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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소통과 삶은 파편화된 조각의 모음 '컨택트'

어느날 흡사 계란을 닮은 듯한 유선형의 초대형 UFO가 미국 몬타나 주의 한적한 공간에 떨어진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전역은 발칵 뒤집힌다. 뿐만 아니다. 괴 비행체는 전 세계 12곳에서 추가로 발견된다. 인류 전체는 사상 유례 없는 사태로 인해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경계심 또한 최고조에 이른다. 불안에 휩싸인 세계 곳곳에선 폭동이 일어나고 약탈과 방화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이 괴 비행체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지구에 날아온 것인지 의문투성이가 아닐 수 없다. '쉘'로 명명된 비행체 내부에 탑승하고 있는 외계인들이 보내온 의문의 신호를 해독하고, 이들과의 소통을 위해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 그리고 물리학자인 이안(제레미 레너)이 각기 초빙되고, 이들은 군과 CIA 등의 철통 같은..

사랑스럽고 유쾌한 영화 '매기스 플랜'

뉴욕에서 생활하는 매기(그레타 거윅)는 아이는 갖고 싶지만 결혼은 하기 싫어하는 자의식이 뚜렷한 커리어 우먼이다. 그렇게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 앞에 어느날 존(에단 호크)이라는 남성이 홀연히 나타난다. 지적인 이미지가 유독 강하고 대학 교수이자 소설도 쓰고 있던 그로부터 매기는 무언가 알 듯 모를 듯한 인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가 쓰던 소설을 읽어주고 그에 대해 부쩍 관심을 보이니 함께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얼마 후 그녀는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작정한다. 아기를 원했던 그녀는 대학 친구인 가이(트래비스 핌멜)로부터 정자를 기증 받아 인공수정을 시도한 것이다. 때마침 매기와 존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유지돼오던 사랑의 감정이 급..

현대사를 관통하는 한 편의 우화 '더 킹'

아버지의 양아치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박태수(조인성)는 요즘말로 표현하자면 소위 '일진'이다. 그의 주먹은 적어도 학교 내에선 최고다. 체육부 아이들마저도 그에겐 두 손 두 발을 모두 들 정도다. 그렇게 교련복을 입고 모자를 삐딱하게 눌러쓴 채 껄렁하게 다니며 동네 양아치들과 일전을 벌여 승리하는 일이 당시엔 최고의 힘을 가진 것이라 생각했던 박태수다. 그러던 어느날, 그의 아버지가 검사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박태수는 진짜 힘은 주먹이 아닌 권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180도 돌변한 박태수는 자신도 반드시 검사가 되겠다며 특이한 방식으로 공부에 매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하게 되고, 군대를 다녀와서는 사법고시마저 패스한다. 박태수의 시골마을은 한바탕 축제 분위기에 휩싸..

선택된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운명 '패신저스'

가까운 미래, 지구는 이미 포화 상태다. 과학기술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의 행성을 다른 은하에서 물색, 식민지화해 놓을 정도로 발전했다. 승객 5천 명과 승무원 200여 명을 태우고 '터전2'라 불리는 식민행성으로 향하던 초대형 수송선 '아발론호'는 인류의 꿈과 도전의 상징이었다. 물론 아발론호의 이동 거리와 소요 시간은 만만찮다. 무려 120년이 걸릴 만큼 먼 거리를 운행해야 했다. 때문에 동면 기술을 이용, 아발론호의 탑승객과 승무원 전원을 동면시킨 채 자동 항법 장치에 의존하여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식이 이에 채용됐다. 그러던 어느날의 일이다. 첨단 과학기술을 빌려 자동 운항 중이던 이 아발론호의 외부 쉴드에 이상이 생기는 바람에 크고 작은 운석들과 충돌하는 일이 빚어진다. 이의 여파로 몇몇 장치..

매혹적인 열정과 감성이 주는 행복감 '라라랜드'

배우 지망생인 미아(엠마 스톤)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처지이지만, 오늘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회 초년생이다. 하지만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번번이 물거품이 되곤 했다. 그날도 여지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해 줄 귀인을 만나겠노라는 일념 하나로 친구들과 함께 파티에 참석한 그녀다. 파티는 무르익어 갔지만 정작 그녀가 찾는 귀인은 없었고, 하필이면 도로 위에 세워 놓은 자동차는 주차금지구역 상에 위치했던 터라 견인 조치되고 만다. 너무 늦은 시각, 어찌해볼 도리가 없던 미아는 터벅터벅 길을 걷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선율에 이끌려 자신도 모르게 한 레스토랑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녀의 귀를 홀린 음악 소리는 다름아닌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이라는 ..

아비규환 속에서 엿보는 작은 희망 '판도라'

어느 날 동남권 지역에 진도 6.1의 강진이 찾아온다. 사상 초유의 지진 앞에서 시민들은 혼비백산하게 되고, 건물과 도로는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모하고 만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지진은 해변에 위치한 한별원자력발전소에 심각한 물리적 타격을 가한다. 원자로의 냉각장치에 이상이 생겨 작동이 정지되고 내부의 열이 급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급기야 원자로의 노심에 위치한 핵연료가 과열되고 원자로의 노심마저 녹아내리는 이른바 '멜트다운'이라 불리는 심각한 지경에 직면하게 된다. 한별원자력발전소 부근에 위치한 월촌리 주민 재혁(김남길)은 발전소에 몸담고 있는 직원이다. 지진 당시 발전소 내에 있던 그와 동료들은 지진의 충격과 함께 무너져내린 건물 잔해에 묻혔으나 극적으로 부상을 피할 수 있었던 재혁 등의 ..

웃음으로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영화 '형'

사기죄로 구속되어 형무소에서 복역 중이던 고두식(조정석)은 유도 시합 중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력을 완전히 잃은 이복동생 고두영(도경수)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가석방된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그는 법관과 교도관 앞에서 가짜 눈물쇼를 선보인다. 이 눈물 나는 연기(?) 덕분에 그에겐 1년이라는 달콤한 자유시간이 허락된다. 물론 두식에게 있어 동생 일 따위는 애초 안중에도 없었으며, 순전히 형무소에서 빠져나올 요량으로 벌인 일종의 꼼수였다. 사기 기질 하나는 정말 제대로 타고난 그다. 두식의 진짜 관심은 정작 다른 곳에 있었다. 출소하자마자 동생 명의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값비싼 외제차부터 뽑은 그였다. 이쯤되면 두식의 진짜 속내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대충 알 것도 같다. 과거 전..

시간의 유한성, 그로 인해 더욱 가치 있는 삶 '열두살 샘'

샘(로비 케이)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12살 소년이다. 물론 백혈병에 걸렸다고 하여 모두가 바로 생명을 잃는 건 아니다. 백혈병 환자의 다수는 완치된 후 재발 없이 건강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그렇지 못하다. 샘은 후자에 속하니 지독히도 운이 없는 편이다. 결국 병원 측도 치료 중단을 선언해 온다. 덕분에 샘은 끔찍했던 병원을 벗어나 간절히 원하던 가정에서의 일상 생활이 가능해졌다. 비록 시한부의 삶이긴 하지만 말이다. 샘에겐 소아병동에서 만나 함께 투병해 온 펠릭스(알렉스 에텔)라 불리는 절친이 있다. 둘은 시한부 삶이라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이이다. 샘은 죽게 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을 어느날 문득 깨닫는다. 자신과 관련한 기록 하나쯤은 왠지 세상에 남겨 놓아야 ..

노무현, 그가 남긴 소중한 자산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장준하 선생과 함께 유신헌법개헌청원백만인서명운동을 주도하는 등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에 헌신해 온 김희로 시인의 둘째 아들 김원명 작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찾아나서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이 영화의 각본과 나레이션을 맡았다. 노무현을 기억하는 사람 수 명이 포장마차에서, 혹은 팟캐스트 녹음실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며 허심탄회하게 과거를 되짚는다. 이들이 과거를 떠올리며 북받쳐오르는 설움과 안타까움에 그만 눈물을 훔치고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장면은 관객들마저 숙연케 한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길래 그의 부재가 이토록 사무치게 다가오는 걸까? 다큐멘터리 장르의 이 영화가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던 건 과연 무얼까? 노무현 대통령의 과..

맞닿아 있는 허구와 실재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유력 대선 후보 장필우(이경영)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재벌기업 회장(김홍파), 그들은 비자금을 매개로 상호 공존을 꾀하는 은밀한 관계이다. 아울러 뒤에서 이의 판을 짜고 기획하는 인물은 놀랍게도 한국 사회의 여론을 쥐락펴락할 정도로 영향력이 상당한 모 메이저 신문사의 대표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다. 정치권과 재계, 언론 그리고 그들의 뒤를 봐주는 조직 폭력배까지, 모두가 한 통속이 되니 세상 그 어떠한 일도 자신들의 입맛대로 되지 않는 게 없을 정도이다. 이강희의 배후에서 활동하며 장필우와 재벌기업 사이의 비자금 거래 전모가 담긴 파일을 움켜쥐었던 조폭 두목 안상구(이병헌)는, 저들 사이에서 오랜 공생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지만 결국 비자금 파일 때문에 이용만 당한 채 차갑게 버려지고 만다. 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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