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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5

한글 창제의 막전막후 '나랏말싸미'

세종(송강호)은 말을 담아낼 수 있는 우리글을 만들고자 중국의 언어학 관련 서적들을 모두 탐독하는 등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진전이 없자 조바심이 나는 듯싶었다. 급기야 그동안 애써 만들어 온 책들마저 모두 빗속에 내던진다. “한자를 읽지 못하는 백성들에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라는 쓰라린 탄식과 함께였다. 이러한 와중에 일본에서 일군의 승려들이 찾아온다. 이들은 팔만대장경 원판을 줄 때까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며 궁궐에서 시위를 벌인다. 선왕의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을 가해 온 것이다. 이들과 담판을 짓기 위해 전면에 나선 건 해인사 스님 신미(박해일)였다. 신미 덕분에 일본 승려들은 결국 발길을 돌리게 된다. 팔만대장경에 소리글자의 원리가 담겨있다고 주장하던 신미는 산스크리트어 등 다양한 언어에 ..

일그러진 욕망을 향한 통렬한 풍자극 '상류사회'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인 장태준(박해일)은 근래 각종 미디어 매체에 자주 등장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여가던 와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상가 세입자들의 규탄 집회에 참석했다가 한 노인이 자신의 눈 앞에서 분신하는 모습을 포착하게 되고, 분초를 다퉈야 하는 급박한 사안임을 직감한 그가 분신노인에게 다가가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던져 구하면서 권력으로부터 눈도장을 제대로 찍히며 민국당 대표로부터 차기 총선 공천을 제안 받기에 이른다. 이러한 기회를 마다할 리 없는 그였다.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인 장태준은 본격적인 정치인 몸 만들기에 돌입한다. 한편 그의 아내 오수연(수애)은 미래미술관의 부관장으로서 차기 관장이 되고픈 욕망을 결코 숨기지 않는, 능력이 출중한 데다가 꽤 강단이 있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현재..

역사적 사실이 던지는 묵직함 '남한산성'

조선 인조 시절, 당시 중국 대륙을 호령하던 명나라는 여진족이 세운 청나라에 의해 그 세력이 점차 쇠퇴해가던 와중이다. 청나라의 위세는 조선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와 임진왜란 등 수 차례의 외침으로 인해 국력에 있어 이미 바닥이 드러날 대로 드러난 조선을 또 다시 위태롭게 하고 있었다. 결국 청나라의 대규모 공습으로 급작스레 조정을 남한산성으로 옮기는, 최악의 수모를 경험하게 되는 조선이다. 조정과 임금의 몸은 우여곡절 끝에 남한산성으로 도피하긴 했으나 청나라 군대에 의해 완전히 포위된 상황, 이들은 군사적인 위세를 앞세워 명과의 관계를 끊고 자신들에게 복종할 것을 조정에 강요해온다. 이렇듯 청나라의 위협이 갈수록 커져가자 조정의 신하들은 청을 공격하고 명과의 신의를 지키는 대의명분을 따라야 한다..

따뜻한 위안을 주는 영화 '덕혜옹주'

고종황제가 환갑에 맞이한 덕혜는 늦둥이의 특권이랄 수 있는 온갖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 황실 주변으로는 서슬 퍼런 일제의 망령이 어른거리며 시간이 갈수록 옥죄어오고 있는 상황이었으나 덕혜옹주만큼은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황실 이곳 저곳을 헤집으며 해맑은 표정으로 쏘다니곤 했던 덕혜옹주다. 한편 이완용과 한택수(윤제문) 등 매국노들이 온통 득시글거리는 조선 황실에는 까닭 모를 비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고종이 승하한 건 이 즈음이다. 덕혜옹주는 어릴적부터 기개가 남달랐다. 간신들의 일본 앞잡이 노릇에도 굴함 없이 꼿꼿하게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던 그녀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일제는 눈엣가시였던 고종이 승하하자 내선일체를 내세우며 조선 지우기에 본격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

<나의 독재자> 김일성으로 완벽 빙의한 설경구

* 이 포스팅엔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도무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예측이 어려웠다. 김일성이란 단어가 언뜻 포스터상에서 보였고, 이는 관람 전 내가 이 영화의 사전 지식으로 알고 있던 전부다. 물론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남북정상회담 리허설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놓았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으며, 배우 설경구의 김일성으로 빙의한 듯한 혼신의 연기는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제대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뿐이랴. 과거의 아팠던 시대상과 작금의 상황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느낌이라 많은 부분을 생각케 하기도 한다. 때는 바야흐로 날던 새도 떨어뜨린다는 서슬퍼렇던 유신정권시절이다. 성근(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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