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세월호보다 더 급한 민생은 없다

새 날 2014. 9. 1.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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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 아빠의 단식농성 중단과 동시에 '민생'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아니 떠오른 게 아니라 부러 떠받들고 있는 모양새다.  어느덧 언론과 세인들의 관심은 세월호로부터 민생으로, 그 무게추가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의도된 손바뀜이지만 말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민생 타령이 부총리를 거쳐 총리의 대국민담화로 이어지더니 급기야 8월 30일 총리의 시장방문을 통해 화룡점정을 찍었다.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민생' 이데올로기 확산의 중심엔 언론이 자리하고 있다.  때마침 민족명절인 추석과 맞물리며 '민생'이란 키워드는 날개라도 단듯 한없이 날아오르며 금새라도 세월호 이슈를 덮을 기세다.

 

ⓒ연합뉴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집권여당이 말하는 민생이란 과연 무얼까?  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민생법안이 바로 그들이 설파하는 민생의 핵심 의제일 텐데, 앞서도 살펴 본 바 있지만 해당 법안들의 대부분은 대기업 특혜, 부동산 투기, 사행성 조장, 교육 환경 침해 따위의 규제완화가 주를 이루고 있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민생'의 개념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국민의 생활 및 생계를 언급함에 있어 안전과 생명보다 더 귀한 개념이 있을 수 있을까?  먹고 사는 문제도 결국 안전과 생명이 담보가 되어야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적잖이 충격을 받은 상태이고, 아직 이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의 치유는 결국 세월호의 올바른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되어야 할 테고, 그의 첫걸음이 다름아닌 세월호특별법이다.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며 매몰차게 돌아선 대통령은 또 다시 니들끼리 알아서 하라며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민생 행보에만 전념하겠노란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세월호 때문에 침체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이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마저 묻어나온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있어 민생이란 무엇인가?

 

대통령이 생각하는 민생이란 무언지 슬쩍 엿볼 수 있는 기회가 포착됐다.  SBS의 취재 결과 밝혀진 사실이다. ([취재파일] 5천6백억 손실 예상되는데 "대통령 공약이니 서둘러 추진하라" 기사 참조)  경기도와 국토부, 수자원공사 등이 경기도 화성에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본뜬 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송산그린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SBS가 입수한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대로 진행할 경우 5,634억원의 손실을 보게 되며, 2조5천억원을 투자해 30년간 운영해도 원금 회수가 어렵다는 평가가 내려졌단다. 

 

ⓒSBS

 

그런데 문제는 이 사업이 대통령의 공약이기에 임기 중 추진해야 하며, 특히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 그에 맞게 사업시기마저 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단다.  아울러 엄청난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대통령이 적극 추진하고 있고 또한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와 맞물리며 결국 친박 실세인 서청원 의원이 지난 6월 입법 지원에 나서 일명 '산입법'을 발의했단다.  손실 부분은 정부 예산으로 메우겠다는 복안이란다.  (참고로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권 당시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이미 적자규모가 12조원을 넘어섰으며, 이로 인해 늘어난 적자만도 8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며 30조원 안팎의 대규모 적자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조5000억원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31일 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2015년도 예산안'에 대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며, 2일 당정협의에서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단다.  지난해의 355조8000억원보다 5%에서 6% 정도 늘어난 370조원 내지 380조원의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새해 예산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좋게 표현해 경기부양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노란 의지라고 해석해 볼 수 있겠다.  문제는 세입 규모가 예상보다 늘지 않아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입 여건은 좋지 않은데 지출은 늘려야 하니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재정 확대인가.  사업성 없는 테마파크 조성에 쏟아붓기 위해?  민생?  어림없는 소리다.  그들이 말하는 민생법안에서 보듯 재벌과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복지 공약 등은 모두 파기한 채 적자가 확연한 대규모 테마파크 사업 따위의 공약엔 목숨을 건듯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국면에선 골든타임을 놓쳐 300명이 넘는 귀한 목숨을 잃게 하더니, 재벌과 자본 배 불리려는 대목에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단다.

 

재정 적자폭은 계속 늘려가고 사업 타당성 없는 무리한 사업을 추진하며, 민생이라는 허울 좋게 포장된 정책 추진으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처럼 이번 정권이 끝나는 시점에 그에 따른 폭탄을 대한민국 전체에 떠넘기고 유유히 사라져, 결국 우리 모두가 이를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국민의 생활 및 생계가 걱정된다면 이래선 안 된다.  진정한 '민생'이란 이러한 형태가 아닐 테다.

 

이제 말도 되지 않는 민생 타령 좀 그만하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게 될 세월호보다 더 급한 '민생'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대들이 정녕 민생을 원한다면, 빠른 시일 내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세월호특별법을 처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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