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SBS 추석특선영화 '변호인'.. 왜 사라졌을까?

새 날 2014. 9. 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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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 안방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해 보인다.  지난해 스크린에서의 흥행작들이 대거 추석 특선 영화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TV 속에 쏙 들어왔기 때문이다.  특히 '관상', '더 테러 라이브', '소원', '감기' 등이 눈에 띤다.  하지만 그중 단연 우리의 주목을 끄는 작품은 따로 있다.  바로 '변호인'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올 초까지 무려 1100만명이 넘는 관객 몰이를 하며 흥행 신화를 썼던 영화 '변호인', 당시 직접 영화관을 찾아 관람했던 이들이나 이를 미처 보지 못했던 이들 모두에게 안방에서의 시청은 더 없이 좋은 기회라 판단된다.  온 가족과 친지 등이 둘러앉아 좋은 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일 역시 명절을 뜻깊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노릇일까?  9월 5일 오후까지만 해도 관련 기사나 TV 편성표를 통해 확인 가능했던, 오는 9일 오후 10시 10분 SBS에서 방송 예정이던 '변호인'이 감쪽 같이 사라진 것이다.  '변호인'을 내보내기로 했던 그 시각엔 SBS 드라마 '유혹'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5일 오후 9시 30분경 네이버에 들어가 검색을 시도해 보니 불과 4-5시간 전 작성된 기사들로부터는 여전히 추석특선영화로 '변호인'이 편성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중 한 개의 기사를 택해 직접 확인해 보았다.

 

 

분명 9일 오후 10시 10분 SBS에서 방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언론사라 믿을 수 없다?  그래서 구독률과 열독률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자칭 타칭 민족 정론지라 일컫는 국내 최고의 신문사, 물론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조선일보의 기사를 슬쩍 참고했다.

 

 

마찬가지로 기사 내용엔 '변호인' 포스터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으며, 제목에서조차 '변호인'이란 세 글자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기사 입력 시각을 살펴 보니 9월 5일 15:50분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포털에 올라온 TV 편성표를 살펴 보니 9일 SBS의 편성 내용에 '변호인'은 분명 없다.  혹시나 해서 다른 날짜로 옮기거나 타 방송사에서 내보는 게 아닌가 싶어 꼼꼼히 찾아보았건만, 역시나 아무 데도 없다.  물론 SBS 공홈에도 없다.

 

 

아니 그렇다면 편성이 바뀌었다는 얘기인가?  물론 방송국 사정에 의해 편성이란 그때 그때 얼마든 바뀔 수 있는 사안이란 건 잘 안다.  편성표에도 다음과 같은 안내 글귀가 적혀 있다. 

 

"이 편성표는 방송사 사정에 따라 변경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작부터 홍보해 오던 영화를 급작스레 변경한 데엔 우리가 모르는 특별한 속사정이 숨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냥 일반 영화였다면 이렇게 변경됐어도 사실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을 테다.  하지만 다른 영화도 아닌 '변호인'이다.

 

'변호인'이 어떤 영화인가?  '부림사건'의 인권 말살 행태를 직접 겪은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 변호사로 변모해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있으며, 실재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됐기에 더욱 특별했던 영화다.  무자비한 권력을 바위에,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민중을 계란에 비유하며, 과거의 현실이 그 모양새만 바뀌었을 뿐 오늘날에도 여전히 횡행해 오고 있음을 이 영화는 매우 사실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때문에 영화의 내용이 현재 권력을 잡고 있는 세력에겐 무척이나 불편하게 받아들여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화관에서 1000만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은 결과만으로도 사실 속이 거북하고 쓰렸을 텐데, 이젠 명절 연휴 안방에서의 방영을 통해 영화관 관객수보다 훨씬 많은 이들을 접하게 된다 하니 어찌 그 속이 편안할 수 있겠는가.

 

도처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던 찰나인 데다 유신으로의 회귀를 걱정해야 하는 암울한 시대적 상황, 더군다나 국민들의 입을 막고 표현의 자유마저 옭아매려 하는 현재의 권력층이기에 아마도 전직 대통령의 민주화를 위한 열정과 노력을 추석 연휴 시청자들에게  내보이는 일이 영 찜찜하게 와닿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문에 여기서의 방송사의 사정이란 아마도 이런 류의 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그런 형태 말이다.  물론 순전히 억측이다. 

 

SBS는 왜 '변호인'을 방송 편성표에서 급하게 내린 건지 어떠한 해명이나 공지글조차 없다.  때문에 이러한 결과에 시대적 조류가 맞물리며 무수한 추측이 난무하는 건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현상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난 이러한 결과가 무엇보다 순전히 방송사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정에 의한 결과물이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포스팅을 읽고 계시는 다수의 분들이 생각하는, 제발 그런 게 아니었으면 한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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