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대학축제의 두 얼굴, 추모하거나 선정적이거나

새 날 2014. 9. 1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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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그날의 비극으로 인해 줄줄이 취소됐던 대학 축제가 속속 개최되기 시작했숩니다.  하지만 학교마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을 추모하거나 유가족 위로의 부대행사를 마련하는 등 여전히 세월호의 아픔이 이들 축제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가있는 모습입니다. 

 

ⓒ세계일보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는 홍익대에선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는 만화제가 개최됩니다.  박재동 화백 등의 참여가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이화여대에선 '소통 기억 변화'라는 세 가지 축제 테마 중 ‘기억’을 세월호 추모행사 부분에 할당하기로 하였답니다.  동국대학교 역시 17일부터 시작된 축제기간 동안 '9월 27일 세월호 동조 단식' 참가 신청자를 모집하며, 그들과 아픔을 함께합니다.

 

그밖에 한양대의 경우 23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 준비모임’에서 활동하는 김조광수 감독 초청 강연 행사가 계획돼 있습니다.  서강대는 지난 6월부터 공모한 ‘세월호 리포트’를 29일부터 전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사회의 아픔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이렇듯 함께 보듬으며, 이를 치유해 나가려는 학생들의 태도가 너무도 대견스럽습니다.

 

그런데 축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최근 우연찮은 기회에 인터넷을 통해 다소 의외의 이미지를 보게 됩니다.  서울의 모 대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축제 광경인데요.  이는 해당 대학의 축제를 알리는 언론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되었습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이미지속 사람들은 학과 주점을 홍보하는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축제 때면 학과마다 과 운영비 마련 등을 위해 주점을 운영해오곤 하는데, 이를 홍보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나선 모양입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니 실제로 학과 주점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긴 했던 것 같습니다.  이는 축제장을 찾은 주변인들에겐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젊은이들만의 재기발랄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진속 모습은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인 재기발랄함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겐 아닐지 몰라도 제겐 영 낯설게 와닿습니다.  아니 낯설기보다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다분히 고지식하고 심지어 편협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미디어 매체속 연예 프로그램에선 속옷과 진배없는 옷차림의 걸그룹들이 대거 나와 아찔한 군무를 펼치거나 야릇한 몸짓으로 대중들을 열광케 하는 일이 이젠 다반사가 된 지 오래이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들의 패션을 쫓느라 일반 여성들의 옷차림 또한 인기 연예인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연출하고 싶은 자유를 마음껏 발산한다는 데 딴지를 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헌법에서도 명시하고 있듯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에 관하여 간섭 또는 침해를 받지 아니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테니까요.

 

다만, 주점이라고 하면 술을 판매하는 곳일 테고, 이를 홍보하기 위함이라면 다분히 무언가를 노렸음직한 옷차림이라 판단됩니다.  설사 본인들에게 그러한 의사가 없었다고 해도 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 분명 맞을 것입니다.

 

더욱 안타까운 건 평소 성(性)이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되는 현상인 '성의 상품화'를 입이 닳도록 성토해왔던 여성 지성인들이 거꾸로 성의 상품화를 위해 스스로 나섰다는 부분입니다.  성의 상품화라는 건 비단 매춘과 같이 직접적으로 성이 매매의 대상이 되는 것만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소비자들의 성적 자극을 유발함으로써 판매를 촉진시키는 데 성을 이용하는 행위도 엄연히 포함됩니다.

 

주점 홍보가 아닌 상황에서 저런 의상을 입었더라면 아마도 최근의 트렌드로 견주어볼 때 특별히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주점, 즉 술의 판매와 의상이 주는 연상효과입니다.  누가 뭐라 해도 조금 과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전 세월호로 인해 대학생들의 축제마저 위축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의 끼와 젊음을 발산할 소통 도구가 되어야 할 축제 행사마저 세월호 때문에 그 젊은 기운이 굳이 짓눌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나칠 정도로 과감한(?) 일부 학생들의 행동이 축제의 본질을 흐리는 건 아닐까 싶어 우려스러우며, 한 쪽에선 세월호에 대한 아픔을 함께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 쪽에선 오로지 술 판매를 위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과도한 홍보 활동이 벌어지고 있는 듯해 씁쓸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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