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산케이신문에 대한 강경대응.. 왜?

새 날 2014. 8. 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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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케이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동안의 미스터리한 행적을 선정적으로 보도한데 대해 검찰이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가토 다쓰야에게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소환과 함께 출금금지 조치를 내렸다.  청와대가 강경 대응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검찰 또한 그에 따라 신속히 움직인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가뜩이나 냉기류가 흐르고 있는 한일관계에 악영향을 끼치며 자칫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아세안지역포럼(ARF)에 참석차 미얀마를 방문중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9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검찰의 소환 통보가 한일 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보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우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신문

 

우선 이웃 나라에 대한 속사정까지, 더군다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부풀려 가며 악의적으로 미주알 고주알 보도한 일본 언론의 지나친 행태를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언론의 오지랖이 넓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쯤되면 너무 과하지 않은가 싶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내에서 여섯 번째로 발행부수가 많은 신문사로 알려져 있는데, 고작 황색 저널리즘인가?

 

그렇지만 그보다 애초 원인을 제공한 청와대의 어설프거나 미심쩍었던 대응 역시 잘한 게 하나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해선 진작부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논란이 있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일본 산케이가 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이러한 내용이 다시 국내에서 회자되는 등 논란이 더욱 커지자 그제서야 뒤늦게 "박 대통령은 사고 당일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며 뒷북 수습에 나선 것이다. 

 

한 마디로 국내에서의 논란은 그냥 묵살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해도 크게 문제될 소지가 없다고 판단했던 게 틀림없다.  왜 아니겠는가?  국내 언론은 이미 자신들의 손아귀에 쥔 채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같은 내용을 적어도 해외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데엔 제 아무리 청와대라 해도 뽀족한 수가 없었는가 보다.

 

ⓒ미디어오늘

 

그런데 산케이에 대한 강경 대응 조치를 바라보며 한 가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산케이의 보도는 애초 한국 국회 내 질의 응답 내용이나 '대통령을 둘러싼 풍문'이라는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의 7월 18일자 칼럼을 중심에 놓고 이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다.  즉 새로 가공된 내용의 기사가 아닌, 우리 사회에서 이미 보도되거나 떠돌던 내용들을 빌려 작성한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 언론에 대해선 출국금지나 검찰 소환 등 지나칠 만큼의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까지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어째서 일본 언론 보도의 원류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가 없는 걸까?  왜? 

 

청와대가 해명한 대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청와대 경내에 있었다손 쳐도 대체 경내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라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국내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망신과 외교 문제로까지 초래되는 상황은 모두에게 득 될 게 없다.  도대체 언제까지 보안 등을 이유로 얼버무리며 국민들을 기만할 셈인가. 

 

사고 당일 대통령에겐 특별한 일정이 없었단다.  때문에 세월호 참사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감안하더라도 대통령은 분명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사태를 예의주시했어야 함이 옳다.  그러나 대통령은 7시간 동안 국가안보실과 대통령 비서실로부터 서면과 유선으로 24차례 보고만 받았을 뿐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대통령의 행적 문제가 국제적인 비아냥거리로 전락해 가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서라도 이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할 시점이다.  비록 정치권의 야합으로 인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는 세월호 진상 규명에 있어서도 중요한 단초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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