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변희재 명예훼손 판결이 우려스러운 이유

새 날 2014. 9. 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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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트위터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4일 선고공판에서 변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명예훼손 사건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변 대표는 김광진 의원이 지위를 이용하여 아버지의 기업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내용의 허위 기사를 SNS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었다.

 

재판부의 판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의 비방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피해자를 비방하기 위함이다.  언론인이자 사회운동가로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피고인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허위내용의 글을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게시해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므로 사안이 절대 가볍지 않다.  더군다나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되지도 않았다.  때문에 피고인을 벌금형이 아닌 징역형에 처한다.

 

검찰은 변 대표를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이 정식 재판에 부쳤고, 변 대표 역시 정식 재판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선고 직후 변희재 대표는 고의성이 있었다는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의 뜻을 분명히 했다.

 

비단 김광진 의원 건만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변희재 씨가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왔던 발언과 글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 부부에게 종북주사파라 칭했다가 명예훼손 책임이 인정돼 최근 2심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는 등 그의 가벼운 언행으로부터 비롯돼 송사에 휘말려있는 건만 해도 부지기수다.  때문에 변희재 씨에 대한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매우 시의적절했다는 판단이다.  아니 보다 엄중한 판결을 통해 우리 사회에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할 필요성마저 대두된다.



하지만, 난 다른 이유 때문에 변희재 씨의 이번 판결 결과가 솔직히 우려스럽다.  왜냐면 때마침 검찰이 인터넷과 SNS 등에 유언비어를 유포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범죄자를 처벌하는 ‘명예훼손 사건 전담 수사팀’을 신설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명예훼손과 관련돼 전담팀을 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그렇다면 변희재 씨에 대한 징역형 선고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물론 이 같은 검찰의 움직임이 특정 명예훼손 건만을 지목한 건 분명 아닐 테다.  세월호 유족들을 향한 비난과 조롱이 도를 넘어섰다는 상황이 이를 잘 대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불거지고 있는 몇몇 사건의 흐름을 감안해 볼 때 검찰의 움직임이 석연치 않게 와닿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일본 산케이신문의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 제기로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이 두 차례나 검찰에 불려나간 바 있으며, 청와대는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끝까지 묻겠노라 밝힌 바 있다.  

 

ⓒ아사히 온라인판 캡쳐

 

이에 대해 산케이신문과 대척점에 서 있으며 진보 성향의 일본 유력 일간지이기도 한 아사히 신문마저 거들고 나선 상황이다.  사설을 통해 "정권의 뜻에 맞지 않는 것을 쓴 기자를 압박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자 세계 선진국의 입장에서 볼 때 공권력에 의한 위압"이라며 한국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검찰은 또 박 대통령의 비선조직인 ‘만만회’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최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국민들 사이에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지고 있다.  의혹 당사자들의 명쾌한 해명이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외신까지 덩달아 나서자 당황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이런 주변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이번 검찰의 조치는 또 다른 방식의 여론 잠재우기 시도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명예훼손을 빌미로 국민들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는 따위 말이다.

 

이와는 별개지만, 광주비엔날레에서의 홍성담 작가 대통령 풍자그림 '세월오월'의 전시를 유보하면서 불거진 표현의 자유 논란이 큐레이터 사퇴 그리고 출품 작가들의 작품 철수, 이용우 비엔날레 재단 대표의 사퇴 표명까지 연거푸 이어지는 결과를 빚을 만큼 수상한 일들은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과거로 회귀한다거나 또 다시 유신시대를 맞이하고 있노라는 사회 일각에서의 우려가 단순히 우려 수준으로 그치지 않고 눈앞에서 현실화되는 듯한 느낌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비단 징역형을 선고받은 변희재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언제든 또 다른 변희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작 의혹에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은 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주고자 하는 권력층의 무리수가 엉뚱하게도 변희재 씨에 대한 이례적인 징역형 선고라는 형태로 발현된 듯한 느낌 때문에 그에 대한 판결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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