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원전 위험성 자인한 어처구니없는 일본

새 날 2014. 7. 30.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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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사고가 지금까지의 내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우리에게 안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습니다." 

 

독일 메르켈 총리가 2011년 5월 탈핵 선언 당시 남긴 한 마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3년여가 흘렀다.  하지만 그로부터 파생된 방사능 공포는 여전히 일본 뿐 아니라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다.  아니 전 세계가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아베 정권의 폭주는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표방했던 '원전 제로' 정책을 지난 4월 공식 폐기한 바 있다.  현재 일본 내 모든 원전 가동이 중단된 상태인데, 정책 변화의 첫 신호탄으로 센다이 원전이 이르면 올 가을 재가동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쯤으로 예상된다.  후쿠시마의 비극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그런데 일본 내 원전의 재가동보다 우리를 더욱 당황스럽게 만드는 소식 하나가 전해졌다.  재가동에 돌입하기로 한 원전 주변 5km 이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갑상선암을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아이오딘 성분의 안정요소제라는 약을 배포한 것이다.  일종의 암 예방 차원의 약인 셈이다.

 

ⓒJTBC 뉴스화면 캡쳐

 

단순히 우리만의 시각으로 보자면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다.  그래도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아닌 사전약방문(死前藥方文) 격 아닌가?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나라처럼 뒷북으로 일관하는 정책보다는 그래도 진일보한 정책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춰내자면 그리 단순한 문제만은 아닐 듯싶다. 

 

최악의 경우 원전 사고로 인한 피폭으로부터 최소한의 방어 조치 개념이랄 수 있는 예방 약을 제공해 주는 것이기에 일본만의 철저한 사전 대비 정책을 높이 사주어야겠지만, 이러한 조치는 결국 원전 가동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일본 정부 스스로 인증하는 셈인 데다 그러한 상황에서 재가동하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 여겨진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암을 예방하는 차원의 약이라고 하지만, 과연 그런 약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도 의심스럽고, 약의 안전성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 해당 주민들은 이의 수령을 거부하거나 불안감을 표시해 오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극히 당연한 결과일 듯싶다.  일본과 국민성이 천양지차인 우리에게도 만일 비슷한 상황이 주어진다면 과연 어땠을까?

 

ⓒJTBC 뉴스화면 캡

 

아사히 신문이 26일 27일 양일간에 걸쳐 여론조사를 벌였는데 응답자의 59%가 센다이 원전 재가동에 반대하고 있으며, 23%만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인해 여전히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사회는 대체로 원전 재가동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당연하지 않은가?  다만, 예상보다 반대 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아 후쿠시마 원전의 비극을 직접 겪은 사회 치고는 여전히 이에 대한 믿음이 높은 것으로 보여 의외였다. 



직접적인 방사능 피폭 사고를 경험한 후 병주고 약주면서까지 원전을 재가동하려는 일본의 속내도 그리 편치만은 않아 보이기는 하는데, 문제는 이웃나라보다 바로 우리다.  제 코가 석자라 할 만한 처지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벅근혜 정부는 여전히 원전 확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23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우리나라는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3~2027년)에 따라 5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며, 2024년까지 6기의 원전을 더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부가 전체 에너지원에서 원전 비중을 29%까지 늘려잡으며, 새로 건설 중인 원전을 포함, 기존 34기의 원전과 별도로 7기 규모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내용의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간 상태라는 데에 있다.

 

 ⓒJTBC 뉴스화면 캡쳐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원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마침 최근 CBS노컷뉴스가 이와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에 따르면 '원전을 줄이거나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61%에 달했다.  '더 건설해야 한다'는 응답은 27.7%에 불과했다.  

 

원전의 안전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안전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30.9%, '안전하지 않다'고 답변한 사람은 58.9%에 달했다.  특히 응답자의 75.3%는 '우리나라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것을 걱정한다'고 답하고 있었다.  국민들의 생각이 이럴진대 결과적으로 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 아닌가?

 

국민들의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발상은 무모하면서도 무책임하기까지 해 보인다.  원전은 단 한 차례의 사고만으로도 국가적 대재앙을 맞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란 점 정부 역시 모르고 있진 않을 테다.  때문에 정책 추진에 앞서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절차적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선행돼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거늘, 현재 정부가 이를 게을리하지는 않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후쿠시마와 세월호의 교훈을 헛되이해선 안 된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탈핵 선언 당시의 일성이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이유는 단순하다.  늘 안전불감증 속에서 생활했던 우리에게 후쿠시마 원전 사태라는 간접 경험과 세월호라는 귀하디 귀한 직접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더 귀한 가치는 없다.  후쿠시마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원전 주변 주민들에게 암 예방 약을 강제로 먹이면서까지 원전을 재가동하겠노라는 이웃나라 일본의 무모한 정책으로부터 우린 새삼 또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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