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토다이 뷔페 사태, 허술한 관리능력X언론매체 콜라보

새 날 2018. 8. 1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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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뷔페 회사가 식재료를 재사용했다는 한 언론 매체의 보도가 나간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은 끝에 결국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건은 손님의 식사를 위해 진열됐던 회나 초밥이 다 소진되지 않을 경우 이를 거둬들여 롤이나 튀김 류로 재사용했노라는 내부 직원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당 뷔페 회사에서 근무하던 조리사들이 직업인으로서 도저히 양심이 허락되지 않아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57조(식품접객영업자 등의 준수사항 등)에 따르면 손님이 먹고 남은 음식물의 재사용은 철저하게 금지돼 있으며, 만약 적발될 경우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지게 된다. 음식 재사용으로 인한 미생물 교차오염, 전염성 질환 확산, 각종 이물 혼입 가능성 등 시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열됐던 뷔페 음식을 재사용하는 건 해당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다. 범법 행위가 아니다. 다만, 먹게 될 음식물이 재사용된 식재료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 소비자의 신뢰 측면에서 문제가 될 소지는 있다.



식품은 위생 및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대중들은 식품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부가 법을 통해 이를 엄격하게 통제 관리하는 것도 다름 아닌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이번 사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소비자와 업체 사이에서 응당 형성되어 있을 법한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건 분명하지만, 범법 행위가 아닌 만큼 지금처럼 사태가 크게 불거질 만한 사안인가를 곰곰이 따져보면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진다. 굳이 문제가 되려면 될 수도 있겠으나 애초 그럴 만한 사안이 아닌 것을 언론 매체가 개입하면서 사태를 더욱 부풀려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간 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매체가 특정 방향으로 띄운 여론은, 특히 이번 사례처럼 민감한 사안일수록, 앞뒤 돌아보지 않은 채 비난의 강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정확한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일단 까고 보자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횡행한다. 문득 채널A의 '먹거리X파일' 사례가 떠오르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 TV 프로그램에서 대왕카스테라 제조법이 보도된 이래 전국의 수많은 카스테라 전문점들이 폐업이라는 막다른 상황에 처하게 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제대로 된 확인 절차 없이 편향적이며 선정적인 보도로 일관, 성급한 일반화로 선의의 피해자를 속출시킨 것이다.


토다이 ⓒ연합뉴스


이번 뷔페 사태 역시 언론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보도,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게 아닐까 싶어 우려스럽다. 나는 오히려 해당 회사의 창의적인 조리법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심경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면 자칫 모두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게 될 멀쩡한 식재료를 가공하여 색다른 레시피로 둔갑, 기존의 음식 라인에 없던 새로운 메뉴를 선보인 건 자원을 아꼈다는 측면, 그리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식감을 느끼게 해주었다는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볼 때 굉장히 창의적인 시도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싱싱한 회를 식재료로 사용한 롤은 그 나름의 식감이 있을 테고, 회를 고소하게 튀겨 이를 롤에 활용했을 때에도 역시 그 나름의 고유한 식감을 제공하게 될 테니 소비자들에게는 음식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게 되는 셈이다. 자원도 아끼고 메뉴도 늘릴 수 있으며, 소비자들의 식감까지 고려한, 그야말로 삼박자를 고루 갖춘 제대로 된 창의적인 시도가 아닌가. 우리는 이를 고안한 셰프에게 박수를 쳐주지 못할 망정 언론 매체라는 무시무시한 도구로 여론몰이를 펼치면서 무조건 잘못을 빌고 영업 방식을 바꾸라며 윽박지르고 있다.


먹던 음식을 재활용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해야 할 식재료를 사용한 것도 아니거늘 회사 내부에서만 통용되는 고유한 조리법까지 문제 삼거나 태클을 걸고 나선 게 과연 올바른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번 사태를 빚고 키우게 된 건 애시당초 인력 운용 등 회사의 관리 능력에 빨간불이 들어 왔음을 시사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자업자득에 가깝다는 얘기다. 내부자에 의한 언론 매체 제보가 결정적인 빌미가 되었으니 더더욱 그렇다.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회사에 반감을 지닌 직원들이 몇몇 있었던 모양이다. 직업인으로서 양심이 허락되지 않아 제보했다는 건 매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낸 수사적인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가 앞서도 언급했듯 오히려 셰프의 창의력을 높이 사줄 만한 사안에 가깝지, 언론이 떠들어댈 정도로 양심을 크게 벗어난 행위와는 거리가 멀어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해당 업체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결국 백기 투항했다. 악화된 일방통행식 여론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번 사태는 결국 허술한 내부 경영과 언론 매체라는 가공할 만한 도구의 합작품으로 판단된다. 대중들은 원래부터 대중 영합적이기에 철저하게 그에 따른 것일 테고, 결국 자업자득 위에 언론이라는 양념이 뿌려진 결과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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