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등산복이 여행복장으로 둔갑하면 좀 어떤가

새 날 2014. 10. 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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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 여행할 때 입는 복장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언론보도를 통해서다.  참 걱정도 팔자다.  아무리 오지랖이 넓기로서니 어느덧 개개인의 옷 매무새까지 태클을 걸고 나서는가 싶다.  그렇다면 무슨 연유인가 한 번 살펴보자.

 

우리 해외여행객들의 등산복 사랑이 도가 지나치단다.  여행지가 산이 됐든 바다가 됐든 혹은 도심이 됐든 그 어느 곳을 향해도 복장은 한결 같이 등산복이란 얘기다.  심지어 몸에 딱 붙는 원색 컬러의 등산복장이 한국 단체여행팀의 상징이 됐다는 비아냥마저 쏟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누가 입으라 해서 입은 것도 아니고 개인들의 자유로운 의지에 의해 입은 옷이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우리 여행객들이 속옷 차림인 채 돌아다니기라도 했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그 나라에서 절대 입어선 안 될 금기시된 옷을 입기라도 했단 말인가?  통념상 물의를 일으킬 만한 스타일이 아니라면 이를 굳이 언급하는 일 자체가 외려 웃기는 행위 아닌가?

 

ⓒKBS 방송화면 캡쳐

 

곰곰이 생각해 보라.  여행객들은 단체로 왔건 아니면 개별적으로 왔건 간에 유니폼이 아닌 이상 모두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갖춘 복장일 테다.  그 누구도 억지로 그 옷을 입으라 강권한 적이 없다.  다만, 등산복장이 많았던 건 순전히 우연이었던 거다.  댁들이 무언데 무슨 권한으로 남의 복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가.

 

등산갈 땐 당연히 등산복, 일상생활에서도 등산복, 가까운 곳에 다녀올 때도 등산복.. 특별한 격식이 요구되지 않을 경우 언젠가부터 우리 주변에선 등산복을 일상복처럼 착용한 사례를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아무래도 아웃도어 의상만의 재질적 특성에서 오는 편안함 탓이 클 게다.  물론 '앞산에 올라가면서 복장은 히말라야급'이라는 우리끼리의 비아냥은 있어왔다.  작금의 논란 역시 그의 여파쯤이라 여겨진다.  그래도 난 추리닝 바람으로 돌아다니던 예전보다 훨씬 아름다운 광경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한반도의 지형적 특색을 고려해 볼 때 반드시 안 좋은 쪽으로만 받아들일 건 아니라고 본다.  알다시피 도심에서 벗어나지 않고도 쉽게 산을 찾을 수 있는 지형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땅 넓은 외국에선 등산을 하려면 도심으로부터 한참을 벗어나야 하기에 특별히 맘먹고 나서지 않는 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린 등산 여건에 관한 한 대단한 축복을 받은 셈이다.  태어날 때부터 산악인이었던 셈이니 말이다.  오늘날 한반도의 아웃도어 열풍은 이러한 지형적 특색을 염두에 두지 않고선 절대 언급할 수 없다.  외국인들이 이러한 특징을 알 리 만무하지 않은가.



아울러 '백의 민족'이란 틀 안에 갇혀있던 우리 국민에 대한 외국인들의 단순 시선을 어느덧 베네통 스타일과도 같은 형형색색의 원색 컬러를 몸에 두를 줄 아는, 세련된 시선으로 변화시키게 된 점 역시 정부에서 국가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큰 돈 들이며 광고에 쏟아붓는 인위적인 노력보다 훨씬 커다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관광객들은 등산복을 입음으로써 편안함을 느끼고, 국가 이미지마저 밝은 톤으로 바꿀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 아니겠는가.

 

과시욕이 남다른 우리의 국민성 탓에 값비싼 아웃도어 의상을 경쟁적으로 갖춰 입다 보니 오늘날과 같은 등산복 천지가 됐다는 우스갯소리 내지 비아냥을 간혹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반드시 부(負)의 효과만 있는 건 아니다.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착용한 우리 관광객들을 통해 최근의 대세가 어떤 종류인지 눈 여겨 보게 될 테니, 관련 브랜드 업체들에게 있어선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와 자신들의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본격 아웃도어 강국이 되는 거다.

 

ⓒ주간경향

 

남이야 어떤 옷을 입든 무슨 상관인가.  우리 관광객들은 오히려 값비싼 아웃도어 의상을 입고 있는 자체가 여간 자랑스러운 게 아닐 텐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본인만 만족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혹여 현지인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아니면 과시욕에 찌든 어글리 코리안이란 비웃음을 사든, 그리고 심지어 값비싼 형형색색의 아웃도어 의상을 입은 관광객은 모두 돈 많은 한국인이라는 관념을 암암리에 정형화시켜 범죄의 타깃으로 만들든, 그건 전적으로 개인들이 선택한 문제 아니겠는가. 

 

외국인들의 손가락질은 부러움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양태일 뿐이다.  본인들이 만족한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해외관광객들이여, 보다 떳떳해지라.  태클도 지나치면 민폐가 되는 법이니..

 

어느덧 계절은 또 다시 겨울로 향해가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비슷한 류의 패딩 점퍼를 입은 아이들이 대한민국 전체를 비록 원색 톤의 형형색색이지만 정형화된 아웃도어 의상으로 뒤덮을 시기가 도래했다는 의미이다.  부모님의 등골이 좀 휘면 어떤가.  바야흐로 한반도는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를 우리식 복장 천지로 만들 수 있을 텐데..  무척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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