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의 UN 발언, 섬뜩했던 한 마디

새 날 2014. 9. 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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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후 처음으로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였습니다.  지난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7번째입니다.

 

이날 박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였는데, 공교롭게도 대통령의 연설 당시 맨 앞줄엔 북한 대표단이 앉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박 대통령은 작심한 듯 일본을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습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국가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우회적인 방식을 사용하였지만, 위안부 문제 해결을 또렷하고도 강도높게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연합뉴스

 

역대 대통령 중 위안부와 북한 인권 문제를 직접 거론한 사례가 없을 만큼 민감한 부분인 데다 발언 수위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 이후 북한과 일본의 대응 및 파장이 주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연설이 북한과 일본 등 이웃국가를 자극하거나 압박하는 방식의 발언이었다면, 이후 안보리 정상회의에서의 발언 내용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사안이라 적이 놀라움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안보리 정상회의에 한국 정상으로는 처음 참석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테러행위와 관련해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 행위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반문명적 위협을 제거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 걸까요?  미국은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 세력인 IS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며 동맹국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물론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선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제껏 전투병 파병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어왔고, 원칙적으로 인도적 지원 범위 내에서만 미국 측과 협력할 것이라는 점을 누누이 밝혀왔습니다.

 

ⓒ뉴시스

 

하지만, 최근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방문 당시 IS 공격에 도움을 주겠다며 약속한 바 있고, 또한 지난 16일 미국 군 당국 고위인사가 IS 격퇴를 위한 지상군 파병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상황에서 우리 정부 당국자가 한미동맹 차원에서 긴밀한 공조가 될 수밖에 없기에 인도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 차원의 지원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프랑스 인질의 네번째 참수로 점차 미국의 IS 격퇴에 지지하는 국가들의 민간인 인질 협박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우리나라마저 10년전 김선일 씨 피살 사건처럼 또 다시 참수 공포에 휩쓸리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지난 22일 올랑드 대통령이 이라크 내 IS를 향한 공습을 멈추지 않을 경우 프랑스 민간인 인질 구르델 씨를 살해하겠노라는 IS 연계조직 '준드 알 칼리파'의 협박이 있었으며, 올랑드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 않은 채 이라크 내 IS 공습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프랑스의 이라크 내 IS 공습을 비난한 그들은 구르델 씨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IS가 프랑스의 군사개입으로부터 발을 빼도록 전방위 압박을 시도한 건데, 결과적으로는 인질을 끔찍하게 살해하는 방법을 통해 미국의 IS 격퇴 작전 동참 국가들의 국민은 언제든 또 다른 인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이 그들을 자극할 수 있고, 이는 한국인이 IS의 피랍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 또한 없는 셈이 되며, 자칫 대한민국 자체가 그들의 테러 표적이 될 개연성마저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필리핀에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독일인 인질 2명을 살해하겠노라 위협하고 나선 상황입니다.  바야흐로 10년전 잔혹함과 비인간성에 치를 떨게 만들었던 참수 공포가 또 다시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양상입니다.  

 

박 대통령이 어떠한 의도로 이러한 발언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자칫 우리 국민이 IS의 표적이 될 수도 있음을 절대 간과해선 안됩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의 UN 발언 중 IS와 관련한 단 한 마디가 가장 섬뜩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평소 공약이나 약속을 헌신짝처럼 차버리기 일쑤였던 박 대통령의 행태를 감안할 때 적어도 이번 발언만큼은 이제껏 그래왔듯 허언으로 끝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그보다 더욱 우려스러운 건 어차피 지키지도 않을 발언일진대 괜시리 IS만 자극하는 꼴이 되는 게 아닐까 싶은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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