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이 점점 줄고 있다. 눈에 확연히 띌 정도로 말이다. 시간은 어느덧 가을 끝 언저리에 놓여 있지만, 왠지 겨울에게 선뜻 자리를 물려주기가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기온은 여전히 따뜻하니 말이다. 요맘때면 벌써 영하로 떨어졌을 법한데 아침 기온조차 10도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개인적으로 춥지 않아 좋긴 하다. 그러나 이렇듯 가을과 겨울의 경계 어디쯤엔가 닿아 있을 때면 늘 피부에 와닿던 스산함이 절정을 찍는 느낌이다. 더구나 비마저 잦다. 왠지 우울해진다. 창피한 얘기이지만, 며칠전 집 계단에서 발을 헛딛는 바람에 그대로 공중부양한 일이 있었다. 감을 따다 벌어진 일이다. 덕분에 몸뚱아리 곳곳엔 온통 상처 투성이다. 양쪽 무릎과 팔꿈치엔 타박상으로 보이는 멍이 생겼고, 손목 부근엔 심한 찰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