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힘 윤석열 후보의 호남 발언.. 이래서 잘못됐다

새 날 2021. 12. 24.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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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지역 민생 탐방을 연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지난 23일 오후에는 국민의힘 전남 선대위 출범식 참석을 위해 순천시 모 호텔을 방문,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우리 호남 분들이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지지를 하지 않으셨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는 이에 덧붙여 "정권교체를 위해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며 공개적으로 호남인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를 실패한 정권이라 규정 지으며, 그 원인이 민주화 운동 세력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5월 이후 문재인 정부가 잘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국민 중론"이라며 "시대착오적인 이념으로 엮이고 똘똘 뭉친 소수의 이너서클이 국정을 돌아가면서 담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80년대 민주화 운동하신 분들도 많지만 그 민주화 운동이 그야말로 자유 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하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온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 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이 정권만큼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소수의 이권 기득권 카르텔이 엮여서 국정을 이끌어 온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이날 발언은 부인 및 장모 리스크, 그리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부상한 뒤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실언 파문에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의 이재명 후보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두 후보 간 격차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외연 확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나왔다.

 

@뉴시스

 

하지만 이번 발언은 여러모로 적절치 못하다. 국민의힘이 얼마 전 사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정치 이념과 궤를 같이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 집단이라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이를 입증하듯 불과 2년 전, 그러니까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 시절, 당시 소속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및 왜곡 발언에 나서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좀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비슷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지속적으로 2차 3차 가해를 한 셈이다.

 

그러니까 윤 후보의 주장처럼 국민의힘이 그동안 호남에 제대로 못한 탓에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지지를 하지 않은 게 아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수 차례 당명을 바꾸며 물타기를 시도했다. 이른바 이미지 변신을 꾀한 것이다. 그러나 본질에는 변함이 없다. 앞서 사례로 든 소속 의원들의 5.18 폄훼 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윤 후보는 호남에 지지를 호소하기에 앞서 가해자로서 피해자를 진정성 있게 보듬는 일부터 선행해야 한다.

 

더불어 정권교체를 위해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노라는 윤 후보의 주장은 그 역시 국민의힘이 수권 정당으로서의 자질이 여실히 부족하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정당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저격에 나선 셈이니 국민의힘의 입장에선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일 듯싶겠고, 국민들에겐 한 편의 드라마틱한 코미디로 다가온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가 잘한 것이 없다는 게 중론이며 실패한 정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한 12월 둘째 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평가에 따르면 긍정평가가 40.5%에 달한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 조사에 의하면, 김영삼 대통령의 집권 5년차 1분기 평균이 14%, 노무현 대통령 16%, 이명박 대통령 25%, 김대중 대통령이 33%였다. 즉,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임기말 평가가 가장 높다. 레임덕 없는 유일한 대통령이다. 

 

윤 후보의 민주주의에 대한 시각 또한 문제다. 지금 우리가 향유하는 민주주의는 전두환 군사정권에 항거한 시민들에 의해 태동했다. 1987년 체제를 근간으로 한다. 윤 후보가 국민의힘의 후보가 되어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이념과 사상에 관계 없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윤 후보가 폄훼한 1987년 정치체제가 그 모태다. 자신은 시민들, 즉 그가 언급한 민주화 운동 세력이 피땀으로 쟁취한 민주주의를 정작 마음껏 누리면서도 당시 대의를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한 이들을 폄훼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니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윤 후보는 입이 비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해야 한다. 그의 이번 발언을 놓고 볼 때 현재 한창 논란 중인 부인 및 장모 리스크보다 그에게 잠재돼 있는, 본인 리스크가 되레 시한폭탄처럼 느껴진다. 진영 논리와 관계 없이 윤 후보 그가 대중 앞에서 발언할 때마다 조마조마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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