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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1월의 두 얼굴> 아날로그 감성의 느릿한 스릴러

1월을 영어로 'January'라 한다. 이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야누아리우스(Januarius)'로부터 유래됐다. 야누스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성과 문을 지키는 두 얼굴을 지닌 신으로써 양면성을 가진 사람을 지칭할 때 흔히 쓰이는데,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체스터를 일컫는 듯싶다. 장르상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던 그것과는 전개 방식이 사뭇 다르다. 긴장감을 점차 고조시켜 가는 방식을 택하기보단 느슨하면서도 잔잔한 극의 흐름을 통해 관객들에게 영화 속 그리스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여유를 선사해 준다. 정말 의외다. 덕분에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급박스러운 긴장감을 숨가쁘도록 뒤쫓던 다른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에 비해 한층 여유로운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렇다고 하여..

<선샤인 온 리스> 우리 삶에도 언젠가 햇살이 비출 테야

2007년 최고의 뮤지컬상을 거머쥐었던 웨스트우드의 인기 뮤지컬 '선샤인 온 리스'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선샤인 온 리스'라는 제목은 영국의 2인조 쌍동이 밴드 '프로클레이머스'가 1988년에 내놓은 2집 앨범 타이틀로부터 비롯됐다. 이 앨범에 수록된 곡 ' I’m gonna be (500 miles)'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프로클레이머스를 일약 영국 국민밴드의 반열에 올려 놓는 수훈 갑이 되는데, 본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하거니와 흥겨운 엔딩 장면을 장식한다. 근래 관람한 영국 영화들로부터 흔히 볼 수 있던 삶에 대한 관조 그리고 훈훈한 가족애 따위를 흥겨운 음악과 함께 뮤지컬로 엮어놓은 독특한 형식의 영화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겪어야 할 생로병사 및 희노애락과 같은 통과의례(?)들이 경쾌하게..

<브릭맨션> 현란한 맨몸 액션에 흠뻑 빠져들라

'13구역'의 리부트 작품이다. 물론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팜플릿을 통해서나 기타 사전에 얻을 수 있는 관련 정보들을 애써 무시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보았던 집사람이 '13구역'의 내용과 무척 흡사하다는 이야기를 내게 넌지시 건네왔다.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재미가 반감됐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13구역'을 보지 않았던 난 집사람의 반응에 대해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혹시나 해서 뒤져본 인터넷을 통해 실제로 '13구역'의 리메이크 버전임을 확인하게 된다.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이른바 파쿠르(도시와 자연환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

<익스펜더블 3> 왕년 액션배우 총출동 노익장 과시하다

왕년에 람보나 터미네이터 시리즈물을 즐겨 보았던 이들이 이 영화를 관람 후 가장 먼저 하게 될 일은 아마도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 보는 게 되지 않을까 싶다. 출연한 배우들의 변화된 면면을 통해 그동안 애써 잊고 왔던 시간적 간극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린 이들을 통해 세월의 무심함에 또 한 번 놀라야 했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사실을 반드시 본인 스스로가 아니더라도 이렇듯 한때 우리를 즐겁게 했던 배우들의 변화를 통해 우리 의사와는 무관하게 감지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으니 말이다. 최근 배우 김진아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도 비슷한 경우일 테다. 미국 CIA로부터 지령을 받아 적진에 침투하여 임무를 수행하는 천하무적 팀 익스펜더블, 이들에게 새로운 지령이 하달됐다. 이들..

<안녕, 헤이즐> 부족하기에 더욱 간절했던 사랑

삶은 참 불공평하다. 적어도 아직 10대에 불과한 꽃다운 이팔청춘들에게 던져진 가혹하리 만치 잔인한 시한부 삶 앞에선 말이다. 아니다. 틀렸다. 삶은 참 공평하다. 온전하게 천수를 살아도 제대로된 사랑 한 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반면, 비록 짧은 시한부 삶 속에서도 진정하며 영원한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헤이즐(쉐일린 우들리)은 13세에 이미 갑상선암 말기 진단을 받은 17세 소녀다. 다행히 당시에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암세포는 이미 폐까지 전이되어 인공 호흡기에 의지한 채 숨을 쉬어야만 하고 그나마도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때문에 그녀는 주변의 것들이 온통 심드렁하기만 하다. 우울증마저 앓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다 못한 엄마는 어느날 그녀를 암 환..

<허큘리스> 막바지 더위 한 방에 날릴 통쾌한 액션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헤라클레스를 모티브로 하여 각색, 제작된 영화다. '명량'을 비롯한 한국 영화의 선전으로 인해 이 영화는 사실상 한국 시장에서 기를 못 펴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영화가 헐리우드 대작들을 연거푸 누른 채 승승장구하고 있다니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좀 더 살펴 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난 '허큘리스'의 상영관을 찾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관람일이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람키로 한 모 멀티플렉스의 그 많은 스크린 중 유일하게 한 개 관에서 단 1회만이 상영될 예정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나마도 자리가 텅텅 비어 지정 좌석제가 별 의미 없을 정도였다. 덕분에 쾌적한 관람이 가능했지만, 특정 배급사와 상영관들의 스크린 점유율을 ..

<그 사람 추기경> 삶과 죽음에 대한 고뇌

그 사람 추기경, 그는 천주교인이다. 때문에 그를 기리는 이 영화의 리뷰를 써내려가기에 앞서 먼저 종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천주교인의 관점과 비천주교인이 바라보는 시각은 엄연히 다를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 포스팅이 객관적인 글이 되느냐 혹은 주관적인 글이 되느냐의 여부가 바로 그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난 사실 천주교에 적을 두고 있다. 아니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단 천주교뿐 아니라 불교 그리고 기독교에도 나의 흔적은 남아있다. 그러나 종교를 내 의지에 의해 스스로 택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불교에 적을 두었던 건 순전히 한때 불교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 탓이었고, 기독교는 군 입대 후 신병훈련소에서 종교활동을 강요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여 세례를 받은 경우다. 천..

우린 왜 <명량>에 열광하는가?

흔히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는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할 듯싶다. 난세영웅(亂世英雄)이 아닌 난세영화(亂世映畵)로.. 왜 아니겠는가? 영화 '명량'이 지난달 30일 개봉 이후 파죽지세의 기세로 내달리며 일주일만에 600만명을 가볍게 돌파했다. 개봉 첫날 68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수립한 이래 최단 기간 600만명 돌파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채 전무후무한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이번 기록에 일조한 셈이 됐다. 때는 1597년으로 거슬러 올라 임진왜란 6년차, 조선은 왜구의 침략으로 인해 혼란이 극에 달해 있고,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최악의 상황이다. 반면, 왜구는 쉼없이 조선 정복을 꿈꾸며 한반도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

<신의 한 수> '우는 남자'엔 없던 '아저씨'가 보인다

영화 '아저씨'의 인기는 실로 대단했던 걸로 기억한다. 일종의 신드롬이었다. 아직도 회자될 정도이니 말이다. 물론 배우 원빈이 너무 잘 생기고 멋진 측면을 절대 무시 못한다. 어쨌거나 '아저씨' 이후 우린 비슷한 액션 장르의 영화가 나올 때마다 이와 반드시 비교하는 습관이 생겼다. 얼마 전 개봉했던 장동건 주연의 '우는 남자'가 주목을 받으며 기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이의 연장선이다. 바로 '아저씨'의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정범 감독의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장동건이란, 원빈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배우가 출연했기 때문이었을 테다. 액션 장르인 '신의 한 수', 어쩔 수 없이 '우는 남자'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엔 원빈, 장동건과는 성향이 전혀 다른 배우 정우성이다. 과연 어땠을까..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삶은 그 자체로 동화다

1950년대 헐리우드를 풍미했던 미국 출신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실제 삶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적 각색을 거쳐 탄생한 작품이다. "내 인생이 동화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동화다" 그레이스 켈리가 생전에 남긴 어록이다. 영화 인트로 부분에서 언뜻 볼 수 있는데, 어쩌면 그녀 스스로의 표현처럼 그레이스 켈리는 정말 동화처럼 극적인 삶을 살지 않았나 싶다. 제27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배우 그레이스 켈리(니콜 키드먼)는 모나코의 레이에 3세(팀 로스)와 세기의 결혼식을 올리며 전 세계인들의 축복과 함께 헐리우드를 떠나게 된다. 모나코 국왕의 왕비 노릇은 생각만큼 즐겁지가 않았다. 속마음을 겉으로 절대 내색할 수 없는 왕실의 생활이 그녀에겐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던 어느날 영화감독 히치콕이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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