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힘들어요 안아주세요' 그런데.. 왜 눈물이 날까?

새 날 2015. 7. 3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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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  그나마 시원스레 비를 뿌리던 장마전선마저 물러가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것입니다.  습도와 온도가 함께 높아질 경우 반드시 따라붙는 게 하나 있습니다.  예, 짐작하신 그게 맞습니다.  바로 불쾌지수입니다.  이 녀석이 창궐하기 시작하면 만사가 다 귀찮아집니다.  열대야로 인해 잠못 이루는 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짜증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방안에선 밤새 틀어놓은 선풍기가 밖이 환해질 때까지 계속 돌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를 틀어놓은 채 잠이 들면 덥고 시원하고의 문제를 떠나 무언가 몸 전체가 좋지 않은 느낌으로 가득합니다.

 

솔직히 오늘은 아무 것도 하기 싫은, 그런 날입니다.  휴가를 앞두고 있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포스팅 또한 쉬려던 참이었습니다.  만사가 귀찮은 오전, 머릿속은 완전히 비워진 채 아무런 목적이나 의식 따위 없이 인터넷상에서 광클릭질로 이곳 저곳을 오가던 중 화제의 유튜브 동영상 하나를 보게 된 건 그나마 천우신조였습니다.  "만약 '고3생이 너무 힘든데 안아 주세요'라고 한다면?"이라는 '몬캐스트'가 제작한 짧은 스낵비디오가 그 주인공입니다.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한 여고생이 거리 벤치에 앉은 채 울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데 한 번만 안아주시면 안 돼요 라고 호소를 합니다.  그랬더니 젊은 여성부터 엄마뻘쯤 돼 보이는 나이 지긋한 여성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그녀를 안으며 토닥여 주었습니다.  심지어 마트에서 물을 사다 주거나 배 고플 테니 뭐라도 먹자며 손을 잡아 끄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는 이들에게 안기자 서러움인지 기쁨인지 종잡을 수 없는 폭풍 같은 눈믈을 연신 쏟아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이가 울며 안아 달라고 호소할 때 주변사람들이 이를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품에 안자 저도 모르게 두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룩 흐르고 있었습니다.  마치 조건반사와도 같은 경험이었습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량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참 주책입니다.  스크린이나 브라운관 속에서의 슬픈 장면에도 웬만해선 눈물을 흘리지 않던 저입니다만, 딱히 슬프다고 할 수도 없는 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다니 말입니다.  도대체 이게 어찌된 연유인 걸까요?

 

그래서 왜 눈물이 흘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비단 수능 100일을 앞둔 아이의 어려운 처지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복합적인 감정과 요소들이 한꺼번에 작용한 듯싶습니다.  뭐랄까, 오늘 처음 만나게 된 낯선 사람이 기꺼이 아이의 힘든 상황을 받아 주고 위로해 주는, 그 따뜻한 마음이 너무 기대 이상으로 반가웠다고나 할까요.  물론 수능을 앞둔 고3이라는 처지가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 아이뿐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어디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문에 어쩌면 저 아이가 위로 받는 순간 저 역시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던 건지도 모를 일입니다. 

 

몬캐스트 스낵비디오 영상 캡쳐

 

사람들은 저마다 속에 많은 것들을 담아 둔 채 웬만해선 밖으로 내색하지 않으려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 양육 문제, 부모님 문제, 가정사, 직장 그리고 먹고사는 문제 등등 무엇 하나 쉬운 일 하나 없으며 날이 갈수록 머리는 복잡해져만 갑니다.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문제들을 누구에게 툭 까놓고 속내를 내비치기도 쉽지 않은 노릇입니다.  수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코앞에 다가온 시험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죠.  하필이면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왜 잠은 자꾸만 쏟아지는 건지, 부모님과 선생님의 격려 말씀이 있긴 하지만, 모두가 그저 그런 뻔한 말들 뿐, 진짜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은 주변에 많지가 않았던 겁니다. 

 

네 맞습니다.  저 아이는 사실 연기를 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 영상의 컨셉이 원래 일종의 실험 카메라이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나중에 한 언론에 이 아이가 직접 나와 인터뷰를 한 내용이 알려졌는데요.  처음엔 연기를 했지만, 안아달라는 자신을 거부하지 않고 위로를 해 주던 생면부지의 시민들 덕분에 실제로 감동을 받고 가짜가 아닌 진짜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뒷얘기입니다.  학생은 오히려 이번 연기를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는군요. 

 

혹자는 설정이고 연기인데 무슨 감동이냐며 이를 폄훼하려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딜 가나 이런 분들은 반드시 계신 법이니까요.  하지먼 전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비록 설정이고 연기면 어떤가요?  이를 통해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현대인들이 위로를 받게 되고, 더불어 감동까지 얻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지 않을까 싶은 겁니다.  아침부터 제 전신을 감쌌던 정체 모를 우울감과 짜증 그리고 분노 따위가  이 영상 하나로 싹 씻겨내려간 느낌입니다.  덕분에 다시 마음의 평안을 되찾을 수 있었네요.  이 영상을 보니 대한민국 사회, 아직은 살 만한 것 같습니다.  더위에 지치기 쉬운 계절, 모두들 이 영상 보시고 위로와 감동, 그리고 기운까지 덤으로 받아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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