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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3

어떡하든 이어가야 하는 삶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작가의 글은 담백하다. 군더더기 따위는 일절 없다. 난해하지도 않다. 멋을 부리지 않은 것 같은데도 글이 맛깔스럽다. 그래서 잘 읽힌다. 진정한 고수 아닐까 싶다. 결코 못 쓴 글이 아님에도 누구나 쉽게 읽히도록 글을 쓴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엉뚱한 상상력을 끌어들여 이상한 결말로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김영하식 작품의 백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 역시 이런 걸 기대하면서 자꾸만 그의 글을 찾아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책 ‘오직 두 사람’ 역시 앞서 언급한 김영하식 글쓰기의 전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집이다. 총 7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다. 무려 7년 동안 집필한 작품들이란다. 눈에 띄는..

죽음으로 형상화한 세기말적 분위기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나는 매일 잡지와 신문을 꼼꼼이 읽는다. 그 가운데서도 특정인을 찾는 구인광고나 잘 나가던 회사가 급작스레 부도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제 기사 따위에 주목한다. 특히 부고 기사만큼은 절대로 빼놓지 않는다. 이쯤 되면 나의 직업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짐작 가능할 법도 하다. 그렇다. 나는 자살도우미다. 그동안 나는 의뢰인의 이야기들을 꼼꼼이 기록해 왔다. 물론 모든 의뢰인들의 이야기가 내 글의 대상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이야기들만 기록해놓기 때문이다. 택시기사인 K 그리고 비디오 예술가인 C는 형제 사이다. 이 두 형제를 동시에 파고든 여인 하나가 있었다. 세연이라 불리는 여성이었다. 늘 추파춥스를 입에 물고 있던 팜므파탈 같은 고혹적인 이미지를 풍기던 그녀는 나로 하..

연쇄살인범에게 보내는 짓궂은 농담 '살인자의 기억법'

16살에 첫 살인의 쾌감을 맛본 나는 마지막 살인을 무려 25년 전에 저지른 바 있다. 지금의 나이가 70세이니 대략 45세까지 살인을 저질러 온 셈이다. 내가 계속해서 살인 놀이에 빠질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죽일 때는 그 전의 경험보다 더욱 완벽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살인 따위는 않는다. 이렇게 된 건 바로 그 희망이란 두 글자가 내게서 문득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수의사 출신이다. 때문에 살인은 식은 죽 먹기다. 오로지 살인을 위해 끊임 없이 체력 단련도 해 온 몸이다. 특히 상체의 근력을 더욱 강하게 키워 왔다. 이쯤 되면 특급 살인 병기라 칭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마지막 살인을 저지르고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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