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오만한 새누리당, 협상 의지가 있긴 한가

새 날 2014. 9. 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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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있었던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의 3차 면담은 파행으로 종결됐다.  이는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3차 협의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족 측에 제안할 안은 여야가 합의한 재협상안이며 양보는 더 이상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역시 같은 날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더 이상 만나지 않겠노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

 

평행선은 아무리 달려도 결국 그 폭이 좁혀지지 않는다.  눈엣가시라 여겨왔던 탓인지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 이후 새누리당의 태도는 더욱 강경 모드다.  유족과의 면담을 통해 그들과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애초의 공언은 모두 허공에 흩뿌려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이 더욱 괘씸한 건 앞에선 유족들과의 면담을 추진하며 전향적으로 변모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뒤로는 외부세력 배후 조종론을 설파하며 여론전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11일 이인제 최고위원이 유족 내부를 흔드는 세력이 가담하고 있으니 이를 물리쳐야 한다며 외부세력 개입설을 제기하고 나섰다가 유족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유족들은 이에 대해 우리의 배후는 아들 딸들이라 울부짖으며 또 한 번 분루를 삼켜야 했다. 

 

이번엔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 의원이 직접 나섰다.  유민 아빠의 단식농성이 중단된 다음날인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실업 토론회를 통해 "유족들에게 잘못된 논리를 입력시켜 일을 이렇게 만들고, 아까운 시간을 다 낭비하게 한다.  배후 조종 세력들이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며 역시 외부 세력 배후설을 주장했다.

 

다른 이도 아닌 당 대표가 나선 데다 유민 아빠의 단식농성이 끝나자마자 뱉어낸 발언인지라 더욱 괘씸하게 와 닿는다.  유민 아빠의 단식 중단이 유족들의 투쟁 동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릴 것이라 예상했을 테고, 그에 따라 이들을 외부 세력의 배후 조종이라는 일종의 색깔 프레임에 가둬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하게 하려는 전략을 끄집어낸 셈이다.  정적도 아닌,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채 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엄마 아빠에게 색깔론을 내세우며 편 가르기하는 방식, 너무 치졸하지 않은가?

 

ⓒ미디어오늘

 

뿐만 아니다.  유민아빠의 주치의인 이보라 씨의 신상 정보를 공식 요청하는 만행마저 저질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동부시립병원에 '국회의원 요구자료 제출' 문서를 보내 그녀의 신상 정보를 요구한 것이다.  가뜩이나 유민 아빠의 주치의란 이유로 이혼경력과 정당활동 등의 비방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확인사살에 나선 셈이다.

 

결국 새누리당에 있어 유족들과의 협상은 애초 진정성 따위는 없었던, 오로지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셈이다.  협상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목적에 부합하는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서로 의견을 나누는 행위일진대, 이렇듯 일방적인 고자세로 임하고, 뒤로는 편가르기를 통해 유족들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고수하면서 무슨 협상을 논하는가.  과연 협상에 대한 의지가 있기나 한가?

 

오만한 새누리당은 현재의 정국 파행을 모두 야당에 전가시킨 채 빨리 정상화하라며 윽박지르고 있다.  모든 게 야당 탓이란다.  이쯤되면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상대적으로 큰 힘을 지닌 집권여당이 야당을 협상 대상으로 생각지 않은 채 또한 세월호 유족들마저 벌레 다루듯 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찌 정국 정상화를 바라는가.  협상 파트너로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고, 아울러 자꾸만 궁지로 몰아가는 상황이라면 결국 어깃장을 놓는 방법밖에 더 있겠는가?



세월호 참사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노라며 눈물마저 훔쳤던 대통령은 이제 의회가 알아서 할 일이니 모르쇠로 일관한 채 발뼘하기 바쁘다.  더군다나 청와대 앞에서 유족들이 농성을 벌인 지 어언 10일이 훌쩍 지나 자칫 추석마저 찬 바닥에서 치러야 할지 모를 참담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불통인 데다 이젠 야만스럽기까지 하다.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않아 답답한가?  정국이 빨리 정상화돼야 원하는 정책을 마음껏 펼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해 난감한가?  그렇다면 유족이 원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이 그에 대한 유일한 해법일 텐데 어찌하여 이를 외면하는가?  혹시 일반 서민들의 생활과 생계가 진심으로 걱정이 되어 지금 민생 타령하는 게 맞긴 한 건가? 

 

만일 그러하다면 새누리당과 대통령이 먼저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함이 분명 맞겠다.  야당과 유족들을 벌레 쳐다보듯 취급하며 내차버리는 태도가 오늘날의 정국 파행을 불러 온 셈이기 때문이다.  야당과 유족, 그리고 국민들을 지금과 같은 오만한 태도로 대할 경우 정국 파행은 그 끝이 어디쯤인지 가늠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진정 민생을 원하고 민생 타령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다면 세월호 유족과 야당을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선부터 올바르게 바꾸고, 편 가르기를 중단할 것이며 유족이 원하는 세월호특별법을 통과시켜라.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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