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첫날, 벌써부터 음식 준비에 들어간 아내가 일을 대충 마치고 난 후 부리나케 내게 달려온다. 대뜸 바닥에 엎드리더니 아픈 허리를 주물러 달란다. 이는 명절 때마다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다. 솔직히 나이가 들수록 명절이 전혀 반갑지가 않다. 젊었을 때야 부담감을 느낄 이유가 없으니 그냥 노는 날의 연속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마냥 즐거웠지만, 결혼한 이후로는 해가 거듭될수록 더 큰 중압감으로 다가오는 게 현실 속의 명절이다. 아울러 의례적이거나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 받으며 명절 때만 얼굴을 빼꼼히 내비치는 인척들 만나는 일도 실은 별로 달갑지 않거니와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연휴 내내 음식 장만에 모든 걸 희생해야만 하는 아내가 너무도 안쓰럽다. 이런 상황에선 흔히들 남편이 잘 도와주어야 한다고 말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