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빅매치> 스트레스 한 방에 날리기엔 2% 부족

새 날 2014. 11.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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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환경적 요인이 화학적 결합을 이뤄 만들어낸 뿌연 대기.. 가뜩이나 줄어든 일조량 탓에 요즘 우울감은 절정에 달해간다.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액션 영화 따위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쩌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원하는, 지극히 자연발생적인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빅매치'는 그래서 선택한 영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트레스를 한 방에 물리치기엔 2%가 부족해 보인다.  분명 좋은 재료인 것만은 분명한데, 어째서 이런 느낌이 들었던 걸까?  아마도 무언가 어색한 연출과 전체적인 부조화 때문 아니었을까 싶다.  괜찮은 듯하면서도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최익호(이정재)는 격투기 간판스타로서 세계 1인자의 자리를 놓고 안드레아와 한 판 대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형 영호(이성민)는 과거 레슬링 선수였으며, 현재는 익호의 코치를 맡고 있다.  안드레아와의 대결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갑작스레 안드레아의 약물 복용 파문이 일며 대결이 무산되고 만다.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찰나 그들 앞에 시련이 떨어진 셈이다. 



그러던 어느날 형 영호가 사라지고 그가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며 경찰들이 영호를 찾기 위해 익호에게 들이닥친다.  익호 역시 하루아침에 살인사건의 용의자 신분이 된 채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에이스(신하균)가 쳐놓은 그물에 걸린 것이다.  익호는 에이스가 설계해 놓은 살벌하기 그지없는 게임 속 주인공이 된 채 형 영호를 살리기 위한 목숨 건 질주를 시작하는데..

 

 

나의 어처구니없는 눈썰미는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아무리 봐도 최익호는 이정재 같았지만, 너무 젊어 보이길래 이정재를 빼닮은 젊은 배우인가 했더랬다. 

 

 

빨간 천사로 나온 배우 역시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누구였는지를 전혀 눈치채지 못 하고 있었다.  어설픈 연기력 덕분에 분명 신인 같았지만, 신인 치고는 나이가 제법 들어보였던 터다.  가수 보아였다.  헐.. 보아가 영화에 출연하다니, 다소 의외였다. 

 

 

조폭인 도끼로 분장한 배우는 낯이 많이 익다.  근래 내가 본 웬만한 한국영화엔 대부분 출연했기 때문일 테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아나운서 배성재의 형인 배성우였다.  '나의 사랑 나의신부' 그리고 '신의 한수'에 등장했을 당시 마눌님이 내게 배성재 형이라고 슬쩍 언질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잊고 있었던 거다.  마눌님은 곁에서 나의 까막눈 같기만한 눈썰미를 어이없다는 듯 연신 비웃고 있었다.

 

 

소재는 충분히 괜찮았는데 전체적으로 무언가 조화가 맞지 않는 느낌이다.  액션만 떼어놓고 본다면 '아저씨'나 '신의 한수'와 같은 깔끔함이 부족해 보였고, 일부 배우들의 연기는 분명 겉돌고 있었다.  이정재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제법 고난도의 액션을 선보이며 고군분투했지만, 물론 액션 연기 대부분은 대역 배우가 했음에 틀림없다, 역시나 나이는 어쩔 수 없었던 것 같고, 에이스 신하균은 지독한 악당으로서의 적절한 카리스마를 뿜어내지 못하고 있다.  보아의 연기 역시 많이 아쉬웠다.  덕분에 전체적인 부조화에 화룡점정을 찍는 모양새다.

 

좋은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진수성찬의 훌륭한 밥상이 될 수 있고, 이도저도 아닌 밥상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 영화, 스트레스를 한 방에 훅 날려버리기엔 무언가 부족해 보인다.  그게 무언지는 참 표현하기가 어려운 게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하나하나 떼어놓고 볼 땐 그럴 듯하나 합쳐 놓으니 전체적인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형국이다.  제법 그럴싸한 멋진 한국형 액션영화 한 편이 탄생했을 법도 한데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그나마 액션을 위해 온몸을 불사른 대역배우 등 출연진들과 중간중간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장면들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감독  최호

 

* 이미지 출처 : 다음(Daum)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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