같다.  대통령은 과연 청와대 홍보수석의 형식적인 사과만으로 이번 사건을 무마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만일 그렇다면 큰 판단 착오다.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를 받아야 할 주체가 아니라 엄연히 국민들 앞에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할 주체다.  홍보수석의 몸 뒤에 숨는 행위는 너무도 비겁하다.  혹여 청와대 홍보수석의 사과를 통해 대통령 또한 이번 사건의 피해자에 불과하며, 이를 면피해보려 했던 정황이라면, 이것이야말로 커다란 상황 판단 착오다.

 

수많은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사람이 바로 윤창중 아니었던가.  그에 따른 책임, 명백히 대통령이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  국격 추락으로 격앙되어 있을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는 유일한 길이다.

 

아울러 현재 윤창중의 성추행 행위 자체에 대한 의혹뿐 아니라 그의 급작스런 귀국에 얽힌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르는 각종 의혹들을 철저히 까발려 국민들 앞에 낱낱이 밝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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