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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

부채의식 일깨우는 5월 광주 '소년이 온다'

동호는 15세에 불과한 중학생 소년이다. 그런 그의 운명을 가른 건 1980년 5월 눈부시게 푸르던 어느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청 광장에는 벌써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군인들의 만행과 계엄 철폐를 부르짖고 있었다. 그맘때 아이들의 성향이 그러하듯이 동호와 정대는 인파를 뚫고 선두 방향을 향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시민들이 총탄에 맞아 고꾸라졌다. 정대도 옆구리에 총탄을 맞은 채 붉은 선혈을 길 위에 쏟아내고 있었다. 동호는 쓰러진 정대에게 어떻게든 접근하려 시도했으나 사람의 기척만 있으면 귀신 같이 이를 알아채고 어디선가 총탄이 날아들었다. 건물 곳곳에 저격수가 숨어 있었던 탓이다. 결국 동호는 정대에게 가지 못했다..

폭력 및 남성성에 대한 저항 '채식주의자'

나와 아내 영혜는 평범한 부부다. 그녀는 특별히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여성이다. 내가 그녀를 선택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주변으로부터 눈길을 끌 만한 출중한 외모는 절대로 아니면서도 그렇다고 하여 아예 못나지도 않은, 나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등 여러모로 무난했기에 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결혼 생활 역시 내가 기대하던 바와 같이 평범함의 연속이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영혜는 다짜고짜 꿈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앞으로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물론 결코 말로만 그런 게 아니었다.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각종 고기며 계란 등 육식과 관련한 값비싼 음식물들은, 특별히 장모님이 귀한 것이라고 귀띔하며 보내온 음식물까지 죄다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흡사 정신이 나간 사람 같았다. 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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