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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 9

'찐' 유감

언어는 생명체와 다를 바 없다. 끊임없이 만들어지거나 사라지며 손바뀜을 거듭한다. 때문에 시대의 변화상이 언어에 투영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찐’은 근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속어 가운데 하나다. ‘가짜’라는 의미의 ‘짭’이 비대칭이었던 까닭에 애써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였을까? ‘진짜’라는 의미의 ‘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언어를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이 아닌, 놀이나 유희의 도구로까지 그 쓰임새를 넓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재기발랄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어찌 보면 대견스럽다. 모두가 알다시피 ‘찐’이라는 단어는 속어다. 일반 대중에게 널리 통용되면서도 정통어법으로부터 벗어나있는 비속한 언어가 다름 아닌 속어다. 여기서 ‘비속(卑俗)’이란 ‘격이 낮고 속됨’을 의미..

생각의 편린들 2020.12.01

자살 보도 사례로 짚어본 우리 언론의 문제점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을 나는 유독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좋아한다. 어린 시절엔 특별한 이유 없이 무작정 비 맞는 행동을 즐겨했던 것 같다. 오는둥 마는둥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됐든 아니면 마치 화살촉이라도 되는 양 강하게 내리꽂히는 형태의 비가 됐든, 어쨌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괜시리 마음이 땅 위로 스며든 빗물처럼 착 가라앉으며 감성적으로 변모하곤 한다. 당시의 감정 상태에 따라 울적해지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런데 이번 비는 그 양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장마전선과 태풍이 콤보로 한반도 공격에 나선 탓이다. 태풍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건 무려 5년만의 일이라고 한다. 반갑다 태풍아. 덕분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만 해도 무려 300mm의 물폭탄이 예보돼 있다. 이 정도의 양이라면 단순히 감상에 ..

생각의 편린들 2018.07.01

'기레기'라고 하여 폭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일정을 취재하던 청와대 사진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다. 이는 누가 보아도 과잉 대응에 나선 중국이 욕을 얻어 먹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의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수의 네티즌들이 폭행 가해자인 중국을 비난하기 보다 오히려 피해자인 우리 기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온라인상에는 '기레기가 그러면 그렇지'부터 '기레기가 맞아서 속이 시원하다' '도대체 얼마나 유난을 떨었으면, 때리기까지 하겠냐'는 등의 온갖 비아냥과 폭언이 쏟아졌다. 심지어 청와대 홈페이지 청원게시판에는 ‘해외순방 기자단 해체 요구’ 등의 글까지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곰곰이 헤아려보았다. 물론 짚이는 게 있다...

생각의 편린들 2017.12.16

소통 만능의 시대, 흔들리는 언론 위상

지난 달 29일, 한국 언론계에 상징으로 남을 법한 사건 하나가 불거졌다. 회원들의 후원으로 운영돼오던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후원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더니 급기야 15,000명 아래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네티즌들은 일제히 쾌재를 불렀다. 당시 관련 게시글들은 하나 같이 높은 조회수와 추천수를 기록했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만큼 관심이 많았노라는 방증이다.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한 언론사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후원자 수의 급감을 이토록 반겨하는 대중들이라니, 그 모습은 참으로 생경하기 짝이없다. 그동안 진보 언론 매체로서의 지위를 톡톡히 누려온 오마이뉴스를 향한 대중들의 급작스런 변화를 우리는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자못 혼란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조짐은 문재..

생각의 편린들 2017.07.05

취재 경쟁에 나선 기자에겐 잘못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연일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는 가운데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이 또 다른 화제거리로 등극했다. 당시 기자단의 열띤 취재 경쟁으로 인해 집무실 현장은 다소 혼란스러웠고, 이를 두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 취재진을 향해 짜증을 내며 꾸짖었다는 외신과 국내 언론보도가 잇따른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규모의 기자단을 꾸린 한국의 취재진이 유난히 많았던 탓에 집무실 기자회견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그러던 찰나 트럼프 대통령 곁에 위치해 있던 탁자 위의 전등이 쓰러질 뻔하면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네티즌들은 흡사 물 만난 고기마냥 기자들을 향해 '기레기'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생각의 편린들 2017.07.01

잘못된 보도 관행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

9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자살예방의 날이다. 알다시피 우리의 자살률은 OECD 34개국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킨 채 10년째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우리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또 다른 통계 지표가 있다. 바로 자살증가율이다. 4일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자살 문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72개 회원국 중 한국이 자살률에 있어 두 번째로 급격히 증가한 나라로 나타났단다. 참고로 1위는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소국 키프로스로 밝혀졌다. 하지만 여기엔 통계적 함정이 도사린다. 키프로스의 10만 명 당 자살자는 5명을 넘지 않는다. 30명에 육박하는 한국과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한국의 자살증가율이 키프로스에 비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단..

생각의 편린들 2014.09.16

신문사가 어쩌다 쇼핑몰 운영까지?

한때 월간 잡지 시장을 석권하며 승승장구했던, 오랜 전통의 'LIFE'지가 오프라인 시장에 종말을 고하고 결국 마지막호의 발간을 준비한다. 이를 끝으로 종이 시장은 과감히 포기한 채 본격 온라인 잡지 회사로의 변모를 꾀하는 셈이다. 물론 기존 종이매체를 담당하던 수많은 직원들은 길바닥으로 나앉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물론 허구를 바탕으로 한 영화속 한 장면이지만 비단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일까? 그렇지 않을 테다. 잡지뿐 아니라 종이 신문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전망은 이미 화제거리가 될 수 없을 만큼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다. ⓒ뉴스와이 방송화면 캡쳐 오죽하면 미국의 구인구직 전문업체인 캐리어포스트가 발표한 10대 몰락 직종 중 신문기자를 무려 4위에 올려 놓는 만행(?)을 저질러 놓았을까 싶다. ..

생각의 편린들 2014.07.31

요즘 유행하는 기사 형태, 여러분은 어떻던가요?

기자라는 직업은 나도 한때 꿈꿔봤던 선망의 직종이다. 물론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를 꿈꾸고 있을 테다. 그때가 아마 고등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지금보다 훨씬 순진했던 난 기자라는 직업인들이 일단 멋지구레해 보였다. 왠지 샤프하면서도 엘리트적인 이미지가 그 어느 직업인보다 월등하다고 느껴졌던 터다. 물론 여전히 그리 생각하고 있다. 기자라면 왠지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제대로 파헤쳐 세상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하고, 더 나아가 펜대 하나로 올바른 사회변혁에 일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말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사랑도 변하듯 꿈은 결국 현실을 좇기 마련이다. 막연하게 생각해오던 이상은 비루한 나의 현실 앞에 맞닥뜨려지니 본전이 다 털리며 말 그대로 그저 한때의 꿈에 불과한 형국이 돼버렸다. 학년이..

생각의 편린들 2014.06.26

세월호 침몰, '재난보도 권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10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00여 명이 부상당했던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의 체육관 붕괴사고는 이번 대형참사의 전조일까? 그도 아니라면 모 언론에서 지적했듯 과연 새누리당 인천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의 입방정 탓으로 돌려야 할까? 물론 둘 다 틀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진도 세월호 침몰사고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또 하나의 대형 인재에 불과할 뿐이다. 모두가 가슴 아파하며 인정하고 싶지 않아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있을 뿐 결국 초대형 참사로 마무리짓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른들의 잘못 탓에 아직 채 피어나지도 못한 애꿎은 아이들만 목숨을 잃게 됐다.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생때같은 아이들과 기타 탑승객들 수백 명의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침착해야 ..

생각의 편린들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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