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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

<온리 갓 포기브스> 진정한 절대자란 일상 속에 존재한다

복잡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게 만드는 영화다. 황당함과 역겨움 속에서도 무언가에 끌리는 느낌이라 하면 이해가 될까. 어쨌든 이 영화 속엔 차마 말로 형언하기 힘든 묘한 분위기가 혼합되어 있다. 아니 단순히 물리적으로 섞인 것만이 아닌,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전혀 새로운 물질로 화한 느낌이다. 오로지 신만이 용서가 가능하다는 타이틀이 강한 자성으로 나를 이끌더니, 태국을 배경으로 한 퇴폐적인 분위기의 시뻘건 홍등가와 뒷골목 이미지들은 이러한 묘한 분위기에 뚜렷한 상승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태국에서 권투 클럽을 운영하는 줄리엔(라이언 고슬링)의 형이 어느날 사창가에서 미성년자인 상대 여성을 죽이고 자신도 죽임을 당한다. 죽은 여성의 아버지가 그의 형을 죽인 것이다. 하지만 외양상 그녀의 아버지가 죽인 사실이..

<어바웃타임> 모태솔로의 아름다운 성장기록

팀(돔놀 글리슨 분)은 머저리 같은 외모에 다소 얼빵한 표정 그리고 어리숙한 행동 때문에 절대로 이성의 관심 따위 평생 받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매력 빵점의 그저 그런 인물이다. 오죽했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그의 소원이 여자 친구 한 번 사귀어보는 일이었겠는가. 혹시 이 대목에서 뜨끔했다면 당신 역시 여지껏 이성친구 한 번 사귀어보지 못한 천상 모태솔로? 오호 절대 아니라고? 아 그렇다고 하여 자신을 탓할 필요까진 없겠다. 일단 주인공 팀을 한 번 보고 나서 얘기해 보자. 어떤가? 실제 생긴 면면을 보아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지 않은가? 피부는 벌겋고 완전 범생이 스타일에다 숫기라곤 털끝 만큼도 없어 또래의 여성들이 가장 싫어라 하는 요소를 두루 갖춘 듯한 저 포스, 왠지 자신보다 못생긴 것 같아 웃음이..

<결혼전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결혼 왜 해?

결혼식 자체는 꽤나 화려하며 달달한 이벤트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일생에 단 한 번 치르는 거사라며 최대한 성대하고도 멋진 형태의 식을 꿈꾸어 오고 실제로 그렇게들 하고 있다. 물론 단 한 번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정확하게 거기까지다. 이미 결혼식을 올린 이후로는 결혼식 만큼 화려하거나 달콤하지도 않거니와, 둘의 운명은 전적으로 결혼 당사자인 두 사람의 맘 먹기와 행동에 달려 있다. 즉 결혼 이후 본격적인 敍事가 시작되는 셈이다. 결혼을 코 앞에 둔 예비부부들에게 있어 막상 결혼식 준비는 즐거움이 아니라 곤욕으로 다가온다. 각자 따로 살아온 삶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니 얼마나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겠는가. 이 뿐이랴. 결혼이란 실상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전혀 이질적인 두..

<더 파이브> 너 같으면 저 사이코패스를 어떻게 할래?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호순,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무려 7명의 부녀자를 차례로 납치, 연쇄 살해했던 끔찍한 살인마다. 당시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던 건 연쇄살인마라고 하기엔 전혀 믿기지 않을 만큼 수려한 그의 용모 때문이었다. 그런 그를 우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 부른다. 호감형 외모에 좋은 매너까지 갖춘 그는 겉보기와 달리 매우 특이한 성적 취향과 그의 충족을 위해 길 가던 여성들을 유인, 잔혹하게 살해해 놓고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체포되어 수사 받는 와중에도 웃음을 터뜨릴 만큼의 뻔뻔함 때문에 모든 이들이 혀를 내둘러야 했다. 그보다 앞선 2004년 유영철은 무려 21명의 여성과 노인들을 망치나 칼 등의 흉기를 이용, 잔혹하게 살해하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불..

<디스커넥트> 디지털 세상의 부작용, SNS와 단절하라?

며칠전 네덜란드의 아동인권보호단체인 '인간의 대지'가 '스위티'라는 필리핀 소녀를 꼭 빼닮은 가상 캐릭터를 이용, 온라인 채팅방을 만들어놓은 채 함정수사를 벌여 전 세계 71개국의 아동 성매수자 1,000명을 적발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중엔 한국인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의 정보는 인터폴에 넘겨졌단다. 초등학생을 성매수하여 우리 사회에 충격을 던져주었던 모 초등학교 교사 또한 스마트폰의 SNS 어플을 도구로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SNS를 이용한 '사이버 연인 만들기' 열풍이 초등학생에게까지 전이되어 갖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소식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의 성추행이나 성희롱 등 성범죄 행위와 사이버불링은 이미 공공연한 현실이며, 이를 도구로 활용, 음성적인 성매수..

<노라노> 유신정권이여, 미니스커트를 허하라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 선생은 85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길다란 속눈썹을 붙이며, 머리는 검게 염색한 채 고운 화장을 하고 다닌다. 연필을 쥐고 직접 디자인하여 가위로 오리며 재봉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흡사 젊은이 못지 않다. 그녀의 이러한 열정은 어디서부터 비롯되었을까. 영화는 그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물론 그녀 앞엔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한국 최초의 패션디자이너, 우리 사회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윤복희 씨의 미니스커트 디자이너, 기성복 시장을 개척한 사람,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던 인물 등등 절실함이 그에 대한 답이다. 일제강점기, 징용이나 정신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어 17세에 택했던 결혼, 시댁과의 마찰로 인해 영 순탄치 않았다. 결국 19세에 이..

<까밀 리와인드> 16세로 되감기한 삶, 질곡은 계속된다

성인인 당신, 만일 이팔청춘의 꽃다운 나이로 돌아가게 된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얼까. 물론 청소년기의 시절이 그 어느 때보다 행복했던 분들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매우 심드렁했던 분들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한 번쯤은 그 시절로 되돌아가 다시 한 번 당시의 행복을 누려보고 싶거나 무언가 부족했던 시기였더라면 못다한 일을 다시금 해보고픈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현재의 시간을 과거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마구 엉킨 실타래처럼 뒤틀린 내 현재의 삶을 과연 바로 펼 수 있을까? 영화 는 제목 그대로 40대 여인 까밀의 삶을 마치 카세트 테이프 되감기하듯 16세 풋풋한 소녀의 삶으로 되돌려놓는다. 일종의 "시간여행"인 셈이다. 이러한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면 무척이나 설레고 흥미진진한 일임엔 틀림 없을 테지..

<언어의 정원> 비와 사랑에 관한 짧지만 맑은 이야기

누군가 "비 좋아하세요?" 라고 물어온다면 기꺼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 같다. 그것도 많이.. 물론 가수 비를 언급하는 게 아니다. 대기중의 수증기가 응결되어 구름이 되고 이들 물방울들이 다시 뭉쳐 지상으로 떨어지는, 기상현상 비를 말함이다. 그런데 나만 그런게 아니었는가 보다. BC카드가 장마철 저녁시간 요식업종의 카드 결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 오는 날 파전 전문점의 매출액이 평균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강우량이 30-80mm 정도 될 때 비가 오지 않은 날에 비해 무려 88%라는 매출액 신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무래도 평소 비 오는 날이면 괜시리 마음을 울적케 하거나 감성적으로 변하게 하는 특별한 요소가 있으리라 생각해왔는데, 이를 실제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그..

<베이트> 쓰나미라는 재난상황과 죠스의 어색한 동거

더워도 너무 덥다. 이렇게 더운 시즌이면 늘 등장하는 종류의 영화들이 있다. 그렇다. 공포 내지 스릴러와 같은 장르의 영화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으니 예의상 한 편 정도는 관람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는 훼이크고 실은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었다. 영화 "베이트", 일단 식인상어의 대명사 "죠스"류의 영화임엔 틀림 없지만,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21세기에 제작된 영화이기에 죠스보다는 아무래도 한층 진화한 형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래봤자일 듯도 싶다. 어차피 여름 한 철 오싹한 기운을 느끼며 찜통더위를 몰아내기 위해 관람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전형적인 킬링타임용 영화의 범주에 포함되기밖에 더 하겠는가. 다만, 쓰나미라는 재난 상황이 더해지고, 때문에 물에 잠긴 도심에서 생존한 사람들 틈 ..

성공 이면의 추악한 민낯과 권력의 속성

성공 이면의 추악한 민낯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일반적인 성공의 의미란 무얼까. 아마도 높은 사회적 지위와 많은 돈을 움켜쥐고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대부분 떠올릴 듯싶다. 그들이 부러운가? 그렇다 그들이 부럽다. 그런데 사회에서 꽤나 명망 있는 사람들의 추악한 실체가 매스컴을 통해 연일 까발려질 때면 우린 늘 "너희들이 그럼 그렇지"란 생각을 하며 냉소를 보내게 된다. 그들이 부러우면 부러울수록 냉소의 강도는 더 심해진다. 여기엔 일말의 동정심 따위조차 자리할 리 만무하다. 물론 "그럼 그렇지"란 생각엔 복합적인 의미가 숨어있다. 소위 권력 쥐고 돈 있는 사람들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깨끗하지 못할 것이란 선입견과 잘난 사람들의 처참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통해 대리 만족감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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