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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8

내가 전철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는 이유

며칠 전의 일이다. 전철역에 있는 무인 도서 대여 기계를 이용하여 책을 빌리고 있었다. 장바구니에 이미 책 세 권을 담아둔 상태였고, 한 권을 더 빌리기 위해 스크린을 이용하여 검색하던 찰나였다. 20대쯤 되어 보이는 한 여성이 내게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도서 반납 시간이 임박해서 그러는데 자신의 책을 먼저 반납하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도서 대여 절차가 거의 끝나가는 순간,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것을 먼저 처리하겠노라는 속내를 떳떳이 밝힌 이 여성의 발칙한(?) 행동엔 주저함 따위는 전혀 없었다. 당당했다. 오히려 당황한 건 내 쪽이었다. 나는 거의 마지막 단계에 놓인 도서 대여 절차를 포기하고 그녀에게 양보해야 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하던 작업을 계속해서 마무리해야 하는지, 정확히 10초 ..

그냥 저냥 2019.12.16

소통 만능의 시대, 흔들리는 언론 위상

지난 달 29일, 한국 언론계에 상징으로 남을 법한 사건 하나가 불거졌다. 회원들의 후원으로 운영돼오던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후원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더니 급기야 15,000명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네티즌들은 일제히 쾌재를 불렀다. 당시 관련 게시글들은 하나 같이 높은 조회수와 추천수를 기록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관심이 많았노라는 방증이다.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한 언론사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후원자 수의 급감을 이토록 반겨하는 대중들이라니, 그 모습은 참으로 생경하기 짝이없다. 그동안 진보 언론 매체로서의 지위를 톡톡히 누려온 오마이뉴스를 향한 대중들의 급작스런 변화를 우리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자못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조짐은 문재..

생각의 편린들 2017.07.05

시간과 소통이 다듬어놓은 욕망

러시아에 위치한 우수리 해변은 '글래스 해변'이라는 별칭으로 통한다. 신기하게도 본래의 이름보다 이 별칭이 더 유명한 곳이다. 물론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이곳은 과거 미국과 함께 냉전시대의 한 축을 이루던 소비에트연방국가(소련)가 폐유리병을 처리하던 아주 오래된 쓰레기장이었다. 이곳 해변엔 병 형태의 생활 쓰레기들이 마구 버려졌다.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거나 혹은 누군가에겐 삶의 흔적일수도 있는 맥주며 와인, 보드카, 샴페인 등의 술병과 그 종류를 열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유리병들이 이곳에 즐비하다. 이후 깨진 유리병 조각들이 널부러진 채 나뒹굴면서 우수리 해변은 사람들로부터 점차 외면 받기 시작한다. 인간이 자연을 훼손시킨 대가는 참혹했다. 다시는 찾기 싫을 정도로 끔찍한 해변이 된 것이다...

그냥 저냥 2017.02.05

야생 성향이 강한 말라뮤트만의 독특한 소통법

나의 서식지엔 일찌감치 예비대설특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하지만 한밤중임에도 눈은 내리지 않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포근히 잠든 사이 살포시 내릴 것 같은 예감이다. 우리집 개 미르는 평소 달빛과 별빛을 이불 삼아 지내왔다. 그러나 적어도 눈 비가 올 때만큼은 이를 피해야 하니,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할 상황이다. 녀석의 집 문을 여는 순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던 미르는 슬쩍 자기 콧등을 내 손에 대고선 이내 손등을 핥는 게 아닌가. 녀석의 행동은 아주 조심스러웠고, 그 때문인지 수줍음 따위가 전해져온다. 이러한 행위의 이면엔 녀석의 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녀석은 아무런 말을 않는다. 아니 못한다. 심지어 다른 종의 개들처럼 짖지도 않는다. 그저 그 깊고 커다란 눈망울의 꿈벅..

미르의 전설 2017.01.20

온오프라인을 잇는 소통, 놀라운 발명품 '포스트잇'

얼마전 뉴욕시 빌딩가 한복판에서 벌어진 포스트잇 전쟁은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그 시작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일상에 지친 사무실 직원들이 무료함을 달래고자 창가에 포스트잇을 이어 붙여 표현한 'Hi' 라는 글귀가 발단이 된 것인데요. 반대편 건물에 있던 다른 회사 직원들이 이에 화답을 하며 전쟁 아닌 전쟁으로 불거진 것입니다. 이후 사람들은 포스트잇을 활용한 작품(?)에 자존심 대결까지 펼쳐가며 더욱 창의적인 방법과 기발한 디자인을 동원하게 되었고, 삭막한 사무실의 유리창은 어느덧 형형색색의 형상으로 아름답게 물들어갔습니다. 당사자들은 전쟁(?)이라며 너스레를 떨 법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사실 즐거움 그 자체였습니다. 즉흥적이지만 제법 심혈을 기울..

기계치란 말야 2016.06.03

통일이 대박이라면 대통령의 소통은 쪽박이다

큰 기대는 안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볼 때 차라리 기대를 전혀 안 하니만 못했던 신년 기자회견이 돼버린 듯싶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소통 개념과 일반 국민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그것과의 간극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소통이라는 게 뭐가 그리도 심오하거나 어려운 개념인 건지,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수준이 어쩌면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 이건 당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별할 게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국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마치 어린 아이들이 부모에게 조른다는 식으로 표현하거나 비정상적인 관행으로 폄훼하고 있는 것으로 봐선 소통 따위 애초부터 의지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비쳐진다. 기본적인 사고의 틀이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있는 터라 거기에다 대고 아무리 불통이 어..

생각의 편린들 2014.01.07

대선 1주년, 계속 불통하겠노란 박근혜 대통령 이를 어찌할꼬

근래 SNS 사용의 일상화로 단연 소통이 화두다. 물론 이 또한 다른 경우처럼 그 방식과 도구가 너무 앞서가며 첨단화되다 보니 자꾸 과거 방식이 그리워지는가 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디지털 방식에 식상한 나머지 아날로그 방식의 소통 열풍이 휩쓸고 있다. 의외다. 한 대학생의 대자보로 시작된 '안녕들 하십니까' 신드롬은 일파만파 번져가며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화두를 던져주었다. 대선 1주년 기념 소회 "불통 평가 억울하다" 그렇다면 소통이란 무얼까. 흔히 사용해 오곤 있지만, 실상 우린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적 별로 없다.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거나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란 뜻이다. 12월 19일은 18대 대선을 치른 지 정확히 1년째 되는 날이었다. 대선 결과의 쓰디 ..

생각의 편린들 2013.12.20

온라인 소통이 외려 불통의 공간으로

페북 “좋아요”에 멍드는 사람들 외톨이 만드는 불통의 공간으로 네트워크 시대의 새로운 소통 도구로 각광받고 있는 SNS, 하지만 그의 화려한 성공 이면엔 이렇듯 어두운 그림자도 엄연히 존재한다. 온라인이란 가상 공간을 이용하여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듯한, 화려함으로 과대 포장된. 일종의 '온라인 허세'로 가득 채워져 있기 일쑤인 소통 공간들은, 이를 접하는 평범한 이들에겐 마치 그들이 다른 세상에라도 사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측면이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실제와 SNS 공간에서 표현되어지는 삶이 동일하겠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현실의 삶과는 다소 괴리가 느껴지는 콘텐츠들을,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양 보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소재로 가공하여 꾸민다. 왜일까? 바로 온라인 상에서 인기 있..

생각의 편린들 2012.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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