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을 나는 유독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어린 시절엔 특별한 이유 없이 무작정 비 맞는 행동을 즐겨했던 것 같다. 오는둥 마는둥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됐든 아니면 마치 화살촉이라도 되는 양 강하게 내리꽂히는 형태의 비가 됐든, 어쨌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괜시리 마음이 땅 위로 스며든 빗물처럼 착 가라앉으며 감성적으로 변모하곤 한다. 당시의 감정 상태에 따라 울적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데 이번 비는 그 양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장마전선과 태풍이 콤보로 한반도 공격에 나선 탓이다.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건 무려 5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반갑다 태풍아. 덕분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만 해도 무려 300mm의 물폭탄이 예보돼 있다. 이 정도의 양이라면 단순히 감상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