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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전설 61

야생 성향이 강한 말라뮤트만의 독특한 소통법

나의 서식지엔 일찌감치 예비대설특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하지만 한밤중임에도 눈은 내리지 않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포근히 잠든 사이 살포시 내릴 것 같은 예감이다. 우리집 개 미르는 평소 달빛과 별빛을 이불 삼아 지내왔다. 그러나 적어도 눈 비가 올 때만큼은 이를 피해야 하니,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할 상황이다. 녀석의 집 문을 여는 순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던 미르는 슬쩍 자기 콧등을 내 손에 대고선 이내 손등을 핥는 게 아닌가. 녀석의 행동은 아주 조심스러웠고, 그 때문인지 수줍음 따위가 전해져온다. 이러한 행위의 이면엔 녀석의 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녀석은 아무런 말을 않는다. 아니 못한다. 심지어 다른 종의 개들처럼 짖지도 않는다. 그저 그 깊고 커다란 눈망울의 꿈벅..

미르의 전설 2017.01.20

현대인들이 반려견에 빠져드는 이유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이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의 21.8%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 인구가 5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으니 흔히 인용돼오곤 하던 '반려동물 인구 1천만 시대'라는 구호는 바로 이를 근거로 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근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말이다. 이렇듯 반려동물 인구가 급팽창하고 있고, 그와 함께 해당 시장의 규모 또한 점차 커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득이 늘어난 사실이 한 몫 하겠지만, 1인 가구의 급증 및 급격한 고령화 추세와 같은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구 형태의 변모로 인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고, 그로 인해 정서적인 결핍을 메우거나 의지하고픈..

미르의 전설 2016.12.30

말라뮤트의 찜통 더위 탈출법 소개

사람도 견디기 힘든 무더운 여름이거늘 털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는 개로선 더욱 이겨내기가 쉽지 않은 노릇일 테다. 아무리 시원한 그늘을 찾아 몸을 숨긴 뒤 잠을 청해본들,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훌쩍 넘는 물리적 환경으로부터 애초에 멀찌감치 달아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알래스카가 원산지인 우리집 개 미르 또한 비슷한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그나마 해가 떨어져 기온이 조금은 내려가고 아직은 시답잖더라도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저녁 무렵부터 아침까지는 녀석의 움직임이 제법 있는 시간대다. 뜬금없이 정원에 구덩이를 파놓는 등 가끔 말썽을 부리기는 해도 역으로 이러한 결과는 그만큼 살 만한 환경임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해가 점차 중천으로 옮겨갈 즈음이면 우리의 시야에서 녀석은 ..

미르의 전설 2016.08.13

말라뮤트의 힘겨운 여름나기

이건 더워도 너무 덥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털가죽을 뒤집어 쓰지도 않았지, 게다가 땀구멍을 지니고 있어 어느 정도의 더위 관리는 신체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니 말이다. 진짜 문제는 동물들이다. 특히 알래스카가 원산지인 우리집 개의 경우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개나 고양이의 체온은 사람보다 조금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털을 두르고 있으니 일견 이해가 되는 대목이긴 하다. 더위에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사람도 이 지경이거늘 두터운 털가죽을, 그것도 한 겹이 아닌 이중으로 켜켜이 둘러쌓인 털을 온몸에 두르고 있으니 이건 도무지 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땀구멍도 없이 오로지 혓바닥만으로 체온 조절을 해야 하는 우리집 개는 도대체 얼마나 더운 걸까? 지금 미르는 연중 가장 힘든 시기를 관통..

미르의 전설 2016.08.07

맹수에서 곰탱이로, 말라뮤트의 변신은 무죄

오늘따라 주인님의 표정이 어딘가 비장하다. 더구나 양손에는 빗과 가위까지 들려 있다. 나를 앞에 앉힌다. 평소 같았으면 재롱을 떨며 쓰담쓰담해 달라고 조를 판인데, 왠지 그럴 분위기가 아닌 눈치다. 감각이 아무리 둔하다 해도 이 정도의 눈치쯤은 내게도 있다. 그래, 그냥 얌전히 있어야 하는가 보다. 이윽고 무한 빗질이 시작된다. 손놀림이 무척 빠르다. 다만, 나의 엉킨 털 덕분인지 손놀림에 비해 진도는 영 더디다. 주인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시작한 건 이 즈음이다. 빗이 내 몸을 한번씩 훑고 지날 때마다 엉킨 털에 걸리며 내 몸이 통째로 휘청거린다. 평소 같았으면 꾀를 부려 요리조리 몸을 뺐을 법도 한데, 적어도 지금은 그럴 만한 여건이 아니다. 주인님의 빗질이 순간 멈춘다. 그러더니 빗을 쥐고 ..

미르의 전설 2016.06.30

애견인의 시각으로 본 꼴불견 애견인 백태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개 목줄과 관련한 사연 하나를 접했다. 물론 이러한 하소연은 근래 흔하디 흔한 현상 중 하나라 딱히 주목할 만한 사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만, 나로서는 같은 애견인이기에 그냥 모른 척 지나가기가 왠지 꺼림직스러웠다. 사연인즉 이렇다. 반려견을 끌고 나온 견주가 개에게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바람에 글쓴이와 함께 동행 중이던 개 공포증이 있는 어린 자녀가 가던 길을 제대로 가지 못해 목줄을 착용해 달라고 호소하는 과정에서 서로 실랑이가 벌어졌노라는 사연이다. 그런데 이후 견주의 태도가 몹시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모양이다.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개에게 목줄이 아예 없던 상황이 아닌 데도 풀어놓은 상태라 처음에는 정중하게 부탁을 했더란다. 그..

미르의 전설 2016.05.07

미르에겐 벅찬 비둘기들의 만행

유독 비둘기만 보면 어찌할 바를 모르는 한 아이가 있다. 올해 중학생이 되었으니 이젠 아이라는 표현이 조금은 어색하긴 하지만 말이다. 얼마나 비둘기를 싫어하냐면, 입에서 '비'자만 나와도 질겁을 한다. 학교에 다닐 때에도 비둘기들이 있는 곳은 일부러 피해 빙 돌아간다며 또래들 사이에서도 '비둘기 공포증'으로 꽤나 유명한 아이이다. 왜 싫으냐고 물으면 그냥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뿐, 아예 비둘기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게 한다. 얼마나 싫은 건지 대충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어릴적 비둘기와 관련한 좋지 않던 기억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 트라우마로 작용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비둘기는 우리집 반려견의 밥상을 호시탐탐 노리곤 하여 나도 녀석들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다. 미르 이 녀석은..

미르의 전설 2016.04.20

반려견에게 스타벅스 커피가 어때서?

강아지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모습 등 몇 장의 반려견 사진이 온라인 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사례는 아니다. 해외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데, 이를 한 언론사가 카드 뉴스 형태로 기사화하면서 알려진 경우다. 기사의 골자는 반려견 상술이 끝없이 진화하고 있고, 이쯤되면 애견인을 위한 것인지 반려견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하소연을 한다. 사람도 비싸서 접근하기 힘든 음식이거늘, 개에게까지 이를 먹이는, 다소 극성스러워 보이는 애견인들과 또한 그들의 이러한 생리를 이용, 유별난 마케팅에 나선 관련 업체들을 에둘러 비난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SNS라는 매체의 속성상 과시욕 내지 허세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비단 과시욕이 아니더라도 근래..

미르의 전설 2016.03.07

반려견과의 공존, 어렵지 않아요

3월로 접어드니 여러모로 확실히 달라진 느낌입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겨울 날씨처럼 낮은 기온에 찬바람마저 쌩쌩 불었건만, 달이 넘어가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색을 감쪽 같이 바꾼 것입니다. 버프와 후드티 그리고 패딩까지 완전히 갖춰 입은 제 모습이 왠지 머쓱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퇴근 후 주로 밤 시간대를 활용하여 산책하는 올빼미족이 바로 저입니다만, 덕분에 늦은 시각임에도 하천변의 산책로에는 사람들로 온통 북적이는 모습입니다. 물론 사람만 늘어난 건 아닙니다. 반려견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따뜻해진 날씨 속에서 모처럼 주인을 따라 나선 탓인지 녀석들의 움직임으로부터는 왠지 더욱 팔팔한 기운이 엿보이고 있었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도래한 모양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반려견들이 주인 ..

미르의 전설 2016.03.04

모피옷 두른 반려동물, 그로데스크하다

다른 이들과 차별화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물론 이는 타고난 인간의 천성이기도 하거니와 무한경쟁이라는 치열한 환경 속으로 내몰린 현대인에게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설도 여럿 있다. 그 중 일찍이 욕구 5단계 이론을 주장한 메슬로우는 총 다섯 단계의 욕구 중 4번째 단계로 '존경욕구'를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스스로 자신을 중요하다고 느낄 뿐 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인정 받고자 하는 욕구를 일컫는다. 즉, 지위, 존경, 명예, 위신, 자존감, 성공 등에 대한 욕구를 말한다.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는 방식은 비단 사회적 지위나 명예 등으로만 가능한 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간혹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 따위를 자신 내지 자존감과 등치시키는 경우..

미르의 전설 2016.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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