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신문사가 어쩌다 쇼핑몰 운영까지?

새 날 2014. 7. 3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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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월간 잡지 시장을 석권하며 승승장구했던, 오랜 전통의 'LIFE'지가 오프라인 시장에 종말을 고하고 결국 마지막호의 발간을 준비한다.  이를 끝으로 종이 시장은 과감히 포기한 채 본격 온라인 잡지 회사로의 변모를 꾀하는 셈이다.  물론 기존 종이매체를 담당하던 수많은 직원들은 길바닥으로 나앉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중 > 

 

물론 허구를 바탕으로 한 영화속 한 장면이지만 비단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일까?  그렇지 않을 테다.  잡지뿐 아니라 종이 신문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전망은 이미 화제거리가 될 수 없을 만큼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다. 

 

ⓒ뉴스와이 방송화면 캡쳐

 

오죽하면 미국의 구인구직 전문업체인 캐리어포스트가 발표한 10대 몰락 직종 중 신문기자를 무려 4위에 올려 놓는 만행(?)을 저질러 놓았을까 싶다.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히 인쇄 매체를 통한 활자로 된 뉴스만을 읽는 게 아닌, 온라인에서 보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디지털 혁명에 뒤이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 탓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의 성장은 포털사이트마저 기본 축을 모바일로 이동시켜야 할 만큼 커다란 변화를 불러오고 있으며,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는 그러한 시대적 조류와 맞물리며 어느새 언론의 주류세력으로서 기성언론을 뛰어넘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8월 5일, 136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워싱턴포스트'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아마존닷컴 창업자에게 매각되는 비운을 맞이했다.  뿐만 아니다.  '보스턴 글로브' 역시 적자에 시달리다 매각되었는데, 이와 같은 소식은 신문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몰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꼽힌다.

 

 

실제로 종이신문의 영향력은 갈수록 위축돼 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 신문사 재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35개 신문기업의 매출이 전년대비 -4.2%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 이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다. 

 

이에 따라 치열한 생존경쟁에 본격 내몰리게 된 신문업계는 다양한 자구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형태는 다름아닌 온라인 콘텐츠의 유료화다.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 경제지에 이어 조선일보 또한 지난해부터 유료화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예견됐던 결과물이기도 하다.  우린 그보다 더욱 놀라운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운영이다.  신문사가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언뜻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신문사들 너희마저 재벌처럼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그러나 그 속내를 살펴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이 쇼핑몰을 운영하는 목적은 오로지 살아보겠노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타개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계열사 중앙엠엔씨가 운영 중인 지역특산물 장터 '농마드'가 이달 초 추석을 앞두고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했다.  과거 온라인쇼핑몰 업체의 오픈 마켓과 제휴하여 일정 수익을 나눴던 간접 방식에서 벗어나 비로소 언론사가 직접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로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그보다 한 발 앞서 있다.  디지틀조선은 이미 지난 2012년 '디조몰'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으며, 어느덧 연매출 5억여원에 달하는 규모로 성장했단다.  그밖에 매일경제의 계열사인 매경헬스가 '매경헬스 건강 쇼핑몰'을 지난 2월 오픈했고, 국제신문 영남일보 등 수많은 지역신문사들 역시 해당 지자체와 함께 '국민장터' 설립 준비위원회를 지난 5월 출범시켰다.

 

바야흐로 신문시장마저 무한경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본연의 직무인 올바른 언론 활동에 온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신문사가 어쩌다 쇼핑몰 운영에까지 내몰리는 처지가 되었는지 참 안타깝기만 하다.  가뜩이나 '기레기'라는 표현을 듣는 신문기자들인지라 최근 그 명예가 바닥을 뚫고 지하실까지 추락한 상황인데, 생존경쟁에 내몰리는 모습마저 보게 되니 이젠 안쓰럽기까지 하다.

 

신문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뉴미디어 환경에 적응하여 발빠르게 변화해야 하는 건 언론인들의 또 다른 사명이겠지만, 그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한 가지 있다.  사업다각화도 좋고 쇼핑몰 운영도 좋다.  하지만 근본부터 돌아봐야 할 듯싶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신문업계 스스로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동안 우리 언론은 자본과 권력에 유착한 존재로 전락한 채 사회적 공기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측면이 컸다.  공정하지도, 객관적이지도 못한 뉴스 기사에 국민들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신문사 위기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할지 모른다.  때문에 쇼핑몰을 운영해야 할 만큼 생존경쟁의 위기에 내몰린 신문사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다른 무엇보다 결국 올바르고 믿을 만한 기사를 제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잃었던 신뢰를 다시금 회복하는 길일 테다.  '기레기'로부터 진정한 '기자'로 환골탈태하는 그날이 아마도 신문사가 원기 회복하는 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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