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대학로 연극 '이솝야화', 빵빵 터지는 기발한 개그 코드가 압권

새 날 2014. 12. 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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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만족스러운 게 없거니와 웃을 일조차 없는 요즘이다.  더구나 근래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이 펼쳐보이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은 그야말로 한 편의 희극이라 할 만큼 참혹하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극이라면 해맑은 웃음은커녕 하도 어이가 없어 헛웃음 내지 쓴 웃음만을 짓게 할 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현재 그러하다.  마음껏 웃어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해내기조차 어려울 만큼 아득하다.

 

 

하지만 절친과 함께 <이솝야화> 관람을 위해 '훈 아트홀'이란 작은 소극장에 발을 디딘 이후로는 적어도 세상사에 대한 시름 따위 까맣게 잊을 수 있었다.  이곳의 모양새는 가로로 길쭉했고 세로 폭이 한없이 좁아 무대와 객석 간의 간극은 그야말로 한 뼘밖에 안 될 만큼 가까웠다.  심지어 배우들의 숨소리마저 확인될 정도로 말이다.

 

 

물론 TV 등 대중매체를 통해 절대 본 적 없는, 어쨌거나 자신들을 개그맨이라 소개하고 있기에 출연 배우들이 분명 개그맨이 맞을 테지만, 이들과 관객들 간 펼쳐지는 애드립을 보고 있자니 어디까지가 대본에 의한 극이고 어디까지가 임기응변에 의한 상황인지 도무지 헷갈리지 않을 수가 없다. 



쑥스러워하는 관객의 미지근한 반응조차도 기어코 웃음으로 만들어내는 그들의 현란한 애드립에 터져나오는 감탄과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우린 그저 이를 연신 폭발시켜야 했다. 

 

 

근래 이토록 마음껏 웃어본 일은 결단코 없다.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조차 자의적이란 느낌 때문에 잘 보지도 않거니와 혹여 보더라도 무덤덤한 반응을 쏟아내던 터였기에 그에 비한다면 정말 의외의 반전이라 할 만하다.  

 

<이솝야화>는 짧게는 1-2분에서 길게는 10여분 정도 분량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다양한 내용의 극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어놓은 개그 코드 충만한 공연이다.  5명의 남자 개그맨이 때로는 여자로, 때로는 다양한 직업인으로 역할을 달리한 채 출연하여 격하고도 기발한 웃음을 선사해 준다.

 

 

첫 번째 극인 '성냥팔이'부터 빵빵 터지지 않을 수 없다.  이후로 도대체 몇 번의 파안대소를 했는지 기억조차 못할 만큼 한없이 웃어야만 했다.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선 관객과의 소통을 통한 즉석 애드립이 흥한듯 보이고, 아울러 대중매체에선 절대로 선보이기 어려운 류의 개그 코드를 마음껏 발휘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배우들 저마다 갖춘 끼와 개인기가 모두 다를 텐데, 이를 적절한 방법 및 시점에서 제대로 활용한 측면 또한 득이 된 듯싶다.

 

 

청춘 커플이나 젊은 여성 관객을 상대로 한 짓궂은 장난이 때때로, 아니 수시로 펼쳐지곤 하지만, 오히려 관객들이 이를 즐기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듯 배꼽 빠질 정도로 웃다보면 관람시간은 매우 짧게만 느껴진다.  수년동안 웃을 수 있는 분량을 한 시간 남짓의 시간동안 모두 쏟아놓고 온 느낌이다. 

 

웃을 일 없는 요즘, <이솝야화> 류의 화끈한 코미디 공연 관람이 지루한 우리의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리라 장담한다.

 

 

 

공연 장소 : 서울 대학로 '훈 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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