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을 타고 가면서 아주 간단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호기심 때문이다. 비워놓은 임산부 배려석이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 유지되는가가 궁금하던 터였다. 일부러 임산부 배려석 바로 옆자리에 서서 이를 유심히 관찰했다. 임신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한 아주머니가 이게 웬 떡이냐는 듯 주저없이 자리에 앉는다. 혹시나 하고 반대편 임산부석을 슬쩍 바라보았다. 이번엔 젊은 남성이 앉은 채 휴대폰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애초부터 기대 따위는 하지 않았으나 역시나였다. 내가, 혹은 누군가가 이 자리를 비워둔 건 임산부가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고 좌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함이지, 절대로 당신들 때문이 아니다. 분홍색으로 눈에 띄게 꾸며 누가 보아도 임산부 배려석임을 알 수 있도록 장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