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IS 유사상품 '일베'에 주의해야 하는 까닭

새 날 2015. 2. 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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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받고 싶었다"

 

이는 단원고 교복을 입은 채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하여 국민들을 공분케 했던 일베 회원 김모 씨가 경찰에 자진 출석하여 밝힌 범행 동기다.  결국 주목받고 싶어 하던 한 사람의 단순 관심병이 이토록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빚고 만 셈이다. 

 

그러나 그의 범행은 치밀했다.  해당 게시글을 올리기 한 달 전 단원고생으로의 완벽한 연출을 위해 교복을 중고장터에서 10만원에 구입했고,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또 다른 사람과 이번 범행을 사전 모의했다.  '친구 먹었다'라는 끔찍한 해당 게시글의 제목은 다름아닌 함께 모의했던 그의 작품(?)이란다. 

 

오죽 관심을 받고 싶었으면 단원고생 코스프레를 위한 교복까지 직접 구입해 맞춰 입었을까 싶다.  이쯤되면 단순한 치기를 떠나 일종의 병리적인 행동으로 읽히기에 측은지심마저 들 정도다.  아울러 결과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그가 목표로 삼았던 '관심끌기'의 달성을 위해 눈물날 정도로 노력한 사실 하나만큼은 높이 사주고 싶다.

 

그가 오로지 관심 하나만을 위해 이토록 무리수를 두게 된 배경엔 '일베'라는 커뮤니티의 구조적 특성이 한 몫 단단히 한다.  즉 사용자들의 많은 조회와 추천이 동반될 때 비로소 '일베'라 불리는 인기글 등극이 가능해지는 시스템 탓이다.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은 일정 수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인기게시판에 자동으로 게재된 뒤 '일간베스트 게시판'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추천 수가 1000을 넘으면 해당 게시글엔 마치 훈장처럼 강조 표시가 아로새겨지게 되며 일베 내 인기게시글에 오르게 된다.

 

최근 물의를 빚고 있는 일베 회원 게시글의 빈도가 갈수록 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우리 사회가 수용하기 힘들 만큼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는 이로부터 기인한다.  일베의 구조적 특성상, 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이 그들 뒤에서 계속 떠받쳐 주는 한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피해가기 어려울 듯싶다.

 

그런데 일베의 이러한 특성은 최근 잔혹함으로 볼 때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전 세계에 충격과 분노를 불러오고 있는 IS의 그것과 비슷한 측면으로 읽힌다.  IS의 잔혹성은 참수를 넘어 어느덧 화형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마치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이의 배경엔 일베에서의 '관심끌기'를 위해 보다 자극적인 소재의 게시글로 우리 사회를 놀라게 만드려는 심리와 빼닮은 무엇인가가 있는 듯싶다.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방식이 다름아닌 잔혹함이기에 어느덧 참수를 넘어 화형으로까지 진화했기 때문이다.  일베가 자신들이 올려놓은 게시물에 대중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희열을 느끼듯 IS 역시 자신들의 선전물에 대한 조회수 폭발 등 세계인들의 반응을 보며 승리감에 도취해 있을 듯싶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이와 얼추 비슷하다.  김영미 국제분쟁지역 PD는 5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하여 "IS는 충격적이고 쇼킹할수록 전 세계 뉴스의 초점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IS 각 지부에서 경쟁적으로 충격적인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심지어는 내부 안에서 조회수 경쟁까지 붙었다는 얘기마저 흘러 나온다.  IS가 앞으로 더 잔인하게, 조금 더 충격적인 것을 만들어 냄으로써 더 많은 끔찍한 일들을 벌여 공포의 수위를 계속 높여갈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는 우리가 일베든 IS든 이들의 콘텐츠를 SNS를 통해 이곳저곳 퍼나르기 하며 함께 돌려보는 행위조차 어쩌면 이들을 이롭게 하는 결과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일베와 IS가 닮은 꼴인 이유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단원고 학생 수백명이 숨져간 안타까운 세월호 참사를 그저 추천 받기 위한 수단으로 삼은 단원고 어묵 사건의 용의자 20대 30대 두 사람은 특별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결국 현실에서의 부적응을 온라인상에서의 관심으로 보상 받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얼마전 터키에서 실종되어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측되는 김군 역시 사회성이 크게 떨어져 현실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껴오던 터에 IS의 선전전에 혹해 그쪽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글을 본 기억이 있다.  이렇듯 IS는 선전전을 통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을 마치 진공청소기 마냥 대거 흡수하고 있는 양상이다. 

 

즉 실제로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평범한 젊은이에 불과할진대, 그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며 활발하거나 때로는 자극적인 온라인 활동을 통해 심리적인 위안을 찾는 일베 회원들, 그리고 IS의 전사가 되기 위해 기꺼이 국경을 넘어 이에 새로이 가담하는 전 세계의 청년들 사이엔 이렇듯 묘한 공통분모가 존재하고 있다.

 

ⓒ쿠키뉴스

 

물론 목적과 수단은 상이하겠지만 어쨌거나 테러 행위를 일삼는 행위마저 IS와 일베가 서로 닮아가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지난해 신은미 황선 씨 토크 콘서트 현장에 폭탄을 투척하여 아수라장을 만들었던 일베 고교생의 행위는 IS가 자신들의 종교적 내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전 세계에서 마구잡이로 벌이는 테러 행위와 맞닿아 있다.  그런데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이러한 일베 회원의 테러 행위를 영웅적 행동이었노라며 치켜 세우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어 앞으로 그들에 의해 더욱 부추겨지거나 또는 그들의 직접적인 또 다른 테러 행위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IS의 탄생 배경엔 이슬람교의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및 반목이 큰 축을 이루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영향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너무도 참혹하여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잔인했던 요르단 조종사의 화형 장면은 놀랍게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편집되어 있어 더욱 경악스러웠다.  이들이 단순한 테러조직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IS의 태동 뒤에 숨겨진 진짜 배경이나 의도는 우리로선 알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각종 음모론마저 떠돌아다니고 있는 형국이다.  어쨌거나 특정 국가 내지 세력이 무언가 이득을 얻기 위해 IS를 배후 조종하며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함이 목적이라면, IS는 그의 달성을 위한 덫의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아울러 이러한 점은 일베의 행동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뒤에서 돌봐주거나 비호하며 특정 세력이 그에 따르는 이득을 취해가는 행태와 유사하다.  

 

일베의 거친 망동과 그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여전히 건재할 수 있는 이유는 IS가 활개칠 수 있는 이유와 별반 다를 게 없다.  IS가 현재 전 세계를 혼란과 광기 속으로 몰아넣고 있듯, 비록 처음엔 단순한 '관심끌기'의 치기로부터 비롯됐을 법하지만, 일베 역시 우리 사회를 더욱 커다란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가 IS를 주의해야 하듯 그의 유사상품 일베 또한 주의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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