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기혼자인 나는 친지의 결혼식에서 20세인 그녀를 알게 됐다. 그녀는 유명 선생님으로부터 팬터마임을 배우고 있으며, 간혹 광고 알바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곤 한다. 그녀는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상당히 쿨한 여성이었다. 아울러 내겐 있는 그대로의 그녀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생각 따위는 애초 하지 않으려는 성향 덕분에 그녀의 머릿속은 늘 깃털처럼 가벼웠다. 좋게 표현하자면 순수함 같은 종류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이런 점이 맘에 든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나와 비슷할 테다. 누구든 쉽게 빠져들 법한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의 대화에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재능이 숨어 있다. 그녀와의 만남은 주로 나의 일방적인 연락을 매개로 이뤄졌으며, 물론 만남에 따르는 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