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과도한 '일베 현상'은 치유돼야 할 병적 증상

새 날 2015. 7. 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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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치킨이 일베 논란에 휩싸인 채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운영진이 노무현 재단을 직접 찾아 사과했으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진 소비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기만 하다.  이 틈을 이용해 경쟁사들은 네네치킨을 직접 저격한 채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사태로 일파만파 확산돼가고 있는 양상이다.  일개 직원 개인의 일탈 행위에서 비롯된, 그것도 본사가 아닌 지사의 직원에 의해 비롯된 이번 해프닝으로 인해 자칫 회사의 명운까지 가를 상황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른바 '일베 현상 내지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충남의 한 소방공무원 채용 후보자가 일베 회원임을 인증했다가 물의를 빚자 스스로 임용을 포기하는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얼마 전엔 KBS가 일베에서 활동 중이던 기자를 임용하여 거센 비난에 직면해야 했다.  공중파나 케이블 채널을 불문하고 각 방송국마다 잊을 만하면 일베 관련 이미지를 각종 프로그램 제작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방송사고를 일으킨 사례는 부지기수이며,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닌,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여건상 앞으로도 비슷한 사례는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문기자협회보

 

네네치킨 사태를 바라보노라면 대중들이 왜 흥분하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지 충분히 납득 가능해진다.  애초 사태가 빚어진 후 네네치킨 본사가 발빠르게 조치를 취하긴 했으나, 그마저도 부적절함 일색이었던 탓이다.  누가 보더라도 전직 대통령을 의도적으로 조롱하기 위한 시도로 읽히는 해당 이미지를, 서민 대통령과 서민 치킨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을 사용해 제작했다며 내놓은 본사의 해명은 오히려 네티즌들의 화를 더욱 돋운 셈이 돼버렸다.  

 

네티즌들의 불매운동은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한 양태다.  어쩌면 원래의 사건보다 본사가 해명이랍시고 내놓은 사과문 때문에 이번 사태가 더욱 악화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즉 사건의 본질은 일베로 의심되는 조롱 이미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나 이에 대한 본사의 해명이 오히려 괘씸죄를 유발한 형국으로 읽힌다.  이 때문인지 작은 해프닝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반응이라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사회 일각으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한쪽애선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선 과도한 반응이라며 자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래도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들이 모여 제대로 된 방향으로 물길을 터 주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볼 때 지금 당장은 어렵더라도 조만간 네네치킨을 향한 불매운동은 자연스레 수그러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해본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일베'라는 낙인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려진 이상 해당 오명으로부터 벗어나기까지 회사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두 밀할 나위조차 없다.  이러한 노력 여하에 따라 앞으로 네네치킨이라는 회사의 성장 여부도 갈릴 것으로 판단된다.

 

네네치킨 사례만 놓고 볼 때 전직 대통령을 향한 조롱이 대중들의 비난과 분노를 불러일으킬 만큼 잘못된 행동임이 분명하지만, 누군가의 지적처럼 다른 한편으로는 지나칠 정도로 과도한 반응 일색인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비단 네네치킨 건만이 아닌 '일베'라는 용어가 불쑥 튀어나올 경우 일순간 이성을 잃고 마는 네티즌들이 우리 주변에 수두룩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반응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비슷한 사례가 될까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우린 미국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서울신문

 

미국 CNN 방송이 동성애 퍼레이드 현장에 등장한 깃발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깃발로 오인하여 보도하는 방송사고를 내고 말았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CNN은 영국 런던에서 펼쳐진 동성애 단체들의 퍼레이드를 보도하면서 현장에서 IS의 깃발이 발견됐다며 한 특파원에 의해 일종의 특종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그는 퍼레이드 관계자에게 IS 깃발 등장 사실을 알렸고, 근처에 위치한 경찰에게도 해당 사실을 전달했다며 자신만이 이 같은 사실을 알아차린 점 때문에 무척이나 고무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깃발은 IS를 상징한 게 아닌, 동성애 퍼레이드에 참여한 일부 참가자들이 이를 축하하고자 IS깃발을 모방하였고 거기에 성인용품 그림을 새겨넣은 형태로 밝혀졌다.  결국 CNN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며 관련 동영상을 홈페이지에서 모두 내리는 촌극을 빚고 말았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테러 울렁증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요소요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테러의 진원지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IS의 상징 깃발만 나타나도 미국인들의 심장은 쿵쾅거릴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CNN의 방송사고 역시 그들 사회에 내재된 테러 공포증으로부터 비롯된 해프닝의 일단으로 읽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우리가 처한 상황은 사뭇 다르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특정 망령에 시달리며 그에 대한 울렁증을 겪고 있는 현상은 언뜻 비슷해 보인다.  IS 유사 깃발을 보며 심쿵하고 있을 미국인들이나, 일베를 상징하는 이미지 내지 일밍아웃하는 현상만으로도 크게 흥분하며 과도한 반응을 드러내는 우리는 그러한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유사하다.  울렁증 내지 혐오증 그도 아니면 공포증이 그 원인으로 파악된다.  그 때문인지 앞서의 사례와 유사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제아무리 지성인이라 해도 이성적인 판단 따위 모두 마비되기 일쑤다.

 

IS나 일베가 벌여온 망동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둘은 전혀 다른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자극적인 소재로 관심을 유발하려 하는 속성은 무척 닮아 있다.  우리가 전혀 의도치 않았음에도 이들의 행동에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 일종의 병적 증상에 다름아니다.  몰상식한 사회가 이러한 집단들을 만들어낸 셈이자, 또한 그들의 행동에 의해 사회 구성원 다수가 병적 증상을 호소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이를 치유하기 위해선 병의 근원을 퇴치하는 게 수순임이 분명한데,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특정 커뮤니티 따위를 마구잡이로 없애자는 취지는 아니다.  우리 사회를 지극히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되돌려 놓게 될 경우 이러한 병적 증상들은 마치 눈녹듯 자연스레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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