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그러니까 청운동 효자동 및 사직동 일대를 의미한다. 이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무수히 지나다녔던 곳이지만, 그동안 왠지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장소였다. 뚜렷한 목적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섰던 건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경복궁역에서 하차 후 3번 출구로 향했다. 조금 걷다 보면 우측에 서촌마을이 나타나는데, 몇몇 잘 알려진 미술관이나 작은 공방 같은 특이한 곳들이 즐비하다. 드문드문 한옥들도 보인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까닭인지 골목길은 어딘가 모르게 정겹다. 저 앞엔 인왕산 자락이 보이고, 거리와 차도가 한산해서 그런지, 아니면 이 계절이 건네는 특유의 스산함 때문인지, 이름 모를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