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응당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물론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정말로 귀찮을 경우 때때로 이를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다름 아닌 수염을 깎는 행위이다. 수십 년을 반복해온 일이라 이젠 이골이 날 법도 하건만 여전히 내겐 꽤나 귀찮은 일 가운데 하나다. 남들은 잘만 활용하는 전기면도기로는 깨끗하게 깎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수동면도기를 활용해야 하는 처지 탓일까? 게다가 기왕지사 국산 제품을 이용하고 싶은데, 제기럴 이놈의 면도날 제조는 여전히 독일 기술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는 모양이다. 철을 비롯한 금속 재질을 미세하게 다듬는 공정이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그런데 오늘 아침 또 다시 사달이 빚어지고 말았다. 최대한 조심스레 한다고 했건만 면도날이 그만 내 소중한 살의 영역을 슬쩍 파고든 것이다.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