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수창과 회복불능 상태의 검찰 신뢰

새 날 2014. 8. 23.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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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이 결국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사건 발생 10일만이다.  이번 사건은 김 전 지검장 개인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과 같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특히 고위 공무원 신분인 검사장이 어쩌다 속칭 바바리맨이 되어 스스로의 치부를 만천 하에 드러낼 수밖에 없게 된 것인지, 물론 그 속사정이 속속들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안타까움을 던져 주고 있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이 있기 마련이며, 이를 해소하는 방식은 저마다의 환경과 여건에 따라 제각기 다를 테다.  물론 비단 성욕이든 그 외의 다른 욕구든 간에 범죄 행위가 아니라면 이의 해소 방식을 나무랄 이는 아무도 없다.  따라서 여타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순수하게 김 전 지검장의 행위 자체만으로 바라볼 때 자신만의 성욕 해소 방식에 해당되기에 크게 손가락질 받을 문제는 분명 아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건 그의 행위가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는 데에 있다.  여기서의 음란행위란 성욕을 자극 또는 흥분케 하여 성적 수치심과 성도덕을 침해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낀 피해자의 신고로 죄가 성립된다.  가해자가 혐의를 인정받게 되면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태료 등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연합뉴스

 

그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지 않은 일탈 행위로 보건대, 아무래도 일반인들의 성욕과는 조금 다른, 무언가 특별한 반전 요소가 그의 몸 어딘가에 감춰져 있을 것 같다.  그게 일종의 병적 질환일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단순한 일회성 일탈 행위일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한 순간의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특히 만에 하나 그의 행동이 병적 질환에 의한 것이라면 스스로의 통제력을 벗어날 수밖에 없는 특수 상황이기에 더더욱 안타깝다.

 

그가 얼마나 부끄러웠을지는 굳이 표현을 하지 않아도 짐작 가능하다.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란 심경을 밝히는 대목에서 그의 마음이 그대로 읽힌다.  무려 10일동안이나 혐의를 극구 부인해 왔던 이유가 아마도 이러한 연유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CCTV를 통해 확실한 증거가 확보된 상황에서도 끝끝내 거짓으로 일관한 그의 비겁함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이 안 된다. 

 

검찰 고위직이라면 그에 부합하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어지는 상황인데, 그러한 도덕성과 수치심 따위와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채 10일동안 갈팡질팡했을 그의 모습이 연상되어 약간의 동정심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 그의 처지가 너무도 안쓰럽다.



그러나 그의 개인적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조직의 발빠른 꼬리 자르기식 조치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김 전 지검장의 음란행위 의혹이 불거지자 검찰은 제주도로 대검 감찰본부장을 급파시켰다.  이윽고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노라며 하루만에 이를 철수하게 된다.  하지만 김 전 지검장은 느닷없이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하였고, 검사장 임연권자인 대통령은 다음날 이를 바로 수리하며 발빠르게 대응한다.  파격적인 조치다.  그의 혐의를 확실하다고 판단, 검찰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꼬리 자르기 신공을 펼쳐 보이는 순간이다.

 

이와 관련한 대통령 훈령 관련 규정에 따르면 비위를 저지른 공무원이 징계처분을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징계 사안인 경우 원칙적으로 사표 수리에 의한 면직을 허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 전 지검장의 경우 사회적 지위,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법무부가 대통령 훈령을 어긴 셈이 아닌가?  이는 경찰 수사에 따라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하겠노라는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결과다.  징계면직이 아닌 의원면직 처리를 받은 김 전 지검장은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에 앞으로 추가 징계를 받지 않으며,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금 혜택도 받게 된다.

 

ⓒ연합뉴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행태라 보여지는 까닭이다.  검찰 스스로가 둔 자충수에 가뜩이나 좋지 않아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던 이들의 신뢰는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추락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최근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아 방탄 국회 논란을 빚고 있던 비리 혐의 국회의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용 강제 구인영장을 집행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비난을 의식한 특단의 행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인지상정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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