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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89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산다는 것"

요즘 TV를 보다 보면 무척 공감 가는 광고 하나가 눈에 띱니다. 모 제약회사의 피로회복제 광고인데요. 몇 년 전부터 시리즈 형태로 계속 내보낸 듯한데, 사실 그동안의 시리즈들 중 대부분은 시청자에게 억지 감동을 주입시키려 한 듯 다소 작위적인 흔적들 때문에 최소한 저에게만큼은 그리 큰 공감을 불러오지 못 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차 소재와 내용이 업그레이드되는 듯하더니 이번에 나온 "대한민국에서 부모로 산다는 것"시리즈는 그야말로 공감 작렬이더군요. 처음 광고를 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아직 손주를 볼 나이는 아니지만, 손주를 둔 할아버지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가는지라, 말썽 부리는 손주들 앞에서 싫다고 내색할 수 없는 할아버지의 곤혹스러워하는 마음이 무척이나 현실적으로 와 닿았던 ..

그냥 저냥 2013.04.07

겨울 끄트머리 드러내던 날, 대구미술관을 찾다

어제 오후부터 기온이 많이 따뜻해졌더군요. 오전엔 제법 쌀쌀했던지라 패딩점퍼를 갖춰 입고 출근했었는데, 퇴근 무렵엔 이 녀석이 무겁고 거추장스럽게 여겨질 정도의 포근한 날이었습니다. 따뜻해진 봄날,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작년 이맘때를 기억해 봅니다. 4월 하순까지 쌀쌀한 기온 때문에 감기를 달고 살았던... 때문에 아직 겨울 기운을 완전히 떨쳤다고 섣불리 말할 수가 없네요. 지난 3월 초, 한 달 전입니다만, 지금보다 훨씬 겨울의 흔적이 많았겠지요? 당시 이미지에서도 꽤나 을씨년스런 느낌이 전해져 오는군요. 그렇습니다. 여전히 온도계의 눈금은 0도를 사이에 두고 아래를 기웃거리며 영역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기, 겨울옷으로 완전 무장한 채 밖으로 나선 것입니다. 대구미술관..

<송포유> 나의 천사여, 내 노래 듣고 있나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란 노래가 있습니다. 김목경의 노래를 김광석이 리메이크하여 더욱 깊은 울림을 전해 주었던 노래인데요. 영화 보는 내내 이 노래가 떠오르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작년에 감상한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가 오버랩되어지기도 하는군요. 주된 이야기의 구조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지만, 그 안엔 가족 간의 갈등 치유와 더불어 따뜻한 가족애가 함께 녹아있어 잔잔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해 줍니다. 이젠 나이가 들어 새하얗게 변색되어지고, 앞머리와 속알머리 숭숭 빠진 꼬장꼬장 고집불통 아서(테렌스 스탬프 분), 암에 걸려 시한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매리언(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 이 두 노부부의 애정은 남달랐습니다. 특히 아서의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더욱 깊어, 잠자리에 그녀가..

우리 "인터넷익스플로러(IE10)"가 달라졌어요

이게 웬 일인가요. IE10 이거 정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거 맞을까 싶네요? 이제껏 마소의 빠르고 좋아졌다는 감언이설과 신상은 좋을 거라는 막연한 사상에 힘입은 바 판올림이 나올 때마다 응해주긴 했는데, 사실 그때마다 오히려 속도가 늦어지고 무언가 묵직해졌다는 느낌 때문에 항상 실망만 거듭해 왔던 터라... 그래서 얼마 전부터 웬만해선 판올림을 자제하다가 보안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경우에만 마지 못해 해 오곤 했지요. 하지만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이번 IE10은 왠지 써 보고 싶었던 겁니다. 물론 IE10를 실제 사용하기까지에는 제법 험난한(?) 과정이 제 앞에 놓여 있었어요. 윈도7의 업데이트 기능을 모두 꺼 놓은지라... 뒤늦게 서비스팩1까지의 지난한 업데이트 과정을 모두 마치고..

기계치란 말야 2013.03.20

대구읍성의 흔적은 어디로 간 걸까?

3월초는 계절적으로 겨울과 봄이 애매하게 걸쳐진 시기이기에 여전히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밖은 영하의 차가운 기온, 두꺼운 옷으로 칭칭 싸매고 다녀야 할 정도였지요. 대도시 대구, 이제껏 두세번 정도 가봤을까 싶을 정도로 낯선 곳, 아울러 대구 분들껜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사실 제 기억 속엔 특별히 저장되어 있는 대구의 이미지가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거대한 도심 한 가운데에 우리 근대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1922년 발표된 "동무생각"이란 가곡의 무대가 되었던 곳, 청라언덕에 가장 먼저 발길이 닿았습니다. 언덕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야트막한 곳이라 의아해 했었는데, 뒤쪽으로 가보니 제법 경사 급한 곳이 나타나더군요. 대구 중심지에 읍성이 있었다더군요. 임진왜란 시기 일..

옛정취와 재미가 가득, 대구 마비정 벽화마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마비정 벽화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일 다녀왔는데, 귀차니즘으로 인해 이제야 포스팅합니다. '대구'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 달성공원 그리고 팔공산 정도? 사실 관광지로서의 대구는 많이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지요. 저희가 들른 마비정이란 곳은 단순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지역이었는데, 재미있는 벽화 하나로 인해 유명 관광지가 된 곳이랍니다. 마을 입구부터 벽화가 시작되고 있네요. 신발 물고 도망가는 익살스런 바둑이 그림엔 진짜 목줄이... 담벼락 위로 잠자리채 들고 서 있는 동네 개구장이들 어느 집에선가 장작을 태우고 있는 모양입니다. 장작 태우는 냄새가 시골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고 있었어요. 이 냄새 무척 좋아하는지라... 골목 골목 담벼락엔 온갖 형태의 벽화들로 꾸며져 ..

<링컨> 보편적 가치와 진보의 중요성을 일깨우다

지난주 예정되어 있던 시사회가 극장 측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상영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덕분에 한 주 늦은 3월 7일에서야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시사회장으로 가는 길의 대기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요즘 중국에서 한창 이슈화되고 있는 맹독성 스모그까지는 아니었지만, 미세먼지 등이 잔뜩 끼어 주변을 온통 부옇게 만들어 놓은 바람에 숨쉬기가 겁이 날 정도였습니다. 숨쉬기.. 평소엔 잘 의식 않는 우리 몸에서의 자연스런 생리 활동입니다만, 이렇듯 무언가 제약 조건이 주어질 때면 비로소 그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니 평등이니 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합니다만... 영화 '링컨'은 노예제도 폐지를 통한 인류의 보편적 가..

세상에서 가장 혁신적이며 아름다운 축구공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은 여전히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전기 대신 석유 램프나 디젤 발전기, 나무 땔감 난로와 같은 대체재들을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가구당 소득의 30% 이상을 지출해야만 하는 커다란 출혈이 따르는 일입니다. 이 대체재들은 유해물질들을 잔뜩 뿜어내어 실내 환경을 더럽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켜 한 해 160만명에 달하는 귀한 목숨을 잃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지역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게임기며 스마트폰이며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기기의 혜택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밖에서 하루종일 축구공을 차며 소일하는 게 그들 놀이의 전부이다시피 합니다. 이렇듯 전기가 아직 공급되지 않는 지역 어린이들에게 희소식..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우리는? <그래서>

저자 : 백가흠 펴낸 곳 : 문학동네 활자 속에서는 살아 있지만, 현실 속에서는 분명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눈은 퀭하고 얼굴은 깡마른 백발의 한 노인을 통해 삶과 죽음이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케 하고, 분명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그의 석연치 않았던 삶 속에서 반추해낼 수 있다. 산 중턱 외딴집, 풀과 나무들은 모두 죽어 황량한 폐허와 다름없는 정원, 생명이라곤 오직 지붕까지 덮을 기세인 담쟁이 덩굴과 도심에서 쫓겨나 가끔 나타나곤 하는 이름모를 새들, 그리고 이곳에 혼자 살고 있는 백발 성성 노인... 까칠하며 꼬장꼬장한 성격만큼이나 외모 또한 건조하기 그지없다. 움푹 패인 양 볼과 푹 꺼진 눈덩이 그리고 도드라진 턱선은 이 노인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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