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감정 4

살아있는 매 순간을 긍정의 에너지로

얼마 전 위암 4기를 앓고 있다는 한 동화작가를 TV 방송을 통해 우연히 본 적이 있다. 얼굴이 워낙 앳된 데다 시종일관 밝게 웃고 있던 터라 그녀가 암과 사투를 벌이는 환자라는 사실이, 그것도 암 세포가 온몸에 전이된 단계인 4기에 이르렀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 씩씩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싫거나 힘든 기색 하나 없이 3살가량의 아이를 돌보며 틈틈이 항암치료를 병행하고 있었고, 그녀가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와 동화 창작 작업도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암은 모든 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엄청난 기술 발전 속에서도 여전히 난공불락의 영역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한 일본인 의사는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혹시 암에 걸린 게 아닐까 두려워 스트레스를 받느니 차..

그냥 저냥 2019.12.21

송년회식 때 보신탕이요? 아무려면 어때요, 하지만

“무얼 드시겠어요?”라는 질문에 “보신탕이오”라는 답변이 오간다. 복날 풍경이 아니다. 어제 송년회식에 참석한 한 회원의 음식 주문 광경이다. 특별한 사정 때문에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선택하기로 했는데, 보신탕이 선택지로 등장하게 될 줄은 나를 포함한 어느 누구도 짐작조차 못했던 것 같다. 덕분에 난 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우리 모임은 특성상 남녀의 성별 비율이 비슷했고 연령대가 다양했다. 단순한 친목 목적이 아닌 협업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다듬고 유지해온 모임이다. 그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남성 회원 두 분이 보신탕을 주문한 것이다. 과거에 비해 요즘엔 어디서건 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해주는 분위기다. 집단의 그림자에 가려져왔던 개별성에 비로소 햇볕이 들고 이를 인정받는 셈이니, 이러한 환경이 ..

그냥 저냥 2019.12.19

ARS의 상투적인 기계음이 싫다

AS 때문에 1588로 시작되는 모 기업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더니 대뜸 낯익은 기계음부터 들려온다. 이 기계는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정보들을 사전 양해도 없이 주구장창 읽어대더니 한참 지나고 나서야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케 하는 기회를 흡사 선심 쓰듯 제공해준다. 해당 번호를 입력했더니 또 다시 도움이 될 법하지 않은 잡다한 정보들을 기계음이 반복해서 읊어댄다. 아마도 해당 기업은 이조차 기업 홍보나 제품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찬가지로 한참 지나고 나서야 또 다시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케 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상담 직원과 직접 연결되기까지 수 차례에 걸쳐 비슷한 단계를 밟아야 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 만해도 족히 1분은 더 소요된 듯싶다. 이 바쁜 세상에 해당 서비스..

생각의 편린들 2018.11.12

사람의 감정마저 사고 파는 씁쓸한 세상

세상에는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온갖 부류의 기상천외한 도우미들이 존재한다. 결혼식 때 들러리를 서거나 하객 역할을 대행하는 도우미는 이미 흔하디 흔한 모습이고, 심지어 예식을 주관하며 예비부부의 앞길에 덕담과 함께 축복을 전하는 주례마저도 돈을 주고 빌리는 세상이 돼버렸다. 애인이나 부부 등의 역할 도우미는 엄연히 불법임에도 여전히 세인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곤 한다. 근래 중국에서는 장례식장에서 곡을 해주고 돈을 받는 곡 도우미가 성업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빈소에서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유족이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돕는 게 그들의 주된 역할이다. 결혼식과 장례식,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직접 감내해야 할 특별한 의식이라고 한다면, 기왕지사 완벽한 모양새와 형식을 갖춘 채 치르고자 하는 현대..

생각의 편린들 2016.04.0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