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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삶 <벌새>

중학생 은희(박지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온통 혼란스럽다. 오로지 오빠만 위하고 딸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아빠(정인기)는 그녀를 숨 막히게 하는 존재 갑이다. 또 학교에서는 왜 그리도 하지 말라는 것투성이인지, 생활은 영 심드렁하기만 하다. 매일 학교와 집을 반복하여 오가던 은희에게 마땅히 정을 붙일 만한 곳은 없었다. 그나마 교사와 부모 몰래 벌이는 일탈 행위가 은희에겐 작은 위안이자 숨통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희가 다니던 한자 학원에 새로운 강사 한 명이 들어온다. 영지(김새벽)라 불렸다. 첫인상부터 남다르게 다가오던 그녀는 어느 누구보다 은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은희에게도 드디어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생긴 것이다. 영화 는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이제 걸음마를 막..

아이들 밥그릇 빼앗는 어른들 <스탠리의 도시락>

인도 홀리 패밀리 하이스쿨에 재학 중인 4학년 F반의 스탠리(파토르 A 굽테). 그는 밝은 성격과 다재다능한 끼 덕분에 또래들로부터 인기를 독차지하는 아이이다. 이를 입증하듯 스탠리의 주변에는 아이들로 늘 북적였다. 하지만 인기 만점의 스탠리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점심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말 못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스탠리를 향한 학급 친구들의 의리는 남달랐다. 자신들이 싸온 도시락을 스탠리와 함께 나눠 먹으며 우정을 다졌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의 세계에선 스탠리에게 처해진 현실쯤 대수롭지 않은 듯 보였다. 오히려 아이들을 당혹스럽게 한 건 스탠리가 아닌 교사 베르마(아몰 굽테)였다. 그는 ‘식탐대마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동료 교사의 도시락은 물론이고,..

신체는 정직하다 <아워 바디>

수년째 행정고시를 준비해온 31세의 자영(최희서). 시험에 번번이 낙방하면서 자존감도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기세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지금 당장 겪고 있는 고통이 그녀를 더욱 힘들고 지치게 한다. 결국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혀온 고시 낭인의 생활에서 탈출을 감행키로 한 그녀.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냉혹했다. 직무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오롯이 고시 공부에만 전념해온 31세의 여성에게 세상은 무자비했다.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자영은 친구 민지(노수산나)가 근무하는 투자회사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된다. 친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기회조차 얻기가 만만치 않은 게 바로 현실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영은 길 위에서 달리기를 하던 현주(안지혜)와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

짜임새 있는 심리전 <진범>

영훈(송새벽)의 아내 유정(한수연)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다. 경찰은 영훈의 친구 준성(오민석)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준성의 아내 다연(유선)은 남편의 무죄를 일관되게 주장하며 이의 입증을 위해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무죄 입증이 여의치 않은 상황. 다연은 법정에서의 직접적인 증언이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 영훈으로 하여금 남편의 무죄 증언에 나서도록 모든 자원을 집중시킨다. 영화 은 아내가 살해당한 뒤 진범을 추적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힌 주변인물들이 펼치는 심리전을 짜임새 있게 그렸다. 이 작품은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장편 관객상을 수상했다. 영훈과 준성은 둘도 없는 절친 사이이다. 준성과 영훈의 아내 역시 같은 대학의 선후배 사이로 평소 ..

인간의 편견과 과도한 욕망 꼬집는 영화 <경계선>

여행객의 불법적인 물품 반입 확인을 담당하는 출입국 세관 직원 티나(에바 멜란데르). 그녀에게는 남들이 갖추지 못한 독특한 재능 하나가 있다. 다름 아닌 사람의 감정을 후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덕분에 수많은 불법 행위들이 그녀에 의해 적발된 뒤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지곤 했다. 기계장치가 아닌 오직 신체의 감각기관에만 의존하여 판별해내는 티나의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확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 묘한 분위기의 한 남성이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했다. 티나의 예민한 감각이 이를 놓치지 않았다. 그의 주변은 미심쩍은 기운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검사 결과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티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남성. 하지만 이번에도 불법 행위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레보(에로 밀..

현대인들의 나약한 본성 <죄 많은 소녀>

고교 2년생 경민(전소니)과 영희(전여빈), 그리고 한솔(고원희). 같은 학급 친구 사이인 이들은 어느 날 밤늦은 시각까지 공연을 함께 관람한 뒤 각자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경민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 했다. 실종된 것이다. 현장에 있던 CCTV에는 영희와 경민이 마지막까지 함께 있었던 장면이 찍혀 있었다. 학교 측의 조사가 시작되었고, 뒤이어 경찰의 수사가 진행된다. 모든 정황은 영희를 가해자 내지 방조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영화 는 청소년의 자살을 다룬다. 하지만 자살 사건 그 자체가 아닌 숨진 소녀를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시체스영화제, 프리부르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영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전여빈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

사람과 동물의 애틋한 유대 <안녕 베일리>

반려견 ‘베일리’. 나이가 든 탓에 이든(데니스 퀘이드)과 늘 즐겨오던 익숙한 놀이마저도 어느덧 버겁게 다가온다. 이든은 늙고 지쳐가는 베일리가 안쓰러웠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이든은 베일리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다음 생애엔 자신의 손녀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의 곁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 이든의 간절함이 베일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일까. 다른 견종, 다른 성별로 다시 태어난 베일리는 ‘몰리’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누군가의 입양을 애타게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냄새와 소리가 몰리의 감각기관을 자극해온다. 주변을 부지런히 살피던 몰리, 놀랍게도 씨제이였다. 베일리와 씨제이의 인연은 이렇게 다시 이어진다. 영화 는 환생을 거듭하며 이든의 손녀 씨제이의 곁을 지키는 ..

균형 잡힌 삶의 중요성 <칠드런 액트>

어느 누구보다 일에 열정적이며 충실했던 판사 피오나(엠마 톰슨). 종교와 윤리 분쟁부터 누군가의 생사가 달린 민감한 사안까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 판결 현장에는 늘 그녀가 있었다. 판사라는 직업인으로서의 높은 명망은 이렇듯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과 경험이 축적된 결과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법원으로부터 긴급 전화가 걸려온다. 병원 측이 백혈병에 걸린 17세 소년 애덤(핀 화이트 헤드)의 강제 수혈을 요청해온 것이다. 수혈을 못할 경우 자칫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는 상황. 부모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소년 스스로도 부모의 견해를 따른다는 입장을 취했다. 한 소년의 생명을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 피오나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진다. 영화 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수혈을 거부..

우리 선생님을 고발합니다

1983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한 초등학교. 교사 드라즈데초바(주자나 마우레리)가 새로 부임해온다. 그녀는 공산당 대표 당원이자 모스크바 중앙당과의 관계를 이용, 자신이 맡은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재능 기부와 증여를 강요한다. 집안 청소 등 잡일은 물론, 교내외 대부분의 일들을 학부모와 아이들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거부하거나 싫은 내색을 드러내는 아이에겐 자비 없는 보복이 가해졌다. 영화 는 사회주의 국가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공산당 대표와 교사의 지위를 이용,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갑질을 행사하던 한 교사에 대한 이야기다.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은 1989년 이른바 벨벳혁명으로 붕괴되었고,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됐다. 드라즈데초바 교사의 부임 첫날 행위는 기행에 가까웠다...

제로섬으로 수렴해가는 삶

끼를 도저히 주체할 수 없어 침대 위에서 폴짝폴짝 튀어 오르는 빌리. 하지만 더는 올라갈 수가 없다. 시간이 흘러 폭풍 성장한 빌리는 무대 위 한 마리 백조가 되어 우아한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하늘 높이 도약한다. 11세 소년의 예술적 성장을 이야기하는 영화 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배우 지망생 미아. 어느 날 그녀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배우가 카페에 들어서자 동경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배우로서의 꿈이 더욱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시간은 훌쩍 흘러 배우가 된 미아. 언젠가 유명배우가 그랬던 것처럼 그녀 역시 쏟아지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카페 안으로 유유히 들어선다.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을 뮤지컬 장르로 극화한 영화 다. 는 2001년, 그리고 는 2016년에 각기 개봉한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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