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반려견과의 공존, 어렵지 않아요

새 날 2016. 3. 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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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로 접어드니 여러모로 확실히 달라진 느낌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 날씨처럼 낮은 기온에 찬바람마저 쌩쌩 불었건만, 달이 넘어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색을 감쪽 같이 바꾼 것입니다. 버프와 후드티 그리고 패딩까지 완전히 갖춰 입은 제 모습이 왠지 머쓱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퇴근 후 주로 밤 시간대를 활용하여 산책하는 올빼미족이 바로 저입니다만, 덕분에 늦은 시각임에도 하천변의 산책로에는 사람들로 온통 북적이는 모습입니다.

 

물론 사람만 늘어난 건 아닙니다. 반려견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따뜻해진 날씨 속에서 모처럼 주인을 따라 나선 탓인지 녀석들의 움직임으로부터는 왠지 더욱 팔팔한 기운이 엿보이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도래한 모양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들이 주인 앞에서 쪼르르 걷는 모습은 이를 보는 일만으로도 구겨졌던 기분을 활짝 펴게 해주는, 일종의 묘약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애견인의 한 사람으로서 집에 두고 온 우리집 반려견 '미르'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간혹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더군요. 대다수의 견주들은 반려견에게 목줄을 채운 채 조심스레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일부 견주들은 목줄 없이 반려견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채였습니다. 비율로 따져 보니 대략 3할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물론 밤 시각이라 견주 입장에서 볼 때 산책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리라 속단한 탓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장소를 한낮에 산책할 때엔 목줄 없는 개를 거의 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게 합니다.

 

반려견을 조금이라도 위하고 싶거나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견주들의 입장을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아울러 목줄 없이 다닐 경우 과태료가 부과될 수도 있다는 뻔한 말 따위로 이들 견주들의 심사를 뒤틀리게 하고 싶은 마음 또한 추호도 없습니다. 이분들이 이를 모르고 자신들의 개를 풀어놓은 건 절대로 아닐 테니까요.  

 

 

이참에 사람과 동물의 공존에 대해 언급해 보고 싶습니다. 사람과 다른 동물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이란 게 존재하는 데다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배려하는 미덕 또한 절실히 요구됩니다. 물론 이의 책임은 오롯이 견주의 몫입니다. 그 중 하나가 산책시 목줄 채우기입니다. 목줄 없는 개를 일반인이 헤아려주기를 바라는 건 견주의 지나친 욕심일 뿐입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채 '우리집 개는 절대로 안 물어요'와 같은 말을 하는 건 무책임함의 극치입니다.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워 하는 사람들, 의외로 많습니다. 비단 그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닙니다만, 목줄이 없을 경우 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것과 진배없는 탓에 자칫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다름아닌 목줄 채우기입니다. 목줄을 채우지 않은 반려견들의 특징을 보면 대부분 소형견 일색입니다. 견주 입장에서는 작은 개라고 하여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으리라 맹신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대형견보다는 소형견이 사람들에게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건 분명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하여 예기치 않은 일의 발생까지 저절로 예방되어지는 건 결코 아닐 것입니다. 아울러 사람이 아니라 거꾸로 반려견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결국 목줄 채우기는 산책을 나온 사람들을 배려하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반려견을 위한 첩경이기도 합니다. 이는 사람과 전혀 다른 종의 동물이 도시에서 함께 공존해 나가기 위해 정해놓은 최소한의 규칙이자 약속입니다. 만약 이러한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않을 시 사람과 반려견의 공존은 사실상 어렵습니다. 배려라고는 일절 모르는 애견인 및 그들의 개를, 일반인이라고 하여 일방적으로 이를 용납해야 할 이유 따위는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애견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 근래 좋지 않은 방향으로 고착화된 건 이렇듯 순전히 일부 몰지각한 애견인들 때문입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애견인을 향한 곱지 않은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놓는 일반인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하소연은 목줄을 채우지 않는 경우와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등 책임감 없는 민폐 행위와 관련한 사안입니다. 일부 견주들의 눈살 찌푸리는 행위 때문에 모든 애완견 주인이 싸잡아 욕을 먹고 있는 형국입니다. 개를 비롯한 여타의 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반려동물 주인들의 책임감 있는 행위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약간의 희생과 노력이 뒤따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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