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미르의 전설 61

한없이 소심한 미르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밤사이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새벽 4시 쯤 되었지 싶네요, 갑자기 미르의 짖는 소리가 들려 옵니다. 평소 잘 짖지 않는 성향이라 무언가 사건이 발생했음을 직감했어요. 미르는 덩치에 비례한, 우렁차고 멋진 커다란 울림 소리로 연신 짖어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멋지고 구성진 소리라 하더라도 꼭두 새벽에 이게 웬 민폐입니까? 우선 창문을 통해 미르 쪽을 바라다 보았지요. 미르 앞에 무언가 있는 듯합니다. 미르를 진정시키기 위해 불러도 보고 소리도 쳐 보았지만, 미르는 온 신경이 그 쪽으로만 쏠려 있는 듯했어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게 되었지요. 아직 빗줄기는 굵고 쉼이 없었어요.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게 맞긴 한가 봅니다. 미르에게 다가가 보았어요. 미르 앞에는 ..

미르의 전설 2012.07.19

저질 체력 미르

아침 일찍, 아니 새벽부터 현관문 앞에서 빨리 나오라고 보채는 미르입니다. 이런 이유로 더럽혀진 현관문과 벽 등등은 일요일, 아예 날을 잡아 싹 닦고 치웠는데... 음... 그 때 뿐이더군요. 여전히 현관문과 벽에 올라 타는 미르입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미르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 보이네요. 팔팔한 기세로 장난을 걸어 오며, 전력 질주 상태로 정원을 수 차례 돕니다. 무엇이 미르의 기운을 이렇게도 돋구었을까요. 정답은 개껌일 듯합니다. 식구 중 누군가 마트에서 구입한 제 팔뚝만한 개껌을 밤에 던져 주었나 봐요. 그런데 아침에 제가 나갔을 때만 해도 분명 껌 같은 것은 볼 수 없었거든요. 아마도 미르 요 녀석이 정원 어디엔가 숨겨 놓았었던 게죠. 나중에 보니 퍼져 누워 있는 미르 옆에 3분지2 정도 남은 ..

미르의 전설 2012.07.12

미르는 지금 털과의 전쟁 중

말라뮤트에겐 시련의 계절, 여름이 돌아 왔습니다. 가뜩이나 털이불처럼 두터운 이중모를 덮어 쓰고 사느라 기온이 높은 요즘 영 기를 못펴고 거의 떡실신 상태에서 살고 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털갈이 시즌도 함께 맞이했습니다. 사진 보이시죠? 몸통 군데 군데 하얀 털이 삐죽삐죽 나온 모습... 늘 늠름하고 멋진 모습만 보여 줬었는데, 오늘은 미르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미르의 부끄러우면서도 내밀한(?) 모습을 아주 조금 보여 드릴까 해요. ㅎ 미르의 몸에서 분리된 털들이 이리 저리 굴러 다니다 지들끼리 다시 뭉쳐 몸통을 불리기도 하구요. 오히려 이렇게 큰 뭉치들은 주워 버리기 편한데, 작은 털들의 경우 사방에 날아다니거나 다른 물체에 붙어 숨어 있게 되면 더욱 골칫덩어리가 되더군요. 그래서 오늘 미르의 털갈이를..

미르의 전설 2012.07.03

"까몽이"의 죽음 그 후

지난 달 까몽이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졸지에 외톨이가 된 희돌이, 이젠 까몽이의 사망 충격으로부터 완연히 벗어난 듯합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날 정도로 말랐던 몸매도 제법 토실토실해 졌구요. 향이 좋아 그런지 요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입니다. 부스럭 거리는 봉투 소리만 들어도 벌써 눈치 채고 접근해 오지요. 까몽이 녀석이 귀엽긴 했는데 사실 성격이 많이 까칠했었거든요. 희돌이의 밥은 물론이거니와 간식까지도 죄다 독점하곤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희돌인 기를 펴지도 못하고 늘 축 처진 상태에서 점점 말라 갔던 거였어요. 까몽이가 죽고 나서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던 녀석이 근래엔 밥도 잘 먹고 활발하게 뛰어 놀더니 예전의 이쁜(?) 몸매를 다시 되찾아 가는군요. 다행입니다. 흰 털이 뽀사시한 게 참 이쁘긴..

미르의 전설 2012.06.22

까몽이를 그만 놓아주렴

3년 여 쯤 되었을 겁니다. 우리집 막내애가 마트에서 이쁘다며 찜해둔 토끼, 결국 자신의 생일선물이 되었습니다, 한 놈은 외로울 듯해서 까만놈과 하얀놈, 모두 두 마리를 사주었지요. 이름도 붙여주었더군요. 까몽이와 희돌이..... 참 좋아라 했어요. 케이지가 작아 스트레스 받는다며 직접 재료를 구입해 넓게 증축도 해주었구요. 밥이 떨어지면 간식거리도 요것조것 맛난 것으로 챙겨주기도 하였구요. 특히나 까몽이는 희돌이에 비해 겁도 별로 없고 쾌활한 성격이라 애들이 더욱 이뻐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날 아침까지만 해도 케이지 밖으로 나와 평소처럼 잘 놀던 까몽이가 저녁에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며 죽은 거예요. 막내녀석한테 전화가 왔었어요. 까몽이가 이상하다고.... 눈은 떠 있고 숨은 쉬는 것 같은..

미르의 전설 2012.05.22

직접 키우며 알게된 말라뮤트의 몇 가지 특징/성향

"미르"를 키우며 알게 된, 말라뮤트 특징 모음입니다.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말라뮤트의 특징들 중 "미르"에게서 같은 성향이 관찰된 경우도 여기에 포함시켰습니다. 물론 이는 말라뮤트라는 견종의 일반화된 특징이 아닌, 저희집 개 "미르"만의 것일 수도 있겠네요. 1. 추위에 매우 강하다. 거주지역이 한겨울에 영하20도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어 그 이하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근방까지 떨어지는 날에도 밖에서 생활하는데는 문제 없어 보입니다. 2. 더위에 매우 약하다. 기온이 영상20도 이상 오르면 축축 늘어지고 힘을 못씁니다. 한여름 30도 이상 되는 기온에선 거의 초죽음상태라 보시면 맞구요. 이 시기 다른 무엇보다 더위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주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3. 귀소본능이 약하다. 약한 게 아..

미르의 전설 2012.05.06

집 나가면 개고생

미르의 질주본능은 아무도 못말립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노라면 여지 없습니다. 문 밖으로 뛰쳐나간 미르를 잡느라 온 가족이 몇 차례 애를 먹곤 했습니다. 그 동안은 도망간 곳이 대부분 자신이 다니던 길목이었기에 여차저차 잡아올 수 있었지만, 작년 12월, 미르가 드디어 일을 저지릅니다. 그만 가출을 해 버린 것이죠. 미르를 보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지해 미르의 동선을 추적해 보았지만 허탕이었습니다. 이미 저희들이 손을 쓸 수 있는 영역을 멀찌감치 벗어난 듯했습니다. 밤 늦게까지 미르를 찾던 가족들은 모두 허탈해 하고.... 특히나 아이들은 울기까지 하더군요 ㅠㅠ 집에 돌아와 주인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미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보니.... 밤 늦은 시각이었지만 혹시 몰라 대문을 활짝 열어 놓아도 ..

미르의 전설 2012.04.28

날이 풀리니 미르는....

평소보다 혓바닥을 더 길게 늘어뜨리네요. 벌써 더운 모양입니다. 일요일이라 오전에 집안 청소를 모두 마치고, 날도 많이 풀린 듯하여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 놓았지요. 앗 그런데.... 이게 누군가요? 궁금한 게 많은 모양입니다. 벽 붙들고 일어서서 집안을 구경하고 있네요. 이렇게 저렇게 요렇게 안간힘을 써 보아도 안으로 들어올 순 없습니다. 여차하면 뛰어 들어 올 태세이긴 합니다만.... ㅎㅎ 벽 잡고 서 있는 폼을 뒤에서 보고 있노라면 시커먼 곰 한 마리가 연상된답니다. 미르야 많이 덥지? 벌써 더위를 타기 시작하면 어떡하니... 한 여름엔 어쩌려고.... 이상 우리집 정원의 생태계를 호령하고 있는 미르의 따뜻해진 어느 봄날 일상이었습니다.

미르의 전설 2012.04.15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